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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혜 Dec 28. 2023

외국인과 협상-우리 측 통역사를 고용하라.

통역사는 중립적이지 않다. 

한국의 자동차 부품 업체는 인도 생산 파트너와 몇 년의 장기 계약을 맺고 자재를 공급받고 있었다. 최근 인도 파트너는 지속적인 가격 인상을 요구하며 납기를 지키지 않고 있다. 인도 파트너는 원자재 가격 상승과 환율 변동으로 가격 인상을 요구했다. 한국 업체는 관련 근거 자료를 보여 달라고 했지만 대외비 문서가 많아 직접 방문하면 자료를 보여 줄 수 있다고 했다. 

결국 관련 건에 대한 검토와 협상을 위해 인도로 출장을 갔게 되었다.

이런 회의는 대부분 갈등이 생기고, 감정이 격해지는 상황을 겪게 된다.  

한마디로  내가 그곳에서 할 역할은 서로 말로 싸우는 협상을 통역해야 한다.

오랫동안 함께 일한 한국고객은 한 문장 씩 통역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대략의 상황을 사전에 설명해 준 다음, 내가 그것을 정리하여 전달하는 것을 선호했다.

인도 업체와 한국업체 간 통역은 나 혼자였고, 한국 고객의 메시지를 통역하고 나면, 인도 업체의 메시지를 한국고객에게 전달한다.

하지만 내 고객인 한국업체의 메시지 통역이 완료되기도 전에 인도업체가 대충 내용을 듣고, 불리하다고 느끼면 나의 말을 끊고 본인의 입장을 말하기 시작했다.  

결국 인도업체에 의해서 내 통역 내용이 중간에 마무리하지 못한 채 끊어지고, 상대의 메시지를 들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의 큰 리스크는 인도 업체가 말한 메시지를 한국 고객에게 전달하면 한국 고객은 이전 내용이 모두 전달되었다고 간주하고 그 내용을 기반으로 추가 의견을 말한다. 

갈등이 점점 심해지자 인도 업체는 내가 통역하는 중간에 말을 끊고 자기 입장의 전달을 요구하며 상황이 점점 더 심해졌다. 

고객은 어느 정도 이 상황을 이해하고 있었지만 어찌 되었건 내가 통역사의 역할을 다 하지 못한 상황인 것이다. 

이런 상태로는 상대의 태도로 인해 서로의 협상에 있어 완전한 정보의 전달, 특히 내 고객의 정보가 완전하게 전달되지 않는 상황이 연속된다. 한국 고객에게 인도업체에 문제 제기를 해야겠다고 제안하자 한국 고객은 좋다고 했다. 

그리고 다시 한국 고객의 내용을 전달할 때 여지없이 인도업체는 통역 다 듣지 않고 중간에 말을 자르고 본인의 의견을 내기 시작했다. 

결국 난 “제 통역을 끝까지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그 통역을 하러 한국에서 여기까지 왔습니다.”라고 했다. 그러자 인도 업체 측은 흠칫 놀라며 "알았다 말해봐라"라고 했다. 그리고는 나머지 통역을 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인도업체의 태도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계속해서 말하는 도중에 훅 치고 들어오기를 반복했다.  

결국 난 인도업체 중간에 말을 끊고, 말을 하든 말든, 나의 한국 고객의 전달 내용 통역을 끝까지 했다. 마치 속사포 랩을 하듯 열심히 쏟아 냈다. 그러느라 인도인이 이야기를 하더라도 하나도 들을 수 없다. 그러고 나서 다시 “당신이 했던 말을 다시 해달라고 했다.” 

하지만 서로 갈등이 첨예해 지자 한국업체 측도 마찬가지 태도를 보였다. 상대측의 내용을 모두 통역하기도 전에 답변을 하기 시작했다. 

결국 난 그 한국업체의 내용을 전달하느라 일부 인도 측의 말을 전달하지 못했다.

인도 측에서 나에게 “통역 공정하게 해라! 너는 우리 이야기는 다 전달 안 하냐.”라고 불만을 제기했다.  

나는 한 시간이 고용되든 하루가 고용되든 그 순간만큼은 나를 고용한 회사의 직원이다.

그 순간만큼은 내 고객의 입장에서 통역을 해야 한다. 

나를 고용한 고객이 We 가 되고 그 고객의 제품은 Our product가 된다.

그래서 최대한 내의 고객이 원하는 방향으로 통역을 한다. 

사람들은 흔히들 통역이 중립적이라고 착각한다. 공정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양측의 모든 입장을 그대로 전달하는 중간자 적인 입장이라고 간주하고 나에게 불만을 말하기도 한다. 


인도업체의 불만 제기에 “죄송합니다만 저는 오늘 이 한국 고객 측의 직원입니다. 제 고객이 저를 고용했고 그분의 목소리를 내러 왔습니다.”라고 하자 그 인도인은 “그렇게 통역하지 마라, 통역 똑바로 해라”라고 언급했다. 

그래서 그 인도 업체에게 “다음번 회의에서는 통역을 직접 고용하세요.”라고 제안했다. 


이런 갈등이 예상되는 협상 상황은 통역을 직접 고용해야 우리 측에 입장을 이해하고 통역을 하게 된다. 

사실 서류를 검토하기 위해 인도까지 갔지만 모든 서류를 보여주지도 않았고 협상 태도 또한 좋지 않았다. 회의 도중 회의실을 나가더니 한참이나 돌아오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그렇게 나갔다 오면 좀 전에 한 이야기와 다른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

회의에는 들어오지 않았지만 결정권자인 상관을 만나고 다른 전략과 지령을 받아 오는 것이라 짐작할 수 있었다. 

류재언 변호사의 [협상바이블]에서는 안방에서 협상을 진행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언급되어 있다. 익숙한 공간이 주는 심리적 안정감과 함께 본인이 가진 인적, 물적 자원들을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산 현장에 직접 방문하여 공장을 보고 인력 구성을 보고 노동인력의 과도한 책정이나 그곳의 자재 보유 상황 등을 확인할 수 있어서 관련 근거 서류에 대해 좀 더 반박할 수 있는 이점도 있었다. 

 [협상바이블]에서는 상대가 홈그라운드에 있다면 유리함도 있지만 직접 방문함으로써 평소 파악할 수 없었던 정보들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고 했다. 


협상의 장소가 이렇듯 큰 영향을 주듯이, 이렇게 갈등이 첨예한 상황에서는 상대측 통역사가 있다고 하더라도 우리 측에서 통역사를 고용하는 것이 좋다.  

정상회담이나 장관들이 외교 활동에 있어서도 언제나 통역은 두 명이다.

우리 측 통역사와 상대측 통역사가 따로 있다.

우리 측 말은 우리 측 통역사가 전달하고, 상대측 말은 상대측 통역사가 전달한다. 

각각 본인의 고객의 의사를 명확하게 이해하고 가장 잘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객 중 한 분은 본인이 협상 중에 아무래도 흥분 상태가 되면 일부 전달 내용을 빼먹을 것 같다고 했다.

미팅 전 전체 내용을 나와 사전에 모두 공유하고 혹시나 본인이 빠트리게 되면 전체를 모두 전달해 달라고 했다. 이렇게 화가 난 상태의 자신을 잘 파악한 고객은, 전달자인 나에게 사전에 모든 내용을 알려주어 빠짐없이 전달하고자 했다.

또한 감정의 상태에서 직접적으로 소통을 하게 되면, 자칫 실수할 수 있는 무례한 표현도, 한 단계 통역사를 거치게 되면 순화된 표현으로 전달된다. 고객이 욕을 한다고 통역사가 욕으로 전달하지는 않는다. 고객이 이런 욕을 전달해 달라고 요구한다면 통역사는 '욕'을 그대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욕을 했습니다."정도로 통역한다. 감정은 표정이나, 행동과 같은 비언어적인 요소로도 충분히 전달된다. 내용에 감정을 실을 필요는 없다. 그 내용은 내가 고용한 통역을 통해 좀 더 객관적으로 정리하여 전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전술이 수시로 바뀌어야 하는 협상의 경우에는 상대측끼리 하는 말들도 우리 측 통역사라면 비공식적으로 듣게 된 내용도 알려줄 것이다. 


이렇듯 외국인과의 협상 상황에서 비용이 들더라도 우리 측 통역사를 고용할 것을 권한다. 


https://blog.naver.com/janekim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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