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리엔 그룹 신유통 브랜드 RISO, 상하이 상륙
올해 2월, 알리바바는 중국 최대 오프라인 유통 기업인 바이리엔 그룹(百联集团)과 업무 협약(MOU)를 체결하며 신유통 전략에 박차를 가했습니다. 본격적으로 오프라인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입니다.
바이리엔 그룹 (百联集团)
: 기존 4개(上海市第一百货集团, 华联集团, 友谊集团, 物资集团)의 기업을 합병 및 개편하여 탄생한 초대형 국유 상업 유통 기업이다. 전국 25개의 성, 자치구에 총 7,000개의 오프라인 쇼핑 매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중국 500대 기업 중 16위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 최대 온라인 전자 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와 최대 오프라인 유통 기업인 바이리엔 그룹의 만남은 언론과 업계 관계자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습니다. 합작 첫 소식이 들려온 지 5개월여의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 중국 언론은 앞다퉈 바이리엔의 신유통 시장 진입에 관하여 이야기합니다. 바이리엔에서 신유통 브랜드 매장인 RISO를 상하이에 오픈하며 불은 더 크게 타올랐습니다. 중국의 관심이 집중된 이곳에 제가 직접 다녀왔습니다.
RISO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무엇이 떠오르나요? 제 주변인에게 RISO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떠오르는 이미지를 묻자 다양한 답이 돌아왔습니다. 다이소, 미니소와 같은 매장을 떠올리는 친구들이 있는가 하면 리조또가 생각난다는 친구들도 있었고 이유는 모르겠으나 공룡이나 악어가 생각난다는 상상력이 풍부한 친구들도 있었죠.
RISO는 이탈리아어로 ‘쌀’이라는 뜻으로 ‘생활 본래의 맛’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에 덧붙여 바이리엔 그룹의 COO인 장션위(张申羽)는 다음과 같이 간략하게 RISO를 소개했습니다.
RISO의 핵심은 융합(融)이다. 공간과 장면의 융합, 라이트 푸드와 품질의 융합,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융합, 미식과 상품 구매 및 다양한 산업 간의 융합. RISO에서는 밥을 먹고 책을 보고 쇼핑을 하며 음악도 들을 수도 있다. RISO는 예술과 문화 등 다양한 산업 생태계와 융합하여 손만 뻗으면 언제든 닿을 수 있는 고품격 라이프 스타일을 실현할 것이다.
위에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바이리엔 그룹은 오프라인 유통 영역의 거대 공룡 기업입니다. RISO의 사업 모델과 운영 방식은 허마셴셩(盒马鲜生)과 비슷하지만 바이리엔 그룹이 이미 다져놓은 탄탄한 유통 체인을 바탕으로 타 브랜드에 비해 매우 안정적인 상품 공급이 가능합니다.
RISO에서 판매되는 4000개의 제품은 식음료 70% (매장 내 푸드코트 포함), 농수산물 25%, 일용품 5%로 구성되어있으며 이중 60%은 수입 제품입니다. 핵심 제품과 주력 상품을 포함한 85%의 상품은 자영 방식으로 판매되고 있습니다.
RISO는 오프라인 사업의 강점을 바탕으로 양질의 제품을 보다 편리하게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오프라인 유통 체인에 온라인을 결합하여 쇼핑을 위해 드는 소비자의 시간,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죠.
온, 오프라인 통합은 고객에게 어떤 이점을 가져다 줄까요?
첫째, 회원정보 연동. RISO의 모바일 App은 기존 바이리엔에서 출시한 ‘I百联’과 회원 정보 연동이 가능합니다. 회원 기본 정보, 결제 관련 정보 등을 하나의 아이디로 관리할 수 있습니다.
둘째, 온라인 주문 배송 서비스. 배송 서비스는 RISO 매장을 기준으로 3km 사이의 지역에 거주하는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제공되며 1시간 내 배송을 목표로 합니다. 20위안(한화 약 3,200원)부터 무료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20위안 이하는 5위안의 배송비가 추가됩니다. 매장 내에서 판매되는 음식과 음료 역시 배송이 가능합니다.
셋째, 온라인 주문 후 오프라인 매장에서 직접 수령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상품 보관일에 제한이 있습니다. 고객은 모바일 App를 통해 주문한 뒤 2일 내에 매장에 방문하여 제품을 수령해야 합니다.
고객만 편리해졌느냐? 그건 아니죠. RISO는 온,오프라인의 고객 정보, 재고 정보 등을 통합 연동 관리하여 매장 운영의 효율을 높였습니다. 빅데이터를 통해 당일 매출 예상이 가능하며 재고 및 상품 정보 통합 관리가 가능합니다.
RISO의 내부 모습은 푸드와 쇼핑의 경계가 사라졌다는 것을 제외하면 대체적으로 한국의 기존 마트들과 매우 닮아있습니다. 도서, 푸드, 쇼핑, 휴식의 수요를 한 공간에서 해결이 할 수 있죠. 마트라기보단 쇼핑이 가능한 문화생활 공간에 가깝습니다.
쇼핑을 제외한 나머지 카테고리는 사업적 이윤을 위해서가 아닌 고객 유입용으로 사용되고 있으나 RISO의 주 소비층이 25 ~ 45세 사이의 중산층 고객인 만큼 추후 이를 중심으로 사업 확장에 나설 가능성이 큽니다.
라이트 푸드(轻食)
: 라이트푸드는 특정한 식료품이 아니라 임의 식품의 형태를 의미한다. 맛을 보장하는 건강식으로 여기서의 ‘라이트’는 식품 자체에 관련된 것이 아니라 기존 식품 조리보다 낮은 부담과 스트레스를 통해 건강한 식품을 섭취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RISO는 ‘라이트 푸드(轻食)’ 을 지향합니다. RISO 매장의 50%의 면적이 카페와 푸드 코트로 이뤄져있을 정도로 라이프 푸드는 RISO의 핵심이라 볼 수 있습니다. 매장 내 푸드 코트는 RISO에서 직접 오픈한 매장으로 판매되는 메뉴 역시 자체 개발합니다. 미쉐린 2스타 요리사들을 초빙하여 메뉴 개발 관련 조언을 얻고 있으며 비정기적으로 매장 내에서 요리하는 모습을 공개하여 소비자의 신뢰를 얻고 있습니다.
맛이 궁금하시죠? 따종디엔핑(大众点评)의 자료에 근거하면 RISO에서 판매되는 음식의 평균 평점은 7.6 (10점 만점)으로 중상위 등급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매장 내에서 판매되는 모든 농수산물은 매장 내에서 전문 요리사를 통해 현장에서 조리 후 식사를 할 수 있고 반가공하여 집에 가져갈 수도 있습니다. 조리 방식 및 정도에 따라 비용은 차이가 있으나 가공 비용은 약 25위안 정도로 RISO의 목표 소비자층이 사무직 회사원들인 것을 고려하면 큰 부담은 없는 편입니다.
RISO는 바이리엔의 탄탄한 공급망을 통해 전국 각지에서 신선한 농수산물을 들여오고 소비자는 RISO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를 통해 식품 조리 부담을 낮춰 집에서도 다양한 음식을 섭취할 수 있게 됐습니다.
시간 순서로 인해 RISO는 오픈과 동시에 엄청난 관심을 받았습니다. 알리바바와의 합작 소식이 들려오고 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매장을 오픈했기 때문입니다. 다들 ‘알리바바가 바이리엔과 손을 잡고 출시한 매장은 어떤 식으로 운영이 될까? 어느 부분에 알리바바의 기술 또는 빅데이터가 접목된 것일까?’ 하는 궁금증이 가득 어린 시선들로 바라보았죠. 하지만 알리바바와의 합작 결과를 묻는 메시지에 바이리엔 관계자는 “RISO는 바이리엔 그룹이 단독 출시한 신유통 브랜드 매장으로 알리바바와의 합작은 관계되어있지 않다.”라고 답했습니다.
RISO는 알리바바와 바이리엔 그룹이 합작을 발표하기 전부터 이미 출시가 준비되어있던 신유통 브랜드 매장입니다. 하지만 RISO에서 추후 각 지역마다 해당 지역 유통 체인의 중심 역할을 할 수 있는 지역 본점을 개설하고 하위에 여러 분점과 편의점을 운영하여 채널 다원화를 통한 유저 및 사업 확장을 계획하고 있는 만큼 빅데이터, 자동 재고 관리 시스템 등에서 알리바바와의 합작이 진행될 것이라 예상됩니다.
신유통(新零售)의 이점은 소비자가 아닌 기업에 있습니다. 주된 소비가 오프라인 매장 내에서 일어나던 기존 유통 방식에서 한 단계 발전된 신유통 모델의 핵심은 온, 오프라인의 통합과 함께 스마트 물류 시스템이 추가되고 모든 데이터가 빅데이터로 통합 관리된다는 것입니다. 소비자에게 혁신적인 새로운 서비스가 제공된다기보단 기업 입장에서 활용 가능한 데이터가 많아지고 이를 통해 운영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이점이 생기는 것이죠.
기업의 유통 모델이 신유통으로 전환되면 오프라인 매장은 소비자들이 제품과 서비스를 체험하는 장소로 변화하게 됩니다. 실제 구매가 일어나기도 하나 구매 자체가 오프라인 매장의 운영 목적은 아닌 셈입니다.
알리바바, 징동, 빙고박스로 대표되는 스마트 편의점들의 사업 진행 상황을 지켜보면 확실히 신유통은 중국 시장의 새로운 트렌드임에 분명합니다.
비록 쇼핑과 푸드의 경계가 사라진 것을 제외하면 바이리엔 그룹에서 출시한 RISO와 기존 마트 사이에 큰 차이는 존재하지 않으나 아직 알리바바와의 합작이 진행되지 않은 점을 고려한다면 충분한 시간을 두고 지켜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