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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ne Jun 10. 2022

뱀장어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나요?

그림책을 읽어본다 11:  <Think of an Eel>

<뱀장어를 생각해 보라>(Think of an Eel)    Karen Wallace    Mike Bostock   1993    Walker Books


뱀장어를 전혀 모르고 있었다.

장어 같은 기름진 생선을 좋아하지 않아서 먹은 기억도 없고 그 거무스름한 색과 뱀 같은 외형만 나의 사고 속에 있었다. 그러나 그건 이 그림책 이전이었다.

지금은…

인간이 필요에 의해 먹어 젖히는 자연이 중요한 만큼 그 자연에 대해 알고 생각해 보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을 뼈저리게 하고 있다.


뱀장어라는 물고기는 그 이름을 음식의 재료로 주로 들어온 터라 특별한 감흥이 없다. 단순하게 바다에서 나는 음식물의 한 가지로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캐런 월리스(Karen Wallace)의 글은 서두의 설명에서부터 그런 무심한 생각을 가졌던 나를 바로 일어나 앉게 했다.


그의 설명에 의하면 가을에 뱀장어는 강에서 바다로 나가 사라지고, 다음 해 봄에는 어린 뱀장어들이 강으로 올라온다고 한다. 그리고 오랜 세월 동안 어부들은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 사실만 알 뿐 그 사이에 뱀장어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누구도 알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 물고기가 그 사이 엄청난 거리의 바다를 헤엄쳐가고 온다는 사실이 최근에서야 밝혀졌지만 아직도 우리가 모르는 부분이 많다는 것이 월리스의 설명이다. 이런 설명은 자연스럽게 우리의 주의를 불러일으킨다.


이렇게 주의를 집중시킨 후 시작하는 글은 뱀장어의 수수께끼 같은 행적에 더 호기심을 가지게 만드는 말들로 이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바람조차도 불지 않고 아무 배도 지나가지 않는 사르가소 바다(Sargaso Sea)… 깊은 바다 저 아래 칠흑같이 깜깜한 곳에서”라고 한다.

사르가소 바다는 대서양, 버뮤다에서 더 대양 쪽으로 자리한 바다다. 아마 아무 배도 지나가지 않고 어느 쪽에서건 인간의 땅이 영향을 미치기에는 너무 먼 곳임이 분명하다. 그런 곳에서도 다른 모든 존재의 눈을 피하기라도 하는 듯 뱀장어는 그 바다 심해 밑바닥에서 헤엄쳐 가고 온다는 말이다.


또,

“뱀장어는 미친 듯이 강물을 거슬러 오르고 폭포 옆의 바위를 넘어 헤엄쳐 오른다... 아무것도 뱀장어를 멈출 수 없다”라고 한다.

바다에서 태어나 긴 여정 끝에 자신이 살 곳인 강으로 돌아갈 때의 그 집중과 돌파력은 어떤 것도 멈출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하다는 것이다.


이런 서술은 뱀장어의 존재에 대해 감정적으로 반응하게 만든다. 설명문이 아닌 운문같이 읽어지는 문장은 이런 정서적인 반응을 더 강화시켜 마지막에 생을 마치고 바다 밑으로 가라앉는 뱀장어를 보면서 그 마지막의 몰(歿)을 애도하게 조차 만든다.


그리고서 다시 펼쳐지는 다음 세대의 어린 뱀장어의 모습은 생명에의 경외심 외에는 어떤 다른 생각도 들지 않게 한다.


뱀장어의 일생에 대한 이런 경외심은 마이크 보스탁(Mike Bostock)의 삽화로 인해 더한층 깊어진다.


알에서 부화하여 생을 마감할 때까지 세 번 모습을 바꾸고 색깔도 변하는 뱀장어의 모습이 사실적으로, 그러나 이 경이로운 동물에 대해 감탄을 금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게 표현되어있다.

깜깜한 곳에서 잘 볼 수 있도록 크게 돌출되어있는 검은 눈, 톱니 같은 이빨, 그리고 튀어나온 입을 한 새끼 뱀장어의 모습은 멋지게 예쁘다.

또, 어른이 된 뱀장어의 거세어 보이는 입 모양마저도 웃는 듯한 모습으로 처리한 삽화는 뱀장어를 소중한 애완동물처럼 바라보게 한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웃는 듯한 모습을 한 뱀장어가 한밤중에 강둑으로 올라와 먹이사냥을 한 후 다시 강으로 돌아가는 모습은 그야말로 깜찍하다.


바다에서 강으로 또 바다로 옮겨가며 나타나는 뱀장어의 색깔 변화도 아름다운 묘사의 일부분이다.

바다에서 헤엄쳐올 때의 어린 뱀장어는 투명하면서 동시에 바닷물과 해조류의 색깔을 투영하듯 푸르고 붉은 모습을 하고 있다. 어른이 될 때까지 뱀장어가 주로 시간을 보내는 강 둑 나무들의 색깔을 닮은 초록과 노랑이 섞인 모습도 있다.

그리고 은빛과 검푸른 빛을 띠는 마지막의 모습까지, 보스탁이 그려낸 뱀장어의 색은 아름다우면서 비장하다.


작가와 삽화가가 힘을 합쳐 우리가 무심히 지나치는 이 대단한 물고기의 존재를 알려준다. 그리고 함께, 뱀장어가 증명하고 있는 자연과 생명의 아름다움을 우리 눈앞에 펼쳐 보인다.


“뱀장어를 생각해보라”라는 제목 그대로 이 그림책을 읽은 후에는 저절로 뱀장어를 생각해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뱀장어의 비밀스러운 행적을 더 파헤쳐보고 싶어 질 것이고 뱀장어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오래 동안 <Think of an Eel>을 생각하게 될 것이다.            



본 글의 내용과 사진 이미지는 저작자의 허락 없이는 어떤 형태로도 사용할 수 없습니다.

Copyright 2022 Jane. (삽화 Copyright 2022 m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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