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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혜 Dec 21. 2023

장애인에 대한 편견 4가지

시각장애인과 청각 장애인, 지체 장애인, 지적 장애인이 함께 하는 워크숍

장애인 대학생 대상 창업 캠프 워크숍을 의뢰받았다. 

2일간의 디자인 싱킹 기반의 워크숍을 운영해야 했다.

참여자는 모두 장애인이지만 서로 다른 장애를 가진 대학생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다.

시각장애인과 청각 장애인, 지체 장애인, 지적 장애인이 함께 하는 워크숍을 설계해야 했다.

모두를 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는 힘들겠지만  최대한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워크숍 설계를 하고 싶었다.

그렇다면 무엇을 고려해야 할까?

문자 통역, 수어 통역 이런 지원들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이 서비스는 시각적으로 무엇을 볼 수 있는 사람들을 위한 서비스이다.

그럼 시각 장애인은 어떻게 포용하지?  지적 장애인은? 이런 질문들이 계속 이어졌다.

생각날 때마다 의뢰처에 확인을 요청하니, 처음에는 답을 해주다가, 정리되지 않은 나의 연이은 질문으로 고객사는 내가 강의에만 집중해 주기를 바랬다. 나머지는 의뢰처에서 지원하겠다는 답변이었다. 

최대한 내 머리에서 상상하고 생각할 수 있는 포용적 워크숍을 설계한다고 했지만 그럼에도 내 워크숍은 상상 만으로는 모두를 포용하기에는 준비가 많이 부족할 것이라 여겨졌다.  

발달장애인 아이를 키우는 친구에게 조언을 구했다. 

내가 생각해 낸 고려한 사항들을 알려주고, 뭐가 빠진 게 있는지, 혹시나 더 필요한 배려 사항들이 있는지를 물었다. 

나의 이야기를 들은 친구는 내게 조언했다.

장애인에 대한 지나친 배려는 그들을 더욱 불편하게 할 수 있다. 


장애인이라면 어느 정도 사회의 불편함을 겪었을 것이고 그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며 살아온 이들이다.

장애인이라 불편함이 발생한다면 현장에서 함께 고민하고 해결하기 위해 지원해 주라는 조언이었다. 


내가 가진 첫 번째 편견은 장애인은 배려 대상이라는 생각이었다.  


장애인은 도움이 필요한 사람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일상을 살아가면 불편함을 감당하던 사람들이고 그 불편함을 덜어줄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에서 지원되지 않아 누군가 불편한 점에 포커스를 맞추고 해결한 방법을 생각하는 것이야 말로 디자인 싱킹의 좋은 공감의 요소가 된다. 

평생을 도움받고 살고 싶은 사람은 없다. 도움과 지속적인 배려는 그들을 더욱 불편하게 한다.


워크숍에서 서로 다른 장애를 가진 이들이 지원할 수 있도록 그룹을 구성하였다. 

청각 장애인과 시각 장애인, 지체 장애인이 함께 한다면, 워크숍 동안 서로가 불편한 상황을 상호 보완 할 수 있을 것이라 여겼다.  

아이스브레이킹이 끝나고, 한 그룹에서 청각 장애인 두 명의 친구가 조용히 다가와서 물었다.

“혹시 같은 그룹으로 2일간 계속 지속되는 건가요?” 

청각 장애인은 인공와우를 하거나 보청기를 하고 타블릿으로 음성을 텍스트화하는 앱을 켜놓고 수업을 들었다. 내가 설명하는 동안 나의 입을 바라보며 이해를 해야 해서 설명할 때는 친구들의 얼굴을 바라보아야 한다. 다양한 장애 중, 청각 장애인인 참여자는 기술의 지원으로 워크숍에 열정적으로 잘 따라왔다. 하지만 같은 그룹에 발달 장애인과 지적 장애인이 함께 하니 토론이나 의견 교류가 전혀 되지 않았다. 열정을 가지고 하고 싶었던 친구들은 불만이었던 것이다. 그룹수를 줄이고 각 그룹의 인원수를 늘렸다. 각 개인의 영향도가 크지 않도록 변경하였다. 이후 한 명이 빠지거나 토론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그룹별 논의가 가능한 인원수로 변경한 것이다. 

두 친구가 불만을 제기했을 때,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 보다 더 빠르게 내 머리에 떠오른 건 ‘장애인들끼리는 이해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었다.

두 명의 청각 장애인 친구들의 질문으로 알게 된 내가 가진 편견, 


바로 두 번째 편견, 나는 장애인들끼리는 서로 잘 이해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2일간의 우당탕탕 워크숍을 진행하고 마지막 성과물 발표의 시간이 다가왔다.

조별 발표를 조원들끼리 나눠서 진행하기를 권하고 누구나 노력한 만큼 빛을 보는 시간이기를 바랐다.

지적, 발달 장애인이 있는 한 그룹에는 상담학을 전공한 성실한 지체 장애인이 있었다. 그 친구가 어렵사리 조원들을 포용하고 이끌어 상당히 의미 있는 결과 물이 나왔다.

마지막 발표시간이 되자 해당 그룹에서는 매번 지각하고, 조별 활동에서도 참여하지 않던 친구가 발표를 하고 싶어 했다.

참여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채, 발표만 하려는 친구가 얄미웠다. 일단 손을 번쩍 든 친구를 막을 순 없다. 발표를 시도하였지만 내용 파악이 안 된 친구는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참여한 친구들이 나눠서 발표하기를 권했다. 참여도 제대로 하지 않고 빛이 나고 싶어 하는 그 친구가 참 밉상이었다. 


내가 가졌던 세 번째 편견은 바로 장애인은 모두 주눅 들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그들은 비장애인과 똑같은 마음을 가진 청년들이다. 잘하고 싶고, 농땡이도 피우고 싶고, 질투도 하고 잘난 척도 하고, 나서기도 하고, 팀플에서 거저 업혀 가는 그런 친구가 있는 것처럼, 그들도 똑같은 대학생들이었다.  

하나도 다를 것 없는데, 나는 그들을 격려하고 지지해줘야 하는 열등감을 가진 비장애인과 다른 부류로 정의하고 있었다.


나의 마지막 편견은 과도한 예산을 쓴다는 생각이었다. 상당히 좋은 호텔에서 숙박을 하고 호텔 회의실에서 1박 2일의 워크숍을 진행했다. 굳이 대학생 캠프를 이렇게 좋은 호텔에서 진행한다는 것 자체가 예산을 과도하게 쓴다고 여겨졌다. 

하지만 내가 몰랐던 건, 장애인이 묵을 수 있는 호텔은 한정적이라는 것이다.

저렴한 호텔은 장애인 화장실도, 휠체어가 들어가는 룸도 많지 않다.

우리 워크숍은 2층에서 진행되었지만 그 좋은 호텔에서도 장애인 화장실은 1층에 있었고, 휠체어를 탄 장애인 학생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매번 1층으로 내려가야지만 했다.

좋은 호텔을 빌려야만 장애인들도 워크숍이라는 것을 할 수 있다. 


이 워크숍을 통해, 내가 가졌던 편견들은 모두 그들은 우리와 다른 사람이라는 생각에서 비롯되었다. 그들과 나는 다르다는 것을 전제로 한 나의 편견들은 그들을 나와 다른 존재로 구분 짓고 있었다.  한 번도 장애인과 함께 이런 의미 있는 시간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 

왜 유독 거리에서는 장애인을 보기 힘들고, 우리는 장애인과 함께 살아가는 경험을 하지 못한 것일까?

한국 사회의 제도적 특징은  배려라는 명목으로 그들을 배제한다.  

참가한 한 장애인 친구의 바람

[사회 환경만 잘되어 있다면 장애라는 인식을 잊을 수 있을 것이다. ]

그들과 함께 하는 것이 특별하지 않는 그런 날이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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