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보다 어려운 한국어 커뮤니케이션의 특징 3가지

by 김지혜

통역사들 간에 하는 명언이 있다.

“고객이 개떡같이 이야기해도 찰떡같이 알아들어야 한다.”

외부 통역사들이 처음 고객을 대하며 고객의 말하는 스타일에 대해서 불만을 제기하기 어렵다. 이럴 때 마인드 컨트롤을 하며 결국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어떻게 말하든 고객의 말을 잘 알아 들어야 하는 것이 우리의 임무임을 상기하는 명언이다.

통역사가 느끼는 개떡같이 말한다는 것은 어떻게 말하는 걸까?

한국어라는 언어적 특징으로 인해서 영어보다 어려운 한국어 커뮤니케이션의 특징 3가지를 살펴보자.


첫 번째는 한국어는 주어와 목적어가 없어도 말이 된다.

우리는 한국말을 할 때는 잘 느끼지 못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영어는 주어와 목적어가 없으면 문장을 만들 수가 없다. 회의를 하고 나서 “그대로 진행하세요”라고 말한다면 대략 우리는 누가 진행하는 건지, 무엇을 진행하는 것인지 이해한다. 하지만 그 맥락적 공유가 없는 사람에게 완전하게 문장을 이해하기 어렵다. 주어, 누가진행하는 것인지, 목적어, 무엇을 진행 하라는 것이지를 이해해야 영어로는 온전히 문장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래서 통역사는 묻는다. 프로젝트를 영업팀에서 이전에 하던 방식대로 진행하라는 거죠?”

이렇게 없는 주어와 목적어를 잘 찾아주면 고객은 통역을 잘한다고 칭찬한다.

통역사를 할 정도의 영어 실력이면 이런 문장을 영어로 통역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이는 영어 실력이 아니라 주어와 목적어를 잘 찾아내서 그 맥락을 빠르게 이해한다는 것이다. 사실 이건 커뮤니케이션 스킬에 가깝다.

위계적인 한국 조직에서는 부장님, ‘누가 하라는 말입니까, 무엇을 그대로 하라는 말입니까?’ 이렇게 묻지 못한다. 알아서 잘, 딱 깔끔하게 센스 있게 알아들어야 일 잘한다고 인정받는다.

함께 오래 일을 하던 사람들은 매번 부족한 맥락의 대화에서 부장님의 의도를 예측하고 학습한다. 주어와 목적어를 잘 못 판단해서 시행착오를 거쳐 학습의 여정을 거친다.

하지만 고객은 자기가 말하는 스타일에 주어와 목적어가 없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다. 직위가 높은 사람이라면 더욱더 스스로는 인지를 못한다.


내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셀프 테스트 해볼 수 있는 방법이 최근 나왔다. 바로 Chat GPT 같은 AI이다. 이미 학습된 것 말고, 원하는 것을 입력해 보면 내 말을 잘 못 알아듣고 엉뚱한 답변을 하는 것을 본 적 있을 것이다. 내가 맥락이 부족한 상태로 프롬프트를 넣었다는 말이다. 영어기반으로 개발된 AI는 지금도 한국적 맥락 파악에 엄청난 돈을 쏟아붓고 있다. AI 결과가 한국적 맥락에 맞는지 확인하는 일을 해달라는 요청을 수시로 받는다.

내 말에 주어와 목적어가 명확한가만 살펴도 메시지 전달은 더 원할 해진다. 주어와 목적어를 분석해 가며 대화해야 하는 상대의 에너지를 줄여주고 분석의 오류로 인한 오해를 줄일 수 있다.


두 번째 한국어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어려움 요소는 모호성이다.

‘수고하셨습니다.’라는 말은 상황을 알아야 영어로 통역할 수 있다. 잘한 것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칭찬하는 것인지(Job well done), 결과는 좋지 않지만 그래도 고생했다는 의미인지 (Thank you for your effort)

상황에 따라서 다르게 전달된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보자. ‘잘 좀 챙겨주세요’ 무엇을 잘 챙겨야 하는 걸까? 일을 제대로 챙겨서 잘 되어 가는지를 보라는 것일 수도 있고, 누군가 사람을 잘 돌봐 달라는 것일 수도 있다. 주어가 없으니 모호하다. 구체적으로 챙기다의 의미도 서로 다를 수 있다. 납기를 잘 챙겨서 늦지 않게 해 달라는 것인지, 품질을 잘 챙겨서 불량 나지 않게 해 달라는 것인지 이전의 대화나 맥락을 알지 못하면 온전히 이해하기 어렵다.

이렇듯 한국말은 구체적이지 않은 표현들이 많다. 다양한 해석을 아우르는 이런 단어들은 모호하며 의사 전달이 명확하게 이루어지기 어렵다.


세 번째는 한국어의 빌드업(build-up) 방식의 대화 스타일이다.

미국 사람들이 한국 사람들과 회의할 때 힘들어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이다.

한국의 어문구조를 살펴보자. 한국어는 기본적으로 [주어-목적어-술어]의 순이다. 술어, ‘하다, 안 하다, 되다, 안된다, 했다, 안 했다’가 문장의 마지막에 나온다.

반면 영어의 어문 구조는 주어 바로 다음에 술어가 나온다. ‘I can, I cannot, I will do, I will not do, It did it, I didn’t do'

이런 이유로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된다는 말이 있다.

“이번 주 업무가 꽤 많으셨을 텐데요, 그중 하나인 보고서 상황 일정이 조금 빠듯한 것 같습니다. 혹시 내일까지 초안 준비가 가능하실까요?

이렇게 한국어는 빌드업 방식으로 맥락을 쌓아가면서 결론까지 도달하는 방식이다. 특히나 부정적인 대화를 할 때 이런 스타일은 강화되고 결론 앞에 더 많은 배경설명을 하게 된다.

예를 들어 “오일과 가스 분야 프로젝트 경력이 있나요?”라는 간단한 질문에 No라는 답변을 해야 하는 경우 설명 없이 바로 안 해봤다고 하기에는 아쉬움이 있다. 그럼 이렇게 답변할 가능성이 크다.

“우리는 오일과 가스 분야의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해서 3년간의 시간을 들였다. 성공시키려고 TF 팀을 구성하여 많은 인력도 투입했다. 하지만 전쟁이라는 상황으로 인해 운송비가 상승하고, 자재 값이 상승하여 단가를 맞추지 못해 결국 수주하지 못했던 경험이 있다.”

부정적인 대화나 부탁을 해야 할 때 한국인은 미안하기도 하고, 뭔가 제대로 안 된 것에 대한 충분한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서 그 맥락이 더 많아진다.

이런 경우 동시통역을 할 때는 더욱 힘들다. 결론의 술어가 나오지 않으니 문장을 계속 끌고 가고 앞의 주어와 술어를 마지막에 다시 한번 remind 하든 연결해줘야 한다. 앞의 내용을 설명을 다 하고 마지막에 결론을 알게 되니 "그래서 오일 & 가스 분야에 경력이 없다."라는 는말은 결국 통역하면서 마지막에 하게 된다.

미국 투자자들을 오랫동안 통역했었다. 매일 수없이 미팅을 해야 하는 이들에게, 시간은 금이다라고 생각하는 미국인들에게 이러한 장황한 설명은 대화하기 힘들다고 여긴다. 이런 경우 바로 중간에 말을 자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서 해봤다는 건가요, 안 해봤다는 건가요?”

결론 전에 설명이 장황한 사람들에게는 이런 걱정이 있다. No(안 해봤다)라고 하기에는 아쉬움이 있고 그래도 할 수 있는 역량이 있다는 설명을 더 하고 싶은데 못한다고 생각할까 봐 설명이 꼭 필요하다고 여긴다.

장황한 설명 뒤에 No라는 말이 나올 때 상대는 앞의 장황한 이야기로 기대를 하고, 결국 No 안 해봤다는 결론에 실망한다. 그리고 앞의 스토리를 들으며 계속 같은 강도의 에너지레벨로 듣고 있어야 한다.

반면 No but, No, because라고 결론부터 이야기하고 이후에 설명을 하는 경우 대부분 좀 더 오랫동안 이야기를 들어줄 확률이 높다.

미괄식 대화에서 보다 두괄식 대화를 하는 것이 에너지 소모가 낮다. 왜냐면 일단 ‘안 해봤구나’라는 원하는 답변을 듣고 나면 이후의 대화 내용은 다른 에너지 레벨로 들어도 된다. 내가 듣고 싶은 답은 들었다. 하지만 추가적인 설명은 내가 원하는 만큼 집중하면 된다. 뒤의 설명은 어느 정도의 집중력으로 들어야 할지, 아니면 대충 들어야 할지를 내가 판단할 수 있다. 듣다 보니 TF팀을 구성한 적이 있다는 말에 “그럼 그 팀이 아직 있나요?”라고 되물을 수 있다. 까칠한 투자자들도 두괄실, 결론 먼저 이야기하면 뒤에 설명들을 더 길게 들어주는 경향이 있다.


딱 집어서 말할 수 없지만 대화하기 힘들다고 느끼는 상대가 있다면 이 3가지 특징을 살펴보자.


대화를 할 때 이 3 가지만 주의해도 훨씬 대화가 잘 된다고 상대는 느끼게 된다.

1. 주어와 목적어를 넣자.

2. 구체적으로 말하자.

3. 두괄식으로 말하자.


김지혜 (Jane Jihye Kim)

글로벌 역량 강화/문화간 이해/외국인 한국 사회,비즈니스 문화 이해(영어진행)

퍼실리테이터/DEI trainer /영어 통역사/다양성과 포용성을 위한 문화 토크 커뮤니티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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