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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혜 Dec 09. 2023

나의 흔들리는 원칙은 진짜 나의 원칙일까?

나의 원칙들 속에서 진짜 나의 욕구를 파악하는 법

내 삶에서 흔들리는 원칙들은 과연 진짜 나의 원칙일까?

나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며 자주 하는 말이 있다.

[착하게 사는 게 아니라 올바르게 살아야 한다.]  하지만 이게 나의 삶의 원칙인가를 살펴본다면 이건 그냥 타인이 듣기 좋은 말을 하는 것에 불과하다.

나에게 있어 ‘착하게 사는 게 아니라’는 말은 호구가 되지 말아야 한다는 행동으로 표현된다.

‘올바르게 살아야 한다’는 것은 사회적 선이 나에게 어떤 평판을 주는가를 위한 나의 행동으로 의심된다.

레이달리오의 저서 [원칙]의 내용 들은 내가 가진 생각의 뿌리와 행동의 껍질을 벗기기 시작했다.

이렇게 내가 생각하고 살아가는 원칙들은 진짜 나라는 자아의 생각과 욕구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가를 질문하게 만들었다.  

‘ 레이달리오는 ‘당신이 선택한 원칙이 진정으로 자신의 성격과 가치를 반영한 것인가?’

당신은 인생에서 수백만 번의 선택에 직면하게 될 것이고 그때마다 자신의 원칙에 따라 선택할 것이다. 주변 사람들은 당신의 원칙을 이해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 레이 달리오

[더글로리]의 하도영과 강현남은 내게 참 매력적인 사람이었다. 그 이유는 그들에게는 원칙이 있었다.

레이달리오의 글처럼 우리는 쉽게 그들을 표현할 수 있고 그들의 원칙을 이해하는데 어렵지 않다.

하도영은 ‘나이스한 개세끼’라는 말로 그는 끝까지 매너를 지키지만 원하는 바를 이루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고 다른 어떤 상황에서도 하도영이라는 캐릭터가 어떻게 행동할 것이라는 것을 예측할 수 있다.

강현남의 ‘매 맞고 살지만 명랑한 년’이라는 원칙, 힘들지만 딸을 위해 희망을 버리지 않고, 의리를 지키는 사람이라는 원칙으로 어떤 상황에도 동일하게 행동할 것이라는 원칙을 우리는 쉽게 이해한다.

[더 글로리] 드라마 이후 조연임에도 가장 이슈가 된 이 두 캐릭터의 공통점은 바로 우리가 그 원칙을 이해할 수 있었고, 그 원칙을 충분히 드라마를 통해 느끼고 정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나에게도 원칙은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그 원칙들은 스트레스 상황, 힘든 상황, 새로운 변수들 앞에서 흔들린다.

그리고 그 흔들리는 원칙 속에 나는 수많은 정당한 이유들을 만들어 냈다.

통역 프리랜서로 일을 하며 다른 통역사가 소개해준 일은 고객이 이후 직접적으로 연락이 와도 받지 않고 소개해 준 통역사에게 연락을 취한다는 원칙이 있었다.

업계의 상도라고 여기고 그렇게 일을 하지만, 프리랜서라는 업종에 있는 사람들은 이 원칙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은 수도 없이 많다.

나에게는 원칙이 있었지만 한번 그 원칙을 지키지 않아 좋은 관계를 잃을 뻔한 경우가 있었다.

출산으로 일을 못하게 된 친한 통역사는 그 일을 나에게 소개해 주었고, 그 일을 마치고 그다음 해, 고객사는 나에게 바로 연락이 왔다.

고객 측 담당자는 바뀌었고, 새로운 담당자는 원래의 통역사를 알지 못했고, 나를 추천받아 나의 연락처 밖에 없었고, 내가 원래 통역사가 있었다고 했지만 나와 일을 하고 싶다는 의사 표현을 했다.

이 일을 나에게 소개해 준 그 친구에게 넘기면 혹시나 이 새로운 담당자가 그 친구에게 연락을 하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되었다. 잘못하면 매년 진행되는 이 프로젝트의 일은 결국 잃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원래 하던 친구는 여전히 육아로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다면 내가 이 통역사에게 연락해 보라고 넘기고, 그 친구는 그 일을 못하면 이 고객과의 일을 지속하는 건 어려 울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이 일은 내가 하고 있다가 고객관리를 잘해서 그 친구가 여건이 되면 넘겨야겠다는 나만의 건전한 논리를 만들었다.


하지만 분명 이 일을 고객의 연락을 받고 바로 진행하는 것은 나의 원칙에 어긋난다. 이렇듯 원칙에 어긋나는 행동은 수많은 논리를 스스로 만들어낸다. 내가 만들어낸 논리와 생각들이 뒤엉켜 결국 논리적이지 않은 변명들로 가득한 난 스스로에게 논리적이라는 셀프 가스라이팅을 하게 된다. 원칙은 있지만 지켜지지 않는 원칙에 나 스스로 죄책감을 느끼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이 일은 이후 그 친구와 오랜 논쟁 끝에 나는 스스로의 잘못을 인정했다. 내 논리를 아무리 설명해도 변명일 뿐이었고, 그 변명을 떠들고 있는 나 또한 나의 잘못을 알고 있었다.

다행히 그 친구는 나의 사과를 받아 주었고, 여전히 난 그 친구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서로가 지키던 원칙들이 깨지는 순간 우리는 서로의 신뢰를 무너뜨린다. 그리고 관계도 잃게 된다.

신뢰를 쌓기 위해서는 시간과 서로 간의 경험이 필요하다. 하지만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다.

나의 원칙을 깨는 행동은 어떤 욕구에서 나온 것일까?

내가 원했던 것은 무엇이었나?

나는 돈보다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잃고 싶지 않은 욕구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그러한 통역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들을 가질 수 없다고 생각했나? 똑같은 경험을 나에게 무료로 해달라고 했다면 나는 기꺼이 하겠는가?

이런 질문에 나는 ‘Yes’ 라 답하지 못한다.

결국 돈을 버는 것과, 일의 기회 두 가지 모두를 원했다.

그럼 나는 돈과 기회가 있다면 관계를 희생할 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했는가?

그 원칙을 지키지 않은 나는 관계 유지를 위해 그 친구에게 설명하고 변명하고 논쟁까지 했지만 결국에는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나에게는 관계의 중요한 욕구도 존재한다.

그렇다면 관계와, 돈과 기회가 함께 복잡하게 엮여 있는 이런 상황에서 나는 무엇을 우선시해야 하는가?

돈과 기회는 내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이다. 그렇다면 관계는 어떠 한가?

의미 있는 관계는 돈과 기회와 대체될 수 있는가?

평생 동안 만들어온 관계들 속에서 어떤 이들은 나를 떠나고, 어떤 이들은 남는다. 어떤 이들은 나를 시험하고, 어떤 이들은 나를 저주하고, 어떤 이들은 나를 축복하고 어떤 이들은 나를 지원한다.

관계 속에서도 수많은 경우의 수가 존재하고 그 경우 속에서 나의 원칙은 무엇일까?

상대의 의사와 상관없이 내가 유지하고 싶은 관계라면 나의 원칙은 분명 관계가 우선시되어야 한다.

나에게 주어진 이익과 혜택, 기회가 복잡하게 엮인 상황에서의 판단기준이 되는 원칙;

내가 유지하고 싶은 관계라면 1순위는 관계가 되어야 하는 원칙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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