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편의점 보편화 초읽기 돌입
중국체인경영협회와 보스턴컨설팅그룹이 발표한 ‘2017 중국 편의점 발전 보고’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중국 내 프랜차이즈 편의점의 숫자는 10만 곳, 브랜드는 260가지, 매출은 1300억 위안(약 21조2745억원)에 달합니다.
이미 중국 편의점은 상당수 모바일화가 돼 있습니다. 45%에 해당하는 고객이 온라인(모바일)을 통해 편의점 서비스를 이용합니다. 그리고 모바일 결제 모듈을 도입한 편의점은 97% 비중을 차지합니다. 보통 이러한 형태를 두고 O2O(Online to Offline)라고 하죠. 핵심은 결제입니다. (중략)
허나, 중국의 편의점은 O2O만으로 설명하기에 뭔가 부족합니다. 오히려 지난 2016년 알리바바그룹 창업주인 마윈이 언급한 ‘신소매(新零售; 신링쇼우)’ 영역에 빠르게 들어서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 중국서 벌어지는 편의점 혁명
타오바오 편의점, 징동 편의점, 볜리펑(便利蜂) 등 최근 중국에서 가장 핫한 키워드는 ‘스마트 편의점’입니다. 알리바바 마윈이 2016 항저우 윈치 대회(杭州云栖大会)에서 언급한 미래의 5가지 트렌드 중 하나인 신유통(新零售)의 선두 주자로 스마트 편의점이 부상하고 있는데요. 그중 Bingobox(缤果盒子, 이하 빙고 박스)라는 기업이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빙고 박스는 2013년 설립된 기업으로 자체 물류 네트워크를 통해 현재 중국 5개의 도시에서 무인 편의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1천만 달러의 A 시리즈와 10억 이상의 B 시리즈 투자를 유치했으며 연매출은 1천 만 위안(한화 약 17억 원)에 달합니다.
상하이에는 현재 총 2곳에서 빙고 박스가 운영 중이며 각각 오상(欧尚/Auchan)과 따룬파(大润发)가 상품 공급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빙고 박스는 다음 2가지 크기로 나뉩니다.
中 사이즈: 4.8m(L) * 2.6m(W) * 2.76m(H), 500 SKU
大 사이즈 : 6m(L) * 2.6m(W) * 2.76m(H), 800 SKU
장소에 관계없이 15 ㎡의 규모만 있다면 어디든 설치가 가능하며 컨테이너 건축물 구조에 아래 바퀴가 달려있어 필요에 따라 이동이 가능합니다. 바퀴 때문에 조금씩 이동하는 거 아니냐고요? 평상시에는 지면에 고정이 되어있고 관리자의 앱을 통해 조작을 해야만 이동이 가능하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기존 편의점의 한 달 운영 비용이 최소 15,000위안(한화 약 250만 원)인 반면 빙고 박스의 한 달 운영 비용은 약 2,500위안(한화 약 40만 원)입니다. 기존 편의점 운영 비용의 20%로 스마트 편의점 운영이 가능한 것이죠. 24시간 무인으로 운영되고 매장 규모가 작아 인건비와 임대비용을 대폭 절감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낮은 운영 비용은 상품 판매 금액에 영향을 줬습니다. 빙고 박스에서 판매하는 제품의 대부분은 기존 편의점 대비 2~30% 저렴합니다.
빙고 박스의 사용 프로세스는 쉽고 간단합니다. 스마트폰 하나만 있다면 모든 것이 가능하죠.
출입문 잠금 해제 프로세스
단계 1. 출입구 옆에 부착된 QR 코드 스캔
단계 2. 빙고 박스 위챗 공중 계정으로 이동
단계 3. 스마트폰을 통한 실명 인증
단계 4. 출입구 잠금 해제
위챗 또는 빙고 박스 앱을 이용하여 출입구 옆에 부착된 QR 코드를 스캔하면 음성 안내와 함께 출입문이 자동 개방됩니다. 앱을 이용하면 바로 잠금 해제가 가능하지만 위챗은 매장 및 고객 관리를 위해 핸드폰 인증 단계가 추가됐습니다.
나올 때는 어떻게 하죠? 상품을 구매한 경우에는 자동으로 문이 열립니다. 상품 구매를 하지 않은 경우엔 문 옆에 부착된 QR 코드를 스캔하거나 비상용 버튼을 누르면 잠금이 해제됩니다.
구매하고자 하는 물건을 다 골랐다면 결제를 해야겠죠?
결제는 빙고 박스 안에 있는 셀프 카운터를 통해 직접 진행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게 정말 신기했는데요. 좌측 검정색 센서판 위에 상품을 올려놓으면 우측 모니터에 자동으로 상품명, 가격, 총 금액이 표시됩니다. 모니터 우측에는 3가지 QR 코드 (위챗 페이, 알리페이, 앱 결제)가 함께 표시되고 원하는 결제 수단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셀프 결제를 통해서 한 번에 최대 5가지의 상품을 동시 구매할 수 있으며 5가지 이상의 상품을 구매하려면 나눠서 결제를 해야 합니다.
빙고 박스의 모든 것은 통합 시스템을 통해 관리됩니다. 관리자 페이지와 앱을 통해 상품 판매 데이터, 재고 수량, 유저 데이터 분석이 가능하며 이를 기준으로 매일 정해진 시간에 매장 관리 담당자 방문하여 매장을 점검하고 부족한 재고를 채워 넣습니다. 담당자가 매장을 점검하고 재고를 보충하는데는 채 20분이 안 걸립니다.
빙고 박스의 가장 큰 문제는 24시간 무인으로 운영되는 매장 특성상 절도의 위험이 크다는 것인데요. 의외로 빙고 박스는 실제 운영을 시작한 지 6개월 이상이 지났으나 그동안 도난 사고가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도대체 어떻게 가능한 걸까요?
우선 첫째로 빙고 박스에서는 매장 관리와 운영을 위해 24시간 연중무휴로 고객센터가 운영되며 CCTV를 통해 매장 내의 모든 상황이 녹화됩니다. CCTV는 담당 직원이 24시간 모니터링하여 절도 의심 상황이 발견되면 경보음이 울리며 안내 방송이 나가는 동시에 출입문이 자동으로 잠깁니다.
둘째, 빙고 박스에서 판매되는 모든 상품에는 위 사진처럼 금속이 들어있는 하얀색 라벨이 부착되어 있습니다. 라벨은 상품의 신분증과 같습니다. 이를 기준으로 결제 시 상품을 분류하고 결제 여부를 판별하죠. 고객이 결제를 하지 않고 출입 통로를 지나는 경우 역시 경보음이 울리며 안내 방송이 나가는 동시에 출입문이 자동으로 잠깁니다.
셋째, 스마트 도난 방지 시스템. 아무리 CCTV 가 24시간 녹화 및 모니터링 되고 도난 방지를 위한 라벨이 부착되어있다고 하더라도 사각지대에서 라벨을 손상시킨 뒤 훔쳐 갈 수도 있겠죠? 이를 방지하기 위해 출입 통로에는 스마트 도난 방지 시스템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빙고 박스를 나가려면 반드시 상품 스캔 구역(扫码区)를 지나야 하는데 위에서 소개한 하얀색 라벨을 통해 실제 결제 데이터와 고객이 가지고 나가는 상품 데이터를 비교 대조하여 확인합니다. 고객이 라벨을 훼손한 경우 출입문은 개방되지 않습니다.
미래의 새로운 유통 방식으로 자리 잡을 신유통(新零售)에 대한 의견이 궁금해 메시지를 보냈더니 빙고 박스 관계자는 다음과 같이 답했습니다.
“빅데이터는 기업의 사업 이윤을 위해서가 아니라 대중의 생활 편의를 위해 사용되어야 한다. 빙고 박스는 빅데이터를 통해 매장 운영자에게 매장 관리의 편의를 제공하고 혁신 기술을 활용한 운영 시스템을 바탕으로 고객에 서비스 사용 편의를 제공할 것이다.”
중국에선 신유통(新零售)을 대표하는 스마트 편의점이 점차 보편화되고 있습니다. 며칠 전까지 진행된 618 온라인 쇼핑 페스티벌에서 알리바바와 징동은 신유통으로의 전환 의지를 언뜻 내비쳤는데요. 스타트업과 거대 공룡들까지 뛰어든 신유통 시장이 앞으로 어떻게 발전해 나갈지 기대를 해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