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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ne jeong Aug 07. 2023

고집과 타협

멋지게 나이 들기

고집: 자기의 의견을 바꾸거나 고치지 않고 굳게 버팀. 또는 그렇게 버티는 성미.

의견: 어떤 대상에 대하여 가지는 생각.

타협: 어떤 일을 서로 양보하여 협의함.

소통: 뜻이 서로 통하여 오해가 없음. ㅡ 네이버 사전



자연치유력을 선호하는 나는 크게 몸이 아파본 적이 별로 없다.

20대에는 그 흔한 코피 좀 흘려서 가냘픈 여성의 티를 내보고 싶었지만, 모든 인간이 동일하게 뚫어진 두 개의 콧구멍에서는 결코 붉은색 액체를 보여주지 않았다.

대신 감기 기운이라도 옆 사람에게 잠시 빌려서 코가 막힌 소리라도 해보고 싶었지만, 그 역시 불가능했다.  심한 감기에 걸려서 함께 근무하는 직원을 보면 조퇴를 권하고 그들의 일을 대신해 줄 정도인데 남성들이 그렇게 아픈 여성을 보면 얼마나 안타깝고 보호본능이 끓어올랐을지 상상이 간다.


나이가 들면서 건강함에 감사한다. 그리고 집중한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면 이 건강은 유지된다고.


아이들이 크고 의료 쪽에 일을 하다 보니 오래전부터 매년 4월이면 독감백신을 강요한다.

문제는 알았다고 하면서 한 번도 접종하지 않았는데 이제는 집으로 주사기와 약을 가지고 와서 접종한다고 팔을 달라고 한다. (호주는 약국에서도 독감백신접종이 가능함)

건강관리를 잘하므로 아직은 독감백신이 필요 없다는 나의 주장과 나이에 맞는 관리를 설명하는 딸의 의견과 대립했다.

주사도 무섭고 어떻게든 피해 보려고 했지만, 점점 나의 의견은 고집으로 퇴색되어 갔다.

이쯤에서 쿨하게 딸의 의견을 받아들여서 3년 전부터 매년 독감백신을 접종받고 있다.

20~30대 직원들이 감기로 돌아가며 고생하는 올겨울도 나의 코 막히는 소리는 내년 겨울의 꿈으로 미뤄두기로 한다.


주변에서 대상포진으로 고생하는 친구들이 하나둘씩 나타나고 소식도 들려왔다.

며칠 전 친구들 안부를 묻는 아이들에게 무심코 친구들 근황을 이야기했다.

금요일 오후 퇴근 시간이 다가오자, 딸이 우리 부부를 의자에 앉히더니 대상포진 예방접종을 하자고 했다. 나름 스스로 건강을 잘 관리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백신을 또 맞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어떻게 해야 할지 답답했다.

주변 친구들 이야기를 하며 미리 백신을 맞아야 함을 설명하는 딸에게 딱히 반대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고 구구절절 맞는 말 같았다.

2023년 새로 탄생한 대상포진 백신은 95% 이상의 예방률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1차 접종 후 2~6개월 사이에 2차를 추가로 접종해야 한다.

이야기를 길게 해 보아야 고집을 부리는 결과밖에 되지 않겠다는 판단에 주사를 맞았다.

독감백신보다 주사약이 들어가는 동안 엄청 아팠다.


다음 날 새벽부터 백신 맞은 팔, 신체 중 가장 약한 부분인 양쪽 팔과 손가락에 통증이 느껴지고 잠을 잘 수가 없어서 뒤척였다.

남편도 괜찮냐고 묻더니 대답도 듣기 전에 끙끙 앓는 소리로 자신의 통증을  알렸다.

컨디션이 좋지 않은 신호를 느끼면 전기 매트를 고온으로 올리고 땀을 흘려서 몸속의 냉기를 내보내고 체온을 올리는 나는 따뜻한 물을 한 잔 마시고 매트에 다시 누웠다.

한두 시간 지나자, 몸이 한결 가벼워졌다. 아침을 먹으려고 준비하는데 남편의 앓는 소리가 점점 더 커졌다. 딸에게 남편의 상태를 알렸더니 진통제를 주었다.


금요일 밤을 그냥 넘어가기 불가능한 남편은 백신을 맞고 막걸리를 한 통 다 마셨으니 몸살이 심할 수밖에 없었다. "당신은 튼튼해서 좋겠다"라는 남편의 말에 건강한 삶을 사랑하니까 관리하는 당연한 결과이고 혀의 유혹을 사랑하는 당신의 삶은 통증과 친구지!

막걸리 한 잔 더 줄까? 김치전은 어때? 놀리는 재미가 이렇게 맛있을 줄이야! 대답도 끙끙 소리로 대신하더니 진통제를 또 찾는다. 이런 통증은 백신 접종 후 24시간이 지나면 사라진다고 한다.


나이가 들면 자신의 의견을 상대방과 타협할 필요성이 있다.

나이가 많다고 고집을 앞세워서 주장을 심하게 하면 흔히 말하는 꼰대가 되는 일이다.

현재는 백신 접종이 필요하지 않다는 나의 의견을 조율해서 딸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나이 들수록 고집과 주장을 버리고 의견을 말하되, 상대방을 존중하고 서로의 의견을 조율하는 방법을 배우고 실천해서 소통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한 줄 요약: 나이 들수록 고집을 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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