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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neFly Jan 17. 2019

18. 광화문 광장

- 한 번쯤 생각해볼 문제

몇 시간 전, 우연히 채널을 돌리다가 EBS 다큐프라임을 시청했다. 제목은 [광화문 광장- 도시의 심장을 바꾸다]. 서울에 살 때 틈만 나면 걸어 다녔던 곳이 광화문과 오랜만에 보는 가수 이상은의 조합이 채널을 고정시키기에 충분했다.  


처음 서울시가 광화문 광장을 만든다고 발표했을 때 환영보다 우려가 더 많았다. 행인보다 차가 중심인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가시적으로 차선이 줄어드니 더 막힐 거라고 생각했다. 물론, 막힌다. 하지만, 그곳은 옛날부터 쭉 막혔다.   


처음 광화문 광장이 완성되었을 때 양쪽에서 차량들이 뿜어내는 이산화탄소를 뿜어내는 곳에 왜 세로로 긴 광장을 만들었는지 이해할 수 없었고, 지금도 솔직히 모르겠다. 내가 너무 광장이라는 모양 (square)에 집착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사각형이 아니어도 괜찮다. 적어도 원형이나 타원형이라도 돼야 하지 않을까?  


광화문 러버 (lover)로서 처음 이 곳을 방문했을 때 나도 모르게 인상이 찌푸려졌다. 사람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려고 한 장소에 세종대왕 동상이 웬 말이며 지하에 있는 '세종 이야기'라는 박물관도 뜬금없었고, 그늘 하나 없는 뙤약볕인데도 파라솔이나 벤치 등 쉴 곳이 없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게다가 반대쪽으로 건널라치면, 같은 장소에 직선으로 횡단보도가 없고, 광장을 통해 다른 방향으로 이동해야 반대편으로 건너갈 수 있다. 용기 없는 나는 속으로 욕했지만, 서울시 홈페이지와 언론에서 많이 씹어준 덕분에 벤치도 생기고, 한여름에는 차양도 생기면서 조금씩 보완이 되었다. 그렇지만 여전히 유럽에서 볼 수 있는  광장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게 모두 다 전시행정 때문이다.  


그렇고 생각하던 차에 EBS 다큐 프라임을 보게 된 것이다. 프로그램에 출연한 유현준 교수는 광화문 광장이 전형적인 광장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이유를 적확하게 지적했다. 70-80미터의 가로로 긴 건물이 행인을 지루하게 할 뿐만 아니라 각 건물 1층에 있는 상점이 모두 개성이 없다. 홍대를 예로 들면, 한 거리를 지나가는 데 상점이 32-36개가 있어서 활기차게 느껴지고 소비를 하면서 계속 머물게 되니 자연히 유동인구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광화문 광장이 있는 보도에 있는 상점 중 눈에 띄는 거라곤 별다방 정도가 아닐까? 또한, 광화문 광장에 잘 머물 수 없는 이유는 차선간의 거리 때문이라고 한다. 현재의 6차선은 건널 엄두가 나지 않고 귀찮다. 3차선만 돼도 건너도 되겠다 하는 마음이 생긴다. 생각해보니 나도 그게 귀찮아서 익숙한 지하보도를 이용하게 되어 광화문 광장을 가지 않게 된다. 그러니, 도심 한복판에서 집중을 받을 수 있는 집회 장소나 공공행사 등에 사용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유일하게 보람차게 사용했던 건 탄핵집회일 것이다.


프로그램에 출연한 한 전문가에 따르면, 광화문 옆으로 육조거리가 있었을 당시에는 광화문 정면에서 30미터 정도까지 월대 (난간 정 할 수 있을 듯)가 있었다고 한다. 즉, 광화문 정문과 광화문 광장 사이에 있는 도로가 연결되면 그 정도 길이가 되는 것이다. 만약, 그렇게 복원된다면 현재 광화문 광장에서 광화문으로 어렵게 건너야 하는 문제점이 해결된다. 이 부분은 나중에 영국의 트라팔가 광장 프로젝트와 연결된다.


프로그램을 보면서 알게 된 소식이 있다. 지난해, 서울시가 세종문화회관 쪽의 차선을 없애 광장을 더 넓힌다고 발표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월대 쪽을 복원할 계획도 포함되어 있다. 이 구조에 따르면 광화문 정문에부터 광화문 끝까지 연장될 수 있게 되고, 그 전문가의 말처럼 '역사의 의미를 되새기면서도 현재와 미래의 공간을 만들 수' 있게 된다. 당연히 또 교통문제가 나올 것이다.


출처 : https://www.sedaily.com/NewsView/1RY7BIYY5F

어떻게 그런 계획을 세웠는지 궁금했는데, 이번 다큐프라임을 보고 알게 되었다. 영국 런던의 트라팔가 광장이 그렇게 만들어졌다고 한다. 원래는 사면이 도로여서 이 사각형의 과장은 정말 '섬'이었다고 한다. 그러다 한 프로젝트를 통해 national gallery 쪽의 도로를 없애고 광장을 넓힌 것이다. 이후로 이 곳에는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벤치도 있고, 버스킹 하는 사람들의 노래도 듣고, 분수대에 앉아 이야기도 나누는 이상적인 광장이 된 것이다.


물론, 남의 것을 따라 한다는 게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 모방에서 시작해서 창의력이 발현될 수 있는 거니까. 더 이상 서울 시민은 아니라 할 말은 없지만, 그래도 서울을 갈 때마다 항상 들르는 광화문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이번 프로젝트도 또 다른 전시행정으로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미국 대사관, 교보문고, 현대해상, 세종문화회관 등의 가로로 긴 건물들의 1층이 재미있게 변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심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만큼 넓어진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계획이 있는지 궁금하다. 모든 것이 복합적으로 동시에 진행되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한민족인 우리는 참을성이 별로 없다는 게 또한 실패의 확률을 높일 수밖에 없다.


유럽처럼 골목과 골목을 연결하여 어디로 나오든 광화문 광장으로 모이게 되는 걸 바라는 게 아니다. 좁은 집이 답답해 나와 있을 공간이 필요해서도 아니다. 유현준 교수의 말대로 광장이 없으면 빈부의 격차는 더 커진다는, 돈을 내야 머무를 수 있는 카페가 아닌, 시간을 보내면서 여러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눠볼 수 있으며, 때로는 아무 생각 없이 쉬어갈 수 있는 무료인 광장이 되기를 바란다. 이다음에 갔을 때는 얼굴을 찌푸리며 건너가기 바쁜 곳이 아닌, 잠시라도 머물러 보고 싶은 곳으로 변했기를 바란다.  


덧글) 다큐프라임의 소제목인 '도시의 심장을 바꾸다'는 방송 내용과는 안 어울리는 느낌이다. 이미 변화가 이루어진 듯한 인상을 줘서 내용과 매치가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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