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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혜 Dec 17. 2023

들을 수 없다면 잘 볼 수 있게 된다.

농인들은 음악을 듣는 게 아니라 음악을 느낀다. 

청각장애인인 규빈과 예술가인 제람 그리고 뮤지션들이 만들어가는 연극 [상대음감]

청각장애인은 우리가 누리는 음악을 들을 수 있을까? 

그들은 음악을 어떻게 누리는 걸까?  

청각장애인 규빈은 음악을 좋아하는 대학생이다.

규빈이 제람을 만나는 날 음악을 듣고 둠짓둠짓하는 규빈은 음악의 진동을 제람의 둠짓둠짓을 보고 함께 음악을 즐겼다고 한다. 

사람들은 규빈이 못 들어서 아쉽다고 하지만 청각장애인 규빈은 청인들이 듣는 방식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음악을 듣는다.

모든 소리에는 진동이 있다. 규빈은 진동으로 소리를 느낀다. 

반대로 모든 진동에는 소리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음악을 소리로 즐기며, 함께 오는 진동을 간과하듯, 우리의 감각은 언제나 강력한 것에 이끌려, 다른 감각들은 쉽게 닫아 버린다. 

마치 당장 느껴지고 보이는 것들에 압도되어, 다른 것을 보는 눈이 사라지는 것처럼...

강력한 것은 언제나 가장 강한 인상으로 우리의 다른 감각을 마비시킨다. 

어떠한 감각을 닫으면, 우리는 다른 감각을 좀 더 열게 된다. 

일본에 출장을 가서 저녁에 호텔에서 TV를 켜고 드라마를 본 적이 있다. 

나의 부족한 일본어로는 드라마의 스토리를 알 수가 없었다.

일본어가 안되니, 연기자들의 액션과 연기자들의 분위기와 말의 높낮이, 등으로 스토리를 짐작할 뿐이었다.    

말을 못 알아들으니, 말 외의 다른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내용을 이해할 수 없는 나는 여자 주인공의 말 외의 것들을 바디 듣고 보고 있었다. 

여자 주인공은 참으로 연기가 어설프게 느껴졌다. 

UN 반기문 총장의 연설을 소리만 듣고, 외국인들은 훌륭한 내용의 연설이라고 한다.

하지만 반기문 총장인 것을 모르고 영어로 하는 연설만 들은 한국 엄마들은, 우리 아이가 저 사람보다는 영어를 잘했으면 좋겠다. 영어를 잘 못하는 것 같다고 한다.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한국 엄마들은 발음만 듣고, 잘한다 안 한다를 판단한 것이다.

한 개의 감각이 작동을 하지 않으면 다른 감각이 더욱 활성화된다. 

내가 지금 활용하는 감각들을 가끔은 닫아 본다면 다른 관점이 살아날 것이다.

 내가 지금 놓치는 감각은 무엇일까? 과도하게 사용하는 감각은 어떤 것일까?

지금 내가 가진 관점을 닫아 보면 어떨까?


농인들은 잘 못듣는 사람이 아니라 잘 보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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