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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면: 한국인이 세상에 보여 주는 얼굴 이야기

개인이 욕구를 넘어선 타인의 시선을 의식한 행동

by 김지혜

체면이라는 한국 문화는 여러 가지 사회적 현상과 문화와 연결되어 있다.

체면의 정의를 살펴보자.

체면의 정의: 남을 대하기에 떳떳한 도리나 얼굴.

체면 차리다, 체면이 있지 라는 말들은 우리에게 약간 부정적으로 들린다. 뭔가 허례허식과 오래된 비실용적인 행동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체면은 한국인의 일상과 행동에 아주 깊이 배어 나온다. 정의는 남을 대하기에 떳떳한 도리라고 하지만 실상은 ‘남이 나를 어떻게 볼까’에 초점이 맞춰진 사회적 자아 이미지가 중심이다.

체면은 부정적인 작용보다는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작용을 더 많이 하고 있기에 결국 이 체면이 그대로 우리 사회에 남아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나의 아버지는 검소하셨다. 백화점에서 옷을 사는 일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설날이면 우리에게 백화점에서 옷을 사주셨다. 물론 세일하는 옷이었지만 내가 유일하게 백화점 옷을 입어볼 수 있는 기회였다. 근데 왜 명절이었을까? 아버지 고향에 친척들이 모두 모였기 때문이다. 멀끔하게 차려입은 아이들을 보고 ‘우리 집은 잘살고, 아이들도 잘 키운다’는 것을 보여 주려는 아버지의 체면이었다.

명절에 아이들과 함께 고향에 가며, 아이들을 멀끔하게 입혀서 가는 것이 아버지에게는 중요한 가치였다.

어머니도 다르지 않았다. 결혼식이나 친척 모임에 갈 때는 내가 무엇을 입는지 주시하셨다. 나는 엄마와 함께 집안 행사에 갈 때면 엄마가 부끄럽지 않도록 더욱 신경 써야 했다.

이렇게 체면은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자아 이미지를 의미한다. 사회적 체면이라는 것은 지금 한국 사회에 남아 있는 많은 문화 와도 연결된다. 집안 망신을 시키지 않기 위한 화려한 결혼 문화, 장례 문화, 제사 문화, 좋은 차, 명품 소유 등 개인이 욕구를 넘어선 타인의 시선을 의식한 행동이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체면의 긍정적 효과 또한 사회적인 행동으로 흔히 나타난다. 한국은 카페에서 노트북을 두고 그냥 화장실을 다녀온다. 이는 도덕성이 높은 것도 있지만, 타인들의 시선 속에서 내가 의심받을 행동을 하지 않는다. 고기를 구워 먹고도 타인이 냄새로 불편할까 타인을 의식한 행동에서 탈취제를 뿌리고 기다렸다가 대중교통에 오른다. 사람들은 타인은 의식한 체면과 함께 배려가 엮여 있다.

제사문화는 한국에서 오랫동안 며느리를 힘들게 했던 한국의 전통문화였다. 나는 결혼한 이후 첫 명절 제사 준비를 하며 하루 종일 서서 음식 하는 것을 도우며 과거 계급사회의 하인 체험을 처음으로 시작했다. 제사 음식을 하루 종일 준비하고 그 사이 식사 시간이 되면 남성들에게는 상에 제대로 밥을 차려 줘야 하지만 일하는 며느리들은 대충 밥을 때우고 다시 일을 해야 했다. 어제까지 귀한 양반집 딸로 길러지다 결혼이라는 것을 하며 나는 순식간에 천민이 된 기분이었다. 하지만 제사라는 의식은 그들이 가진 과거의 관례와 첫째 아들과 며느리로서 지켜야 할 원칙이자 다른 형제들을 의식한 체면의 복합적 행동이었다. 제사를 지내기 위해 친척들이 모이고 제사가 끝나고 나면 그 음식들을 나누어 먹는다.

체면은 시대에 따라 달라진다. 체면은 집단주의 사회에서 서로 간의 예의와 행동으로 서로를 인식하고, 집단 속에서 긍정적 인식을 받기 위한 행동이다.

체면 문화는 ‘내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보다 ‘타인이 나를 어떻게 보느냐’가 삶의 기회와 관계를 결정하던 시절에서 비롯된 생존 방식이다.

이제는 이런 누군가는 행복하지 않은 전통 고수는 오히려 ‘융통성 없다’는 인식을 만든다. 결국 더 체면을 구기는 구식이라는 인식 주고 있다.


개인에게 체면은 여전히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가치이다. 하지만 이제 자기 주도적인 삶, ‘나’ 자신을 드려다 보기 위해 스스로 노력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이제 다른 방식으로 체면이라는 행동을 하고, 철저히 남의 시선을 위한 행동이었다면 이제는 나를 향한 방향도 바라보는 법을 연습하며 행동의 변화를 이루어 가고 있다.


글로벌 문화 이해 전문가

해외 문화 이해

다양성, 문화 간 이해 강사

janekimjh@naver.com

김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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