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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돈]이라면 나의 시간 가치는 얼마인가?

시간의 가치가 낮은 사람이 높은 사람에게 맞추는 현실

by 김지혜

나는 독일 회사 소속 한국 컨설턴트로 통신 네트워크 고객 경험 조사 인터뷰를 매년 진행한다.

전문가와의 인터뷰는 언제나 큰 인사이트를 준다.

각 통신사의 전문가와의 인터뷰를 따라잡기 위해 네트워크 관련 교육을 독일 본사에서 매년 받는다.

전문가의 인터뷰 중 내가 전문가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아차리면 전문가는 더 쉬운 수준으로 내용을 수정하거나 피상적인 이야기만 하는 경향이 있다.

혹은 나에게 관련 설명을 하느라 소중한 시간을 써버릴 수도 있다.


전문가의 입장에서 시간은 돈보다 귀하다.

시간을 내기가 어려운 전문가 8명과 개인별 최소 30분에서 1시간까지의 인터뷰 일정 잡는데 꼬박 2주가 걸렸다.


시간을 내기도 어려운 전문가의 일정이 잡히면 그 시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매번 나의 역량을 다시금 돌아보게 하는 부분이다.


처음 만나는 누군가와의 대화와 인터뷰에는 여러 가지 절차와 역량이 필요하다.

상대와 라포를 형성해야 하고,

정보와 의견 공유에 대한 편안함과 안전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독일에서 제공한 인터뷰 질문지를 참조하여 질문을 이어나간다.

전문가의 의견에 닿을 수 있을 질문과 경청, 리엑션으로 이어진다.

매년 다양한 분들과의 만남은 설렘보다 긴장감이 크다.


2017년 처음 이 일을 시작할 당시 독일 질문지를 받아 그대로 진행하기에도 바빴다.

고객의 의견을 제대로 경청할 수 없었다. 기술적인 내용도 파악하기 버거웠다. 이게 모델명인지 제품명인지, 통신 규격인지 등...

답변에 따라 더 깊이 있는 질문을 이어가기보다는 주어진 질문을 빠뜨리지 않고 이어가기에도 버거웠다.

매년 빠르게 변화하고 발전하는 통신 네트워크 시장을 따라잡는 것도 어렵지만 내게는 더 어려운 것이 있다.


바로 전문가와 인터뷰 일정을 잡는 것,


'시간은 돈이다'라는 말을 우리 모두 안다.

시간의 가치를 동일하게 측정한다면 영화 '인 타임'에서는 [돈의 가치=시간의 가치]는 동일하고 누가 더 많이 가졌냐에 따라 부가 결정된다.


영화 '인 타임'의 장면

그 가치가 동일하다면 영화처럼 시간은 화폐를 대신해도 될 것이다.

결제 수단이 오직 '시간'인 영화 '인 타임'에서는 빈부격차가 곧 수명 격차다. 예) 커피 한 잔 4분



우리가 사는 실제 세상의 거래 수단은 시간이 아니라 돈이다.

실제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시간의 가치는 모두 다르다. 비즈니스에서 시간의 가치가 결국 나의 가치다.

통신 분야 전문가와의 인터뷰에서 시간당 비용/업무 관련성/상하관계/갑을 관계 등을 고려한다면 당연히 전문가의 시간당 가치가 나보다 높다.

결국 내가 그들의 시간에 맞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시간의 가치가 낮은 사람이 시간의 가치가 높은 사람과의 미팅을 위해 기다려야 하고 엑스트라가 주연배우가 올 때까지 대기하고 있어야 한다.

시간의 가치 차이는 차별스럽지만 우리가 당연히 마주하는 현실이다.


바쁜 내가 스스로 가장 멋지게 느껴지던 때가 있었다. 어딘가에게, 누군가에서 언제나 필요한 인간이라는 생각은 스스로 가치 있는 인간으로 느끼게 한다.

하지만 나에게는 함께 시간을 보내야 할 가치를 가늠하기 힘든 고부가가치의 아이들 생겨났다.

그리고 나이가 들면서 시간을 내어 쉼이라는 것을 가져야 하는 품질이 나빠진 체력도 실감한다.

어느 순간부터 바쁜 것을 떠나 시간당 얼마를 받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비즈니스에서 바쁘다는 것과 시간의 가치는 관련성이 크지 않다는 것도 알았다.


덜 바쁜 사람이라는 말은 한가해서 시간이 더 많다고 해석할 수도 있지만 시간의 가치가 높아서 스스로 조절 가능하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인터뷰 일정을 잡다 보면 가끔 직급이 높은 사람과 일정 잡기가 더 쉽다.

직급이 높을수록 정해진 미팅 일정과 스케줄이 있다.

정해진 일정 속에서 언제 시간을 낼 수 있는지를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직급이 낮을 사람일수록 언제 어떤 일이 떨어질지 모르고 그 일을 마치기 위해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어 바쁠 확률이 높다.

비즈니스에서 내가 가진 시간의 가치로 나라는 브랜드의 시장 가격을 짐작할 수 있다.

시간의 가치 격차가 클수록 서로 마주할 가능성도 줄어든다.

나는 이 프로젝트에서 시간의 가치 격차를 최대한 매우기 위해 그들의 스케줄에 맞추고 네트워크 용어를 공부하고 트렌드를 교육받고 학습하다. 그들의 시간을 사기 위한 나의 노력이다.

올해 고객 인터뷰를 앞두고 다시 한번 나의 시간의 가치를 되짚어 본다.

더 높은 시간 가치를 가진 이의 시간을 낭비하지 않기 위해 나는 제대로 준비하고 있는가?

나는 나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고 있는가?

나는 나의 가치를 제대로 활용하고 있는가?

나는 시간의 가치를 어떻게 좀 더 높일 수 있을까?



https://youtu.be/ePVhTLLo-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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