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부르면 그렇게 된다.

난 세상이라는 무대의 주인공

by 김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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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w!! 끝은 없는 거야 지금 순간만 있는 거야, 난 주인공인 거야 세상이라는 무대 위에.

Show! Rule은 없는 거야 내가 만들어 가는 거야, 난 할 수 있을 거야 언제까지나 영원히~”


김원준의 노래 <Show>의 이 구절은 나에게 박카스다.


신입 시절 노래방을 가면 괴성의 고음으로 악을 쓰며 부르곤 했다.

마치 실수투성이 신입으로 무너져 가는 나의 멘탈을 다잡기 위한 주문과 같은 구절이었다.

“세상의 주인공”이라는 주문은 부족한 나를 향한 사람들의 눈빛을 견디게 해 주었고, 드라마 주인공 처럼 실수나 실패가 끝이 아닐 것이라 믿게 해 주었다.


칩 히스, 댄 히스의 저서 [스틱]에서는

‘비유는 이미 알고 있는 개념을 연상시킴으로써 간결한 메시지를 더욱 이해하기 쉽게 만든다.’고 했다.

훌륭한 비유는 엄청난 위력을 발휘한다고 한다.


이렇게 개인에게 세상이 무대라는 비유를 ‘쇼’의 노래에서 사용했다면 직장을 무대로 비유한 회사가 있다.

바로 디즈니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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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랜드에서는 직원을 직원이라고 하지 않고 출연자/배우 (Cast Members.)라고 칭한다.

식당에서 근무를 하건, 화장실 청소를 담당하건 모두 디즈니랜드라는 무대의 배우인 것이다.

배우는 무대에서 아무렇게나 행동할 수 없다.

내가 무대에 출현하고 있는 배우라는 개념은 많은 기준을 정립해준다.

배우는 무대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우리는 이미 잘 알고 있다.


이렇게 상징적 비유를 아주 잘 활용한 회사가 또 있다.


바로 애플 스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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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스토어에 근무하는 서비스 직원들은 지니어스(genius)라고 불린다.

지니어스들이 애플 디바이스를 수리하는 테이블은 지니어스 바(Genius Bar)라고 부른다.

그냥 나무 테이블에 불과하지만 지니어스들은 지니어스 바에서 서비스의 달인처럼 고객의 문제를 해결해 준다.

파트타임으로 일을 하더라도 핸드폰을 수리하러 온 고객은 지니어스가 나의 핸드폰을 회생해줄 천재, 전문가라고 여긴다.

또한 직원 스스로도 전문성을 발휘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가진다.


어떤 타이틀을 붙여주는가, 어떤 비유를 하는가에 따라 이미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가 정의된다.


이러한 개념은 우리가 하는 일상의 작은 활동에도 적용 가능하다.


난 예전에 세명의 워킹맘들과 질문을 페이스북에 올리는 프로젝트를 실행했다. 총 누적 질문수가 100개가 될 때까지 돌아가며 질문을 올리는 프로젝트였다.

처음에는 멋지고 심오한 질문을 하기 위해서 애를 썼다면 나중에는 숙제를 해 내는 것에 힘겨워하기도 했다.

이 실행 프로젝트를 나는 "아지랄(아줌마도 질문 날마다 할란다!) "라고 이름 지었다.

• 아줌마 3 명

• 100개의 질문

• 월 ~ 토, 하루 1개 질문

• 6월~9월 ( 4개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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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지랄]이라는 팀 명은 누가 무엇을 어떤 주기로 해야 하는지 Action 에 대해 설명하는 아주 쉬운 용어였다.

우리의 대화는 쉬웠다. "아지랄 해주세요." "아지랄 팀, 아지랄 모여라", 등으로 우리는 쉽게 연대감을 형성하고 쉽게 잊어버린 해야 할 질문을 상기시켜 주었다.

이 작은 프로젝트가 마무리된 후 각자 나름의 성취감을 느끼는 우리는 더 많은 워킹맘과 연대하여 또 다른 프로젝트를 실행하고 있다.


이번에는 5명의 워킹 맘들과 매일 각자 맡은 요일에 내가 뽑은 좋은 글을 페이스북에 올리는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내가 이 프로젝트를 하고자 하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 힘든 워킹 맘과 함께 무언가를 하면서 연대감을 형성하자.

- 숙제를 위해 잠시 짬을 내어 책이나 좋은 글을 읽으며 위로받자.

- 서로의 좋은 글을 읽고 공감하자.

- 여전히 부족한 엄마로서 직장인으로서의 나를 인정하자.


이러한 목적으로 함께할 사람들에게 접근하고 설득했다.

힘겹고 외로운 워킹맘들을 설득하는 건 생각보다 쉽다.

우리는 여전히 누군가와 연결되고 연대하고 싶다. 단지 바쁠 뿐이다.


이 프로젝트 명에 모든 의미를 담고 싶었다.

[아지랄]의 경험을 통해 해야할 일(action) 보다 워킹맘으로 하고자 하는 나의 원래의 의도에 더 큰 의미를 두고 싶었다.

그리하여 정해진 활동의 이름은 “모자람”

‘엄마(母, 모)도 자란다’라는 뜻이다.


아이를 키우며 아이만 자라는 것이 아니라 우리 엄마들도 함께 자라고 있다는 의미이다.

한마디로 '부족해도 괜찮아. 실수해도 괜찮아!'라고 스스로에게 서로에게 이야기하고 싶었다.

우리의 [모자람] 프로젝트는 2월부터 시작하여 6월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다. 그리고 다음 주면 100번째 모자람으로 우리의 좋은 글 100개 프로젝트는 끝이 난다.

우리는 서로가 지정된 날짜에 글을 올라오지 않아도 어느 누구도 즉각적으로 알리지 않는다. 며칠이 지나고 카톡 방에 간단하게 알려준다.

워킹 맘에게는 분명 이런저런 바쁜 이유들이 있을 것이고 혹여 잊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냥 잠시 짬을 내서 나를 위해 책을 읽거나, 좋은 문구로 위로 받을 시간을 가졌는가가 중요하다.

난 내가 이 프로젝트를 하고자 했던 의도를 매번 설명하지 않아도 ‘모자람’이라는 이름만으로 우리는 부족해도 되고 실수해도 되고 하지만 여전히 지속하고 성장하고 싶은 엄마임을 서로가 이해하고 있었다.


여러 가지 의미를 내포하고 싶다면 비유적이고 상징적인 이름으로 네이밍을 해보면 어떨까?

훌륭한 비유는 엄청난 위력을 발휘한다고 한다고 하지 않는가?

Show의 "세상이라는 무대의 주인공"

말만 들어도 접었던 어깨가 약간으 펴지는 것처럼 말이다.


누군가 그렇게 부르면 그렇게 되려 할것이고

그렇게 불리면 그렇게 되고 싶어지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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