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위챗이 아닌 QQ 메신저인가?
중국의 국민 모바일 메신저 하면 다들 위챗(微信,wechat)을 떠올리실 겁니다. 그런데 항상 위챗과 함께 이야기되는 메신저가 하나 더 있죠? 바로 텐센트(腾讯,Tencent)의 또 다른 메신저인 QQ입니다.
QQ 메신저의 시작은 모바일이 아닌 PC 였습니다. 텐센트는 2003년에 들어서야 모바일용 QQ 메신저를 론칭합니다. 위챗이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중국 국민 메신저는 QQ 였습니다. 그러다 2011년에 텐센트에서 기존의 QQ와 비슷한 기능을 가진 위챗이라는 모바일 메신저를 론칭했고 사용자들이 대거 위챗으로 옮겨갔습니다. 당시 QQ는 문자 메시지만 지원을 하고 있었고 위챗은 문자와 음성 메시지를 모두 지원 했기 때문에 이야기를 나누려면 매번 귀찮게 글자를 입력하던 사용자들은 위챗을 통해 수고를 덜 수 있었습니다.
微信和QQ第二个区别是语音通信。过去QQ没有语音通信功能,全部靠打字。语音通信让微信的体验和传统手机QQ有很大的区别。- 출처 : 马化腾:这就是微信和手机QQ最大的区别
위챗은 후에 하나의 마케팅 채널로 사용되기 시작하며 기존엔 없던 다양한 사람들이 몰렸고 각 사용자 개인에겐 라이프 스타일 그 자체가, 기업에겐 고객과 기업을 연결해주는 소통의 창구가 되어주며 또 다른 전성기를 맞이합니다.
그런데 요즘 중국의 95后(95년 이후 출생자) 들은 위챗이 아닌 QQ를 사용한다고 합니다.
QQ는 결코 한물 간 메신저가 아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당신이야말로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이다.
QQ 사용자의 연령이 낮아졌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임이 분명합니다. 데이터에 따르면 44.8% 사람들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QQ를 사용하기 시작하고 26.3%의 사람은 중학교 1학년이 되어서야 위챗을 사용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28.9%의 2000년 이후 출생자들은 위챗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최근에 발표된 위챗 생활 백서에 따르면 위챗의 사용자 중 60%는 15세 ~ 29세 사이의 젊은 사람들이며 이전의 QQ가 커버하지 못했던 상위 계층의 사용자들을 끌어들였습니다. 위챗과 QQ의 사용자 구성이 점차 분화되고 있습니다.
- 출처 : 为什么95后、00后玩我们剩下的QQ,而不是微信?
위챗(微信 + wechat)의 MAU는 8억 명입니다. 굉장히 큰 숫자죠? 하지만 우리가 시대에 뒤떨어졌다고 하는 QQ의 MAU는 무려 9억 명입니다. 데이터만 본다면 QQ가 더 인기 있는 메신저인 셈입니다.
QQ와 위챗은 위 기사에서 언급된 바와 같이 사용자 구성이 확연히 구분됩니다. QQ는 흔히 말하는 年轻人이, (아 뭐 그렇다고 해서 제가 95년 이전 출생자 분들을 늙은이라 비하하는 건 아닙니다. 저는 93.. 그래도 아직은 이 시대의 젊은이...) 위챗은 성인 비중이 높습니다.
왜 위챗이 아닌 QQ 인가?
중국 학생들이 위챗이 아닌 QQ를 사용하는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간단히 살펴보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우선 콘텐츠에 대한 수요 차이와 부모 세대와의 거리감을 두기 위함 입니다. QQ에서 위챗으로 넘어간 사람들 중 꽤 많은 사람들은 자신들의 부모 세대가 이미 QQ를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위챗을 사용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QQ는 당시 사용자도 너무 많았고 연령대의 폭이 굉장히 넓었습니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서비스를 이용했는데, 이런 점이 당시의 젊은 세대에겐 QQ가 시대에 뒤떨어진 메신저라고 생각하게 만들었을 겁니다. 하지만 이젠 그와 정반대의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내 사생활을 부모에게 들키고 싶지 않은 건 예나 지금이나 똑같고 5년 전 사람들이 윗 세대를 피해 위챗으로 도망갔듯 젊은 세대들은 그들을 피해 다시 QQ로 돌아오고 있습니다.
다시 한번, 왜 위챗이 아닌 QQ인가?
가장 큰 원인은 메신저의 성격 차이
하지만 가장 큰 원인은 메신저 성격의 차이입니다.
아까 잠시 위챗이 마케팅 수단으로 쓰이기 시작했다 이야기했었는데요. 위챗은 메신저에서 그치지 않고 공중 계정(公众号)과 샤오청쉬(小程序) 같은 서비스를 오픈하며 다양한 사용자들을 자신의 서비스 영역 안으로 끌어들였습니다. 이러다 보니 사용자는 위챗을 통해 타인과 소통하거나 안부를 묻기보단 자신이 필요한 정보를 얻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정보의 전달 통로로 사용합니다. 시작은 메신저였지만 위챗을 중심으로 생태계가 형성되며 하나의 플랫폼이 돼버린 거죠.
QQ는 메신저의 기본인 '소통'에 충실한 메신저입니다. 또한 메신저의 성격이 매우 개방적인 편입니다. QQ 空间은 오픈 플랫폼이기 때문에 내 친구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열람할 수 있습니다. 내 친구가 아닌 사람들과도 자유롭게 소통하고 싶어하는 젊은층의 욕구와 완벽히 맞아 떨어집니다. 이에 비해 위챗은 조금 폐쇄적입니다. 好友(친구)가 아니면 위챗 모멘트를 볼 수 없고 모멘트에는 사생활과 관련된 글이 게시됩니다. 그래서 위챗을 통한 사적인 관계는 보다 긴밀하게 연결됩니다. 오프라인에서 이미 만나본 적이 있는 내 친구들이 그대로 위챗 친구로 흡수되기 때문입니다.
위챗과 QQ의 기본 기능은 비슷합니다. 하지만 위챗이 모바일 메신저에서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변화하면서 중국의 젊은 세대는 역으로 '자유로운 소통'을 위해 QQ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서비스의 포커스가 어디에 맞춰졌나에 따라 자연스럽게 사용자의 연령대가, 사용 방식이 달라진 겁니다.
텐센트의 주력 서비스인 게임이 QQ와 많은 연결 고리를 갖고 있는 것도 학생들이 QQ 메신저를 많이 사용하는 이유 중 하나라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개인의 PC와 모바일 사용 빈도에 따라서도 사용하는 메신저가 달라집니다.
위챗과 QQ는 사용자 특성과 연령이 다르기 때문에 자연스레 각 공간에서 다루는 콘텐츠가 다릅니다. QQ는 사용자의 연령대가 낮아서인지 조금은 유치한 내용들도 많이 올라오는 편입니다. 하지만 오히려 그런 유치함이 비슷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서로 긴밀한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QQ나 위챗이나 기능은 비슷하지만 내 옆 친구가 QQ를 쓰기 때문에 나도 QQ를 쓰고, 우리 사이에서 화제 되는 이야기들이 위챗이 아닌 QQ에 올라와있기 때문에 QQ를 쓰는 거죠. QQ를 중심으로 하나의 또래 문화가 형성된 겁니다. 남들이 유치하다고 하면 뭐 어떱니까 우리들끼리 재미있으면 그만인걸요.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메신저이지만 주력 서비스에 따라 사용자들의 구성이 점차 분화되고 있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도 위챗은 비즈니스의 소통 창구로, QQ는 개인 간의 소통 창구로 더욱더 견고하게 자리 잡을 겁니다. 텐센트는 오히려 이 점을 강점으로 활용하여 95后,00后 유저들을 QQ를 통해 묶어두려 하겠죠.
비슷한 오픈 소셜 네트워크 플랫폼인 웨이보의 시대는 이미 저물었고 이젠 텐센트 왕국의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몇 년 뒤 QQ를 사용하던 학생들이 주 소비자층으로 전환되면 QQ의 위력은 더 강해질까요? 아니면 그들이 다시 위챗으로 돌아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