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문화 vs 내부규정(compliance)의 충돌

무엇이 기준이 되어야 할까?

by 김지혜


"통역사님 제가 고객과 급한 약속이 잡혀서 같이 저녁을 못 먹을 거 같아요. 죄송한데 미셸과 저녁 같이 드실 시간 되시나요? 혹시 시간이 되시면 맛있는 거 사 드세요.” 하면서 대표님이 나에게 봉투를 건넨다.


미셸은 이 한국 대표님이 총판을 하고 있는 제품 본사 소속 아시아 세일즈 디렉터이다.

열어보지 않아 알 수 없지만 분명 그 봉투 안에는 돈이 들어 있다는 건 당연히 짐작할 수 있다.

홍콩에서 대리점 방문차 한국까지 왔는데 회의를 마치고 저녁을 함께 먹을 수 없다고 느낀 대표님이 저녁도 대접하지 않고 보낼 수 없다는 마음에 생각해 낸 아이디어였다.

미셸의 통역사로 오래 일을 해온 내가 분명 저녁을 같이 먹을 것이라는 짐작에 내게 그 봉투를 건 낸 것이다.

돈이 들어 있을 봉투라는 생각에 당황하며 미셸에게 상황을 설명하였다.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미셸에게 물었다.

미셸도 당황하며 “I also don’t know how to do (나도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다고 했다.

대표님의 손이 부끄러울까 봉투는 받았지만 엘리베이터까지 걸어가는 길, 머리가 복잡하다.

나는 미셸회사 직원도 아니고, 이건 미셸에게 직접 준 것도 아니고 나에게 준 것이다. 그럼에도 혹시나 이 봉투가 미셸에게 문제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셸에게 물었다.

"Do you think this kind of situation could potentially be a problem for you?"

(이런 상황이 문제의 소지가 될 수도 있는 거야?)

“If I receive it, it could be compliance issue. 이 봉투를 내가 받으면, 회사 내부 규정 위반이야”.

내가 대표님께 돌려줄까라고 미셸에게 묻자 대표님의 성의를 무시하는 태도는 아닌지 되물으며 잘 모르겠다고 했다.

미셸도 봉투를 직접 받은 것도 아니고, 통역사에게 준 것이고, 통역사는 회사의 직원도 아니고, 또 내가 그걸 받아서 맛있는 거 사 먹어야지 하며 좋아할 수도 있을 것이고, 한국 대리점 대표님이 저녁을 함께 하지 못한 불편한 마음에 대한 성의라는 생각에 미셸도 생각이 복잡했을 것이다.


고민하는 미셸을 보면서 미셸에게 문제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대표님께 봉투를 돌려 드려야겠다고 결심했다.

“대표님 제가 미셸 회사에서 통역비를 많이 받아요. 그래서 오늘은 제가 같이 맛있는 거 좀 사주려고요. 이건 담에 오면 맛있는 저녁 사주세요” 라며 돌려 드렸다.

사장님은 ‘오우 그래요? 그럼 다음에 진짜 맛있는 저녁 같이 먹어요. 오늘은 그냥 보내서 죄송해요” 하면서 다시 봉투를 받으셨다.

현금이라는 것이 불편하기는 하지만 한국인의 입장에서 생각해 본다면 크게 이상하지 않을 일이기도 하다. 외국에서 고객이든 공급업체이든 누군가 왔다는 건 우리에겐 손님이다.

그럼에도 미팅을 하고 한국에 친구 하나 없을 외국인을 저녁도 안 먹이고 호텔로 돌려보내는 건 상당히 미안한 일이다.

그 미안한 마음을 통역사가 저녁을 함께 먹는다고 하니 그럼 맛있는 것을 먹으라고 통역사에게 준 약간의 저녁값이었다.

어찌 되었건 우리의 정서로는 그 의도와 취지는 충분히 이해가 가는 일이다.

홍콩인으로 미셸에게도 한국 대리점 대표의 의도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었다.


이후 미셸은 이 일을 미국 상관에게 보고 했다.

혹시나 오해의 소지가 있을지도 모르는 사건이다 보니 있는 그대로 보고 드렸다고 한다.

하지만 미국인 상관은 이 사건에 대해 상당한 불편함을 드려냈다고 한다.

이유는 내부 규정(compliance) 위반 행위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이는 마치 뇌물을 주려고 한 것으로 미국인 상관은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 봉투가 두꺼웠던 것도 아니고 저녁 밥값 정도였으니 5만 원에서 10만 원 정도였지만 어찌 되었건 현금이라는 건 분명하다.

미셸은 한국 대리점의 의도를 설명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인 상관의 불편한 반응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고 한다.

봉투를 받았다면 문제시되어 긍정적 의도와 상관없이 내부 규정(compliance) 위반이라고 주의 경고를 했을지도 모른다.

다행히도 미셸은 봉투는 받지 않았다. 심지어 봉투에 손도 대지 않았다.

미셸은 한국 대표의 긍정적 의도와 손님을 대접하려는 아시아의 문화적 차이를 충분히 설명하고 나서야 상관을 진정시켰다고 한다.


이렇듯, 한국인 정서 상 긍정적 의도, 우리에게 온 손님에게 밥을 먹여 보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취한 나의 따뜻함은 미국에서 나쁜 의도로 해석될 수 있다.

돈이 오갔다는 결과로만 본다면 분명한 내부규정(compliance) 위반이다.

또한 문화적 차이를 아무리 설명한다 해도, 문서화되어 있는 내부 규정(Compliance) 기준에 위배된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내부 규정(Compliance)은 회사가 위기의 상황이나, 인원을 해고할 때 가장 쉽게 근거로 제시할 수 있는 기준이 된다.

관례나 문화로 간주되어 어느 정도 수용되는 것들도, 위기가 닥치거나 누군가를 해고하고자 할 때는 가장 명확하게 드리댈 수 있는 증거와 기준이다.

문화의 차이는 존중되어야 한다. 하지만 어떠한 문화적 행위가 명확히 정의된 기업의 기준에 위배된다면 자제해야 한다. 당장에는 관례상, 문화적으로 수용되는 상황일지라도 명확한 기준 앞에서는 결과와 증거로 남아 언젠가 나에게 큰 약점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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