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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혜 Nov 05. 2023

수출 상담회 바이어 미팅 전 알아야 할 3가지

바이어는 내가 기대하는 것과 다를 수 있다. 

얼마 전 바쁜 일정으로 수출 상담회에서 외국 바이어와의 만남을 가지지 못해 아쉬워하는 스타트업 대표님을 만났다. 

5년간의 경력 단절 후에 다시 일하러 나올 때 처음으로 유일하게 할 수 있었던 일이 수출 상담회 통역이었다. 

그곳에서 만난 바이어, 외국인들과 함께 하며 내가 알게 된 것 중, 스타트업 대표님들이 꼭 알았으면 하는 3가지를 정리했다. 


첫째, 수출상담회에 참여하는 바이어는 비용 지원을 받아서 오는 외국인이다. 


항공비의 일부 비용이나 전부 혹은 호텔 숙박비를 지원받아서 오는 분들이다.

이렇게 비용을 지원받아 오는 외국 바이어들은 수출 상담회 기간 동안 무조건 참여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한국에서 중소기업들이 미팅 신청을 하면 만나기도 하고, 본인이 취급하는 유통 상품과 맞지 않으면 만나자고 해도 거절하기도 한다. 

어떤 경우에는 내가 맡은 바이어 옆에서 하루 종일 미팅이 한 건 밖에 없는 경우도 있었다. 

미팅이 몇 개 없으면 좋아하는 통역사도 있었지만, 나는 빨리 일을 잘하고 싶은 욕심에 미팅이 많은 것을 좋아했다. 미팅이 없는 시간에는 바이어와 앉아서 조용히 있거나 아니면 바이어의 질문들에 대응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비즈니스 질문이라기보다는 쇼핑이나, 관광 관련 질문을 하는 경우도 많았다. ‘명동에 가려면 어떻게 가야 하나’, ‘핸드폰을 싸게 사려면 어디에서 사야 하나’ 사실 나는 그런 바이어들이 싫었다. 한국 기관에서 비용을 지불받아서 왔는데 어디 놀러 갈 궁리를 하는 것도 밉상이고, 아이를 누군가에게 맡기고 울고 불고 하는 아이를 뒤로 하고 나왔는데 내가 그 사람 쇼핑하러 가는 지하철 노선을 찾아주고 있다는 것도 뭔가 스스로 가치가 충분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게 미팅이 없는 순간에도 그 옆에서 바이어와 있어야 하거나 바이어를 지키고 있어야 한다. 그런 개별 스케줄에 관심이 더 많은 외국인은 도망가지 않도록 잘 지키고 있어야 하는 바이어이다. 

물론 삶의 큰 지혜와 조언을 주는 훌륭한 바이어도 만난 적 있다. 

그리고 VIP를 초청해서 어렵게 모셔온 바이어도 있다. VIP 바이어의 경우 이미 관련된 콘퍼런스의 연사로 초청이 되어 있거나 미팅 일정이 빡빡하게 잡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구매력을 가졌다는 것이 입증된 분을 초청하여 수출 상담회까지 참여한다면 그 바이어와 만나기 위해 대기업조차도 줄을 서서 기다린다.  

한국에서 이러한 이벤트를 한다는 것을 잘 아는 소규모의 기업을 운영하는 바이어들은 이런 지원 비용을 잘 활용해서 한국에 온다. 이전에 만났던 바이어가 다음 해에도 오기도 하고, 다른 행사의 수출 상담회에 또 있기도 하다. 


한국으로 자비로 비즈니스 출장을 온 외국인들은 이러한 비용 지불의 시스템이 있다는 것을 알려줘도 사실 관심이 없다. 왜냐면 본인의 스케줄, 시간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본인의 스케줄에 따라 일정을 잡고, 움직이고, 쉴 수 있는 시간을 더 선호하는 바이어는 본인의 돈으로 출장을 온다. 그들에게는 돈보다 시간의 가치가 더 높다. 


두 번째, 샘플을 요구하는 바이어를 대하는 방법이다. 


수출 상담회에서 일상 용품을 취급하는 기업들과 만나는 바이어들은 샘플을 요구한다. 예를 들어 화장품이라고 하면 당연히 샘플이 필요하다. 하지만 과도하게 샘플을 요구하는 바이어들도 있다. 그다지 신뢰가 가지 않는 태도로 수출 상담회에 참여하고 미팅을 하고 있는데 특히나 샘플요구에 적극적인 밉상 바이어들이 있다. 수출 상담회에 오는 기업들은 대부분 중소기업인데, 그런 기업 들에게 자꾸만 샘플을 더 달라는 바이어를 보면, 이 사람이 항공료도 지원받고, 샘플도 챙기고, 한국에 털러 왔나 싶은 생각마저 든다. 

한 번은 다른 테이블에 미팅을 하던 바이어가 한국 업체의 샘플 가방을 막 뒤져서 더 가져가는 모습마저 본 적 있다. 정말 무례한 태도로 가방을 뒤지는 모습에 한국업체도, 통역사도 어이가 없어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샘플이 필요한 제품들이 있고, 당연히 줘야 하는 제품들도 있다. 하지만 과도한 샘플 요구는 비용이 든다. 이럴 경우 제공 가능한 샘플의 기준을 정하고, 그 이상의 샘플을 요구한다면 샘플 가격(견적서)을 제시하기를 권한다.

자국에 대리점이 100개가 있어서 적어도 대리점에서 한 개씩을 써봐야 하는 샴푸가 있다면 100개를 달라고 할 것이다. 그럴 경우, 100개의 샘플 가격표를 제시하면 된다. 

예를 들어 5개 까지는 샘플을 공짜로 제공하지만 그 이상의 경우 

10개일 때  20개일 때 등등의 샘플 가격을 판매가 보다 낮게 책정해서 제시하면 된다. 

당장 충분한 샘플 수량이 없다면 현금으로 샘플 금액을 지불하면 , 다음날 호텔로 택배로 붙이거나, 당일 퀵으로 보내면 된다. 

샘플 견적서에 Cash-in-advance (현금 선지불)이라고 작성해 놓으면 현금으로 선지불해야 한다는 것을 말하지 않아도 이해할 것이다. 그리고 배송할 호텔 주소를 알려달라고 하면 된다.

샘플 가진 거 많지 않냐고 달라고 우긴다면, 다른 미팅 때 써야 해서 안된다고 하면 된다.  

진짜 자기 나라에서 판매할 마음이 있다면 수출가격 보다 낮은 샘플가격에 구매를 해서 자국에서 테스트를 할 마음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만난 바이어들은 샘플 가격 지불을 요구했을 때 정말 지불하고 구매한 경우는 단 1번뿐이었다. 대부분 샘플이 정말 필요한 것처럼 말하지만 샘플 가격 지불을 요구하면 더 이상 샘플을 달라고 하지 않는다.  

세 번째는 수출 상담회 성과금액에 대해 이해하자. 


수출 상담회의 결과 보고서에 나와 있는 성과 금액은 대부분 상담액이지 계약 금액이 아니다. 

즉 처음 만나는 바이어와 계약까지 이루어지기 어렵다. 그래서 보도 자료나 결과 보고서에 표시하는 것이 상담액이다. 

수출 상담회 성과 보고서 이미지 캡처

수출 상담회의 미팅 시간은 대부분 30분에서 1시간 정도이다. 처음 만난 바이어와 무엇을 할지 생각해 보자.

먼저 한국 업체 회사 소개, 수출 이력, 제품 소개  

그러고 나서, 외국 바이어 회사 소개, 취급 제품, 원하는 제품

그러고 나면, 제품 단가, 수출 가격, MOQ (Minimum order quantity : 최소 주문 수량)

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진다.  

여기서 나오는 단가와 MOQ가 바로 상담액이다. 제품 한 개가 100$라고 한다면 보통 한번 수출에 우리는 MOQ (Minimum Quantity Order) 최소 주문 수량이 100개라고 하자. 그럼 10,000$가 한번 주문이 가능한 금액이다. 

이 금액이 그 미팅의 상담액이 된다. 이런 내용들을 각 바이어와 함께 있는 통역사들이 리포트에 정리한다. 상담회에 일하는 통역사들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가 이런 정보를 작성하는 것이다. 물론 이후에 한국업체와 바이어는 이메일로 서로 연락을 하면서 추가적인 비즈니스를 논의하게 될 것이다. 


보도 자료에 나오는 상담액에 혹 해서 상담을 못해 아쉬워하거나 중요한 일정을 변경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수출 상담회에 참석하는 한국 기업 담당자분들에게 여쭤 본 적 있다. 

거래로 성사되는 경우가 있는지, 혹은 이런 수출 상담회가 도움이 되는지.. 

많은 분들의 대답은 혹시나 해서 만나러 온다 라는 분들이었고, 도움이 되었다는 분들도 있었다. 좋은 바이어 풀을 확보하는 것도 정부 기관의 역할이고, 발 벗고 찾아 나서는 그런 담당자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만나는 모든 외국 바이어가 우리가 기대하는 정도의 바이어가 아닐 수 있다는 것도 기억하자. 


https://youtu.be/-tSGMyeXRE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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