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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혜 May 17. 2024

영어 커뮤니케이션 스킬, 동남아에서 배워야 하는 이유

영어 커뮤니케이션 역량은 필리핀, 싱가포르, 인도인에게 배우자.

영어 통역사로 오랫동안 일을 했던 나는 글로벌 비즈니스 문화 이해 강의를 할 때면 알려주는 아주 중요한 영어 공부 팁 하나 있다.

우리는 영어를 제대로 배우려면 영어권 국가, 미국, 캐나다, 호주, 영국 같이 원어민 국가에서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난 영어 커뮤니케이션 역량을 울리고 싶다면 필리핀, 싱가포르, 인도인의 영어를 통해 학습하라고 권한다.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영어를 잘하냐고 묻고, 방법을 알고 싶어 한다. 이미 영어를 어느 정도 하는 한국 사람들조차도 자신의 영어는 언제나 부족하게 느낀다. 어느 정도 영어를 하는데도 불구하고, 외국인들과 함께 하며 영어로 대화를 활발하게 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내가 비즈니스 영어 강의를 진행할 때는 영어라는 언어의 스킬이 아니라 커뮤니케이션의 스킬을 알려주는 시간이다.

많은 한국 사람들이 영어를 잘하면 영어 커뮤니케이션 스킬이 향상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영어실력과 커뮤니케이션 스킬은 완전히 다른 영역이다.  간단히 말 한국말을 잘한다고 소통이 모두 잘 되는 게 아닌 것처럼, 영어를 잘한다고 해서 소통 능력이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

영어 실력은 문법에 맞게 내가 원하는 말을 제대로 빠르게 영어로 전환하여 표현할 수 있는 실력이다. 내가 표현하고 싶은 만큼 그 표현에 맞는 단어들을 많이 알아야 하고 그 단어들을 문법에 맞게 배치하여 입으로 빠르게 발화하는 실력이다.

어느 정도 실력이 올라오면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영어로 바로 머릿속에 정리해서 말로 나올 수 있지만 영어를 학습을 통해 배운 입장에서 영어로 대화한다면 많은 사람들이 머릿속에 먼저 한국어를 떠올리고 그 한국어를 영어로 바꾸어서 말하는 프로세스를 거친다.  머릿속에서 정리된 한국어의 표현이 그대로 영어로 전환되는 것이다. 외국어를 한다고 해도 한국어 커뮤니케이션 스킬, 모국어의 소통 역량을 절대로 뛰어넘지 못하는 이유이다.


그렇다면 나는 왜 이 소통 역량,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싱가포르 인이나, 인도, 필리핀의 표현을 통해 배우면 좋다고 권하고 있을까?

그 이유는 그들이 대화 방식이 한국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미국이나 호주의 커뮤니케이션 방식보다 훨씬 부드럽다.

글로벌 비즈니스 문화 차이에서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커뮤니케이션 방식의 이해이다. 문화 차이의 이해강의에서 자주 언급되는 고맥락 커뮤니케이션 문화와 저맥락 커뮤니케이션 문화를 생각해 보자.

고맥락과 저맥락의 정의와 대표적인 국가로 언급되는 국가는 다음과 같다.

·        고맥락 커뮤니케이션 : 전체적 맥락을 고려해야 이면의 뜻을 이해하는 간접적 표현 방식 (한국, 일본)

·        저맥락 커뮤니케이션 : 직접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 (독일, 미국 등)  

예를 들어

미국 - 당신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I don’t agree on your point.)

라고 직접적으로 의사를 표현한다면 한다면, 동일한 메시지를 한국이나 일본에서는 좀 더 돌려서 말한다.

한국 - 당신의 의견에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It is hard to agree on your point.

일본 – 검토 한번 해보겠습니다. We will review it.

나의 의사를 표현하는데도 불구하고, ‘안된다’가 아니라 ‘안될 것 같아요, 힘들 거 같아요’처럼 무언가로 인해서 내가 안 되는 것처럼 우리는 말한다.

이는 문화적인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부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할 때 상대의 기분을 덜 상하게 하는 방식이다.

저맥락 커뮤니케이션 사람들은 이러한 간접적 메시지 전달 방식에 답답해하기도 한다. 하자는 건가, 말자는 건가, 좋다는 건가 싫다는 건가 그들이 볼 때는 헷갈린다.

고맥락 커뮤니케이션 문화의 사람들이 저맥락의 커뮤니케이션 사람들과 일을 하게 되면 이러한 커뮤니케이션 방식에 상처를 받거나, 기분이 나빠지는 경우가 많다.

독일인과 회의 중 다른 사람 앞에서 나의 의견에 반대를 한다고 생각해 보자. 이럴 경우 다른 사람들 보기도 부끄럽고 내 의견에 대놓고 바로 No를 해버리는 상대에 섭섭한 마음이 생긴다면 우리에겐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한국인의 입장에서 내 의견을 반영하지 않더라도 그래도 나름 낼까 말까 고민하다가 낸 나의 의견에 ‘알겠다, 생각 한번 해보겠다’ 정도로 다른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해 주면 좋겠다는 것이 우리의 바람이었을 것이다.

즉 고맥락적 대화를 해오던 문화의 사람들은 ‘내 의견이 반영이 왜 안 되었을까?’에 초점을 맞추어 다시 한번 생각하기보다, 익숙하지 않은 상황에 그 순간 서운한 마음이 먼저 올라온다. 이렇게 이런 대화 후에는 감정의 동요가 일어난다. 하지만 저맥락적 대화를 하던 이들에게는 일상 같은 이 순간, “why?”라고 되물었을 수도 있고, 다른 의견을 제시하거나, 그냥 ‘내 의견이 이번 상황에는 적절하지 않았나 보다’라고 생각하며 상대에 대한 섭섭함이라는 감정이 아니라 '그럼 어떤 게 좋을까'라고 논의 주제에 그대로 머물러 있을 확률이 크다.

하지만 고맥락적 대화를 하던 사람들은 이에 익숙하기 않기에 감정이라는 것이 따라오게 되고, 이렇게 동요된 감정은 이후의 대화에도 계속 영향을 준다. 쉽게 말해 뒤끝이라는 것이 자꾸 작용한다.

한국인과 일을 해본 일부 외국인들에게서 한국인들은 감정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한다거나 화를 잘 낸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그 이유가 바로 이런 부정적인 상황의 대화를 이어 갈 때, 이성적으로 차분하게 그 주제에 초점이 맞춰지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서 나오는 감정적 동요가 대화로 표현되기 때문이다.


한국인이 감정적인 대화를 한다고 여겨지는 또 다른 이유는 영어라는 언어의 장벽 때문이다.  

한국인이 영어를 학습을 통해 배운다. Yes의 반대 표현은 No이고, do의 반대는 don’t이다. 우리는 이렇게 배웠다.

쉽게 말해 고맥락적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문화에 살던 내가 독일인과 일을 하게 된다면 아닌 건 아니라고 따박따박 말하는데 나는 그렇지 못하니 괜히 내 의견은 무시되고, 그들의 의견에 나는 No라고 말하지 못하니 손해 보는 기분이다. 

그럼 우리는 그런 결정을 하게 된다. 그럼 나도 커뮤니케이션 문화에 적응하기 위해 저맥락적 커뮤니케이션을 해야겠다. 저들처럼 대화해야지라고 마음먹은 후 우리가 하는 대화 방식은 바로 긍정 표현의 반대는 부정적 표현이라는 접근이다.

하지만 독일인, 미국인이 No를 No라고 무조건 표현하는 것만은 아니다. 예를 ‘No를 좀 더 착하게, 예의 바르게 표현하는 법’을 우리는 이해해야 한다. 외국인과 일을 하는 비즈니스 상황에서는 부정적인 상황에서 올라오는 감정들을 자제하고, 좀 더 예의 바르게 나의 부정적인 감정을 설득력 있게 표현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 표현력에서 뛰어난 국가가 바로 싱가포르, 필리핀, 인도이다. 이들 국가들은 한국과 같은 고맥락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국가들이다. 하지만 영어를 우리 보다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이에 대한 표현력이 뛰어나다.   


내가 싱가포르 회사에서 근무할 당시, 다른 직원들과 회의 중 대놓고 No라고 가장 많이 말하는 인간은 나였다. 가장 직접적으로 대놓고 부정을 부정적으로 표현하는 약간은 대범하고 무례해 보이는 인간은 나였다. 그래서 나는 그 싱가포르 업체에 근무하는 동안 타이거라는 별명으로 불릴 만큼, 으르렁 거리는 존재로 인식되었다.

그럼 그들은 어떻게 표현하는 것일까?

한국처럼 영어를 학습으로 배운 것이 아니라 일상의 대화를 통해 영어를 익히고, 일상에서 영어를 활용하는 싱가포르, 필리핀과 같은 국가들의 영어는 훨씬 더 부드럽게 부정의 상황을 표현한다.

예를 들어 NO I don’t agree.라고 의견에 대해 직접적으로 반대하는 대답보다는,

what about this? 그럼 이건 어때?

let’s think about any other ways. 다른 방법이 있는지 한번 더 생각해 보자.   

라고 표현 함으로써 상대의 의견을 대놓고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을 확장한다.


유럽과 아시아권 17개 국가가 참여하여 각 국가의 문화적 차이를 이해하고 교육하는 방법에 대해 논의한 적이 있다. 모든 워크숍과 활동을 각 국가의 문화적 관점에서 평가하고, 피드백하는 상황에서 한국인의 관점에서 부정적으로 느껴지는 부분에 대한 피드백을 하기 위해 항상 나는 고심했다. 어떻게 하면 좀 더 이 부정적인 피드백을 상대가 기분 나쁘지 않게 잘 표현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동안 이미 필리핀에서 온 교수와 공무원 참여자들은 내가 생각했던 부정적인 의견을 누구도 기분 나쁘지 않게 잘 설명했다. 그들의 피드백을 듣고 나면 언제나 나는 ‘맞아! 내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바로 저거야!’라는 생각이 들 만큼, 그들은 내가 원하는 부정적 피드백을 설득력 있게, 누구도 기분 나쁘지 않게 잘 표현했다.


국가적 문화의 차이를 배우더라도 단순한 지식과 적용 방법을 현지인들의 관찰을 통해 찾아내지 못하면, 한국인은 부정적인 피드백에 감정적으로 대하는 존재로 인식되기 쉽다.

글로벌 비즈니스를 하며 다양한 문화의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상대의 문화를 이해하고 적용하는 방법은 단순히 그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문화적 특성에 가장 적절한 방식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단순히 학습으로만 받아들이면, Do 가 아니면 Don’t이라는 방식으로 적용하게 된다.

존 W. 베리 (John W. Berry)의 문화적응 이론에서는 문화적 적응의 최고의 단계는 통합 ( Integration ) 단계이다. 내가 가진 문화를 비판하지도, 무시하지도 않고, 상대의 문화를 미워하지도 않는다.

자신의 문화적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문화의 일원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따라서 영어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의 학습 방법은 우리의 문화적 맥락, 고맥락 커뮤니케이션 문화와 동일하지만 영어를 일상으로 쓰고 있는 국가, 싱가포르, 인도, 필리핀 사람들의 대화를 통해 학습하는 것이 효과적인 이유이다.  

https://blog.naver.com/janekim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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