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챗 공중계정 반드시 필요한가?
오늘날 중국은 텐센트에 지배당했다고 이야기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개인 및 사내 메신저, 정보 검색 엔진, 생활 O2O 서비스, 온오프라인 결제 등 그들의 손이 뻗쳐있지 않은 곳이 없다. 놀라운 건 이 모든 서비스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인데 이 복잡한 네트워크의 중심에 바로 위챗이 있다.
2016년 말, 텐센트에서 발표한 ‘2016년 위챗 데이터 보고서’에 따르면 위챗의 한 달 액티브 유저 수는 8억 명을 넘어서고 하루에 평균적으로 90분가량 위챗 내에 머문다. 우리는 이를 근거로 위챗을 중국의 국민 메신저라 부른다. 하지만 위챗은 단순한 메신저가 아니다.
서비스가 처음 시장에 나온 2011년까지만 해도 위챗은 그저 단순한 메신저에 불과했다. 그러나 2012년 8월, 위챗 공중 계정 서비스가 오픈되며 모든 것이 바뀌었다. 서비스 대상은 개인에서 기업과 단체로 확장되었고 위챗은 무서운 속도로 유저를 늘려갔다. 유저가 모이자 기업은 위챗을 마케팅 채널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상상을 초월하는 양의 데이터가 위챗으로 모이고 위챗을 통해 퍼져나가게 된 것이다. 독보적인 유저 수를 바탕으로 비약적인 성장을 이룬 위챗은 오늘날 가장 영향력 있는 미디어 채널이자 중국 생활의 필수 앱(App)으로 자리매김했다.
위챗의 이런 영향력을 증명이라도 하듯 인터넷에서 ‘중국 마케팅’을 검색하면 ‘위챗 공중 계정’과 관련된 글이 가장 많이 검색된다. 그런데 위챗 공중 계정은 정말 좋은 마케팅 수단인 걸까?
공중 계정을 홍보하는 글들은 대부분 위챗이 갖고 있는 유저 수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국민 메신저라 불릴만큼 유저 수가 독보적이니 이보다 좋은 마케팅 채널은 없다는 것이다. 홍보사가 말하는 것들 중에 거짓은 없다. 다만 우리는 그들이 주장하는 ‘팩트’의 유통기한을 확인해야할 필요가 있다.
중국의 전문 리서치 기관인 ‘아이리서치’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6년 말을 기준으로 공중 계정 누적 수가 1,200만 개를 돌파했다. 2015년 이후 증가 속도가 대폭 감소하기는 했으나 여전히 매일 5,000개가 넘는 공중 계정이 새로 생겨나고 있는 셈이다. 눈 감았다 뜨면 새로운 서비스가 나와있는 오늘날 아직까지 이 정도의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는 걸 보면 여전히 트렌드는 트렌드라고 할 수 있다.
위챗 공중 계정은 분명 사람들의 생활 방식과 정보 획득 방식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사람들은 더 이상 바이두(Baidu)와 같은 검색 엔진에서 자료를 찾아보지 않는다. 1,200만 개의 공중 계정이 매일 70만 건 이상의 정보를 제공하니 굳이 내가 직접 가서 검색을 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그런데 공중 계정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며 유저들의 이탈률이 눈에 띄게 증가하기 시작했다. 왜일까?
심각한 정보 동질화 현상 + 광고 증가
전체 유저 중 78.8%의 유저들은 정보 획득을 목적으로 공중 계정을 구독한다. 가만히 앉아서 내가 원하는 카테고리의 정보를 매일 받아볼 수 있으니 이보다 완벽한 채널이 또 있겠는가.
하지만 공중 계정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며 부작용이 생기기 시작했다. 심각한 정보 동질화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동일한 주제를 다루는 공중 계정이 늘어나면 자연스레 콘텐츠가 겹치는 일이 늘어난다. 이 경우 콘텐츠 제작 능력을 갖고 있는 계정이라면 기존 정보를 큐레이팅 한 뒤 자신의 색을 입혀 유저들에게 제공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계정들은 기존 정보를 그대로 배포하는 선에 그친다. 전문성이 사라진 것이다. 또한 마케팅을 위한 공중 계정의 증가로 광고글이 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실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공중 계정 구독 취소 중 대부분이 콘텐츠 동질화 현상과 광고성 글의 증가, 주제에 벗어난 콘텐츠 배포 등으로 인해 발생한다.
정보 획득을 위해 공중 계정을 구독하는 유저들이 반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공중 계정을 통해 제공되는 콘텐츠에 대한 기대치는 다른 플랫폼에 비해 상당히 높은 편이다. 유저들의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공중 계정은 가차 없이 버림받는다. 콘텐츠 제작 능력에 따라 유저 수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공중 계정의 문제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계정 운영에 드는 비용이 크다는 것도 큰 단점이다. 흔히들 공중 계정은 앱이나 페이지를 따로 제작하는 것도 아니고 위챗에서 기본적인 가이드라인을 제공해주니 돈과 시간을 현저히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도 정말 그럴까?
운영을 위한 기술적 부분, 운영에 드는 자금을 생각한다면 그들의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 실제로 기술적인 개발 없이도 충분히 공중 계정을 운영할 수 있다. 물론 여러 복합적인 기능을 넣고 싶다면 기술적인 뒷받침이 필요하겠지만 말이다.
그럼 페이스북 페이지를 운영하는 거랑 다를 게 없잖아?
맞다. 페이스북 운영과 다를 게 없다. 이미 완성된 플랫폼에 여러 경쟁사들이 놓여있고 각 계정은 그 속에서 유저들의 관심을 끌어모으기 위해 콘텐츠를 제공하거나 이벤트를 진행한다.
하지만 위챗은 페이스북이 아니다.
그렇다. 위챗은 페이스북이 아니다. 플랫폼의 특성 차이로 인해 두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정보는 자연스러운 차이를 갖는다. 페이스북의 콘텐츠는 뉴스피드를 내리면서 가볍게 확인하고 넘어갈 수 있는 것들이 상대적으로 많다. ‘오락적 요소’에 포인트가 맞춰져있는 것이다. 하지만 위챗은 다르다. 유저가 위챗 공중 계정에서 정보를 확인하려면 계정에서 보내는 push를 통하거나 직접 그 계정에 들어가 확인을 해야 하는데, 공중 계정의 구성상 하나의 정보를 보기 위해서는 반드시 자신이 보려는 콘텐츠를 클릭해야만 확인이 가능하다. 콘텐츠를 보기 위해 거쳐야하는 프로세스가 많은 만큼 유저는 그에 상응하는 정보를 얻길 기대한다. 그래서 공중 계정을 통해 제공되는 콘텐츠는 보다 전문적이다. 타 플랫폼 계정 운영보다 많은 노력과 주의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있다.
공중 계정은 시장 내 경쟁이 심하고 진성 유저로의 전환 속도가 매우 더뎌 지속적인 운영을 보장하기 힘들다는 게 현실이다. 공중 계정을 개설했다고, 기업 인증을 마쳤다고 좋아할 일이 아니다.
다들 알다시피 중국은 콘텐츠 유료화가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 중이다. 가치만 있다면 얼마든지 돈을 지불할 의향이 있다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가고 있다. 콘텐츠 유료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은 작가들이 밥벌이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졌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그만큼 콘텐츠에 대한 유저들의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공중 계정을 통해 유저를 모으고 상품 또는 서비스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고 싶다면 공중 계정을 통해 제공되는 정보의 질이 어느 정도는 보장되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서비스와 콘텐츠는 일정 이상의 전문성을 갖고 있어야 하며 운영자는 콘텐츠 제작 능력이 있어야 한다. 또한 단순히 정보만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유저와 지속적인 소통이 필요하다.
공중 계정은 중국인을 대상으로한 좋은 마케팅 수단이 될 수 있다. 중국인들의 생활 곳곳에 텐센트의 손이 뻗치지 않은 곳이 없기 때문이다. 어디로든 연결될 수 있는 고리는 충분히 갖고 있다. 하지만 운영이 쉽지 않다. 괜히 공중 계정을 전문적으로 운영 및 관리해주는 회사들이 있는 게 아니다. 전문적인 콘텐츠를 제공할 자신이 없다면 아예 시작하지 않는 편이 낫다.
만약 전문 콘텐츠를 제공할 자신이 있고 브랜드 또는 서비스의 인지도가 어느 정도 있다면 공중 계정과 함께 샤오청쉬를 활용해볼만하다. 그러나 말했듯이 ‘인지도’가 어느 정도 뒷받침됐을 때나 가능한 일이다.
올해 1월에 오픈된 ‘샤오청쉬(小程序)’는 오픈과 동시에 시장의 주목을 받으며 위챗 생태계의 핵심 키워드로 떠올랐다. 기업의 기술 개발 부담을 줄이고 유저의 접근 문턱을 낮춰 위챗의 앱 유동량을 그대로 서비스에 몰아줄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에서 나온 것들이었다. 서비스 오픈으로부터 시간이 조금 흐른 지금, 샤오청쉬의 인기는 많이 시들해졌다. 혁신적인 서비스임에는 분명하나 샤오청쉬를 통해 이득을 볼 수 있는 서비스의 범위가 매우 좁기 때문이다.
우선 샤오청쉬는 사용을 위해 거쳐야 하는 단계가 생각보다 번거롭다. 무조건 하나의 샤오청쉬를 검색해야만 기능이 활성화된다. 서비스 존재 자체를 모르면 당연히 검색을 못할 거고 그럼 당연히 샤오청쉬를 사용할 일도 없다. 앱 다운로드의 번거로움은 사라졌으나 유저를 대상으로 한 ‘홍보’가 우선되어야 하니 여전히 제자리인 셈이다.
샤오청쉬를 활용할 수 있는 기업은 여전히 인지도가 있는 기업으로 한정된다. 논리 사유 같이 유명한 공중 계정을 운영하고 있거나 디디추싱처럼 이미 유저들에게 인지도가 있는 기업이거나 요즘 핫한 모바이크 같은 기업들만이 샤오청쉬를 활용하여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들 중 콘텐츠 제작 및 배포가 주 서비스인 논리사유와 같은 공중 계정은 샤오청쉬를 개발할 필요도, 이유도 없다. 콘텐츠는 공중 계정을 통해 충분히 배포할 수 있으니 말이다.
이미 많은 유저를 보유하고 있는 디디추싱, 모바이크 같은 기업들은 샤오청쉬를 개발하여 유저들의 편의를 증진시킬 수 있다. 샤오청쉬는 확실히 앱을 다운받는 번거로움이 없어 새로운 유저를 끌어들이는 데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 물론 일정 이상의 인지도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샤오청쉬가 가장 잘 활용될 수 있는 분야는 모바이크와 같은 서비스 진행 프로세스를 갖고 있는 곳이다. 서비스의 시작 자체가 ‘QR 코드 스캔’인 경우 위챗을 통해 스캔을 하면 바로 샤오청쉬 페이지로 연결되니 사용자는 앱을 설치하지 않아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고 기업은 위챗 자체를 자신들의 앱으로 활용할 수 있다.
콘텐츠 제작 능력과 인지도에 따라 공중계정과 샤오청쉬의 활용도가 달라진다. 다만 안타까운 건 국내의 중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들의 인지도가 그다지 높지 않아 샤오청쉬 개발을 해도 유저가 사용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것이다. 마지막 남은 희망은 공중 계정인데 국내 기업 또는 개인들이 중국에 맞는 콘텐츠 제작 능력을 갖고 있는가 하는 것도 의문이다.
모든 사업은 해당 국가에 대한 이해가 우선되어야 한다. 여기서 통했으니까 당연히 저기서도 통하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은 쉽게 무너진다. 모든 플랫폼이 그렇듯 위챗도 그렇다. 잘 사용하면 보석이 되지만 자칫하면 시간 낭비가 되기 쉽다. 위챗의 유저들의 다른 플랫폼 유저들에 비해 콘텐츠에 굉장히 예민하다. 위챗 공중 계정을 통해 효과를 보려면 기본적으로 해당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갖고 있는 콘텐츠가 주기적으로 업데이트 되어야 한다. 이것이 위챗 공중 계정 운영의 기본이다.
자 그렇다면 공중 계정을 개설하고자 하는 당신은 얼마나 전문적인가? 당신은 당신의 전문성을 담은 콘텐츠를 제작할 능력이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