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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ne jeong Jun 05. 2023

포기에서 희망으로

거꾸로 쓰는 육아일기

2년 전 약국을 처음 시작할 때는 하루에 출입문을 들어오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약국에 처방전을 맡겨놓은 고정 환자들이 약 80명 정도 있는 상태였고 그 사람들에게 매일 약을 간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포장해서 배달도 해주었다.

그중에 한 명이었던 W는 처음 만났을 때 중환자였다. 혈압, 심장, 고지혈, 당뇨, 호흡기질환으로 산소통을 매고 다녔고 비만이 심한 상태였다. 어느 날 한가한 시간에 약국을 방문한 W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그의 상황을 알게 된 아들.



W: 난 이제 곧 죽을 거야. 대장암인데 지금이라도 수술만 하면 목숨을 지킬 수 있지만 담당의사는 수술하자고 하고 마취과 의사는 내 비만 때문에 마취를 하는 순간 심장에 무리가 되어 깨어날 수 없다는 거야.

그래서 난 이미 죽음 행 열차를 타고 가는 중이야.


아들: 그럼 그 죽음의 열차에서 한 번 내려보면 어떨까?

의사의 말은 체중만 줄이면 수술이 가능하고 수술만 하면 삶이 보장되어 있다는 말인데 체중을 줄이면 되지.




이미 삶을 포기한 W를 설득하기는 쉽지 않았지만, 단계별로 차근차근 설명한 후 식사 대신 셰이크와 여러 가지 다이어트에 대한 안내와 식사 대용 제품을 W에게 권했다.

셰이크의 맛이 여러 종류가 있어서 가장 선호도가 높은 초콜릿 맛으로 시작했다. 그런데 하루 만에 도저히 먹을 수가 없다며 셰이크를 들고 왔다.  바닐라맛도 그랬고 딸기 맛을 비롯한 우리나라 두유처럼 생긴 맛과 비슷한 포장 용기의 죽 타입도 먹어보았지만 맞지 않다고 했다. 일주일이 넘게 여러 가지 제품을 먹어보다가 그래도 먹을 만한 셰이크를 찾았다. 아들은 시간이 생기면 W에게 전화도 하고 약국에 오면 대화도 하고 포기하지 않도록 권유하며 한 달 두 달 그렇게 시간이 지나가고 있었다.


하나의 생명은 각자가 얼마나 소중한가! 힘든 시간일수록 자신이 창조된 이유를 찾고 주변에 좀 더 힘든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가능성을 생각해 보면 좋겠다.


W는 3개월 만에 15kg의 체중을 줄였고 의사를 만났다. 의사는 믿을 수 없다며 칭찬은 물론 기적이라며 수술하자고 했다. 이번에는 마취과 의사도 흔쾌히 허락했고 W는 수술받았다.

암은 깨끗하게 제거되었고 체중을 줄이면서 달고 다녔던 산소통도 필요 없게 되었고 먹던 약도 많이 줄였다.

무엇보다 기쁜 소식은 W에게 여자친구가 생겼다는 소식이다. 그는 오토바이 뒤에 여자친구를 태우고 데이트를 즐기며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다. 그가 약국에 들어서면 한낮의 햇살 같은 그의 미소가 먼저 우리에게 달려온다. 아들에게 너는 나의 생명의 은인이고 네가 나를 살린 거라고 자주 말하는 W.

그는 오늘도 가벼워진 그의 약 봉투를 들고 약국 문을 나선다.

그의 뒷모습도 웃는다.



2022년 아들 약국의 전국 체인점 영업실적이 발표되었다. 순위는 작년 대비 가장 많은 성장을 한 대리점 순으로 정해진다. 약국 본사는 퀸즐랜드에서 시작했고 역사도 오래되지 않아서 시드니에 10개 미만의 대리점이 있고 대부분 퀸즐랜드에 자리 잡고 있으며 전체 체인점 숫자가 128개 정도이다.

그 전체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한 아들. 물론 직원들이 가족처럼 함께 했기에 이룰 수 있는 결과이다.

늘 초심을 잃지 않고 하루하루를 보낸 24시간이 쌓여서 만들어 낸 일이다.

자만하지 않을 것이고 지금처럼 그렇게 계속 이어지길 두 손 모아 본다.




어느 토요일 저녁 한 한국 바비큐 식당에 모인 전체 약국 가족과 직원은 아니지만 가끔 약국의 일손을 돕고 나의 운전기사인 남편까지 열 명이다.

테이블에서 고기가 익어가고 축하의 소리가 고기 굽는 연기 따라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건너 다닌다.

건배 소리가 유리잔을 부딪치며 눈가에 걸터앉은 입꼬리는 내려올 줄 모른다.



한 줄 요약: 행복은 오른쪽에 불행은 왼쪽에 늘 있지만 무엇을 선택할지는 각자의 몫이다.


p.s 거꾸로 쓰는 육아일기는 이번 글로 마무리 합니다.

함께 해주시고 답글과 격려를 보내주신 여러 작가님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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