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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소의뿔 Jul 18. 2022

Homo Conflictus의 '말하기'와 '듣기'

Homo Conflictus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말하기'와 '듣기'

얼마 전 한 스타트업 CEO와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우리 둘 다 '소통'에 대해 이야기했다. 소통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었다. 그러나 소통 내용과 소통 방향에 대해 각자 전혀 다르게 생각했다. 그 CEO에게 소통은 회사가 추진하는 일에 대해 구성원에게 전달하는 것이었다. 경영진이 결정한 사안이 일사불란하게 조직과 구성원 개인에게 빠른 시간 내에 전달되는 것이다. 너무 당연한 것 같은데 무언가 부족한 듯했다. 한 방향의 흐름만 있는 느낌. 왠지 불편했다. 내가 염두한 '양방향' 속성의 소통과 상이했기 때문이다.


나에게 소통은 경영진과 구성원이 함께 서로의 생각과 의견을 주고받으며 공통의 이해 관심사를 함께 만들고 찾는 것이다. 정보 교환도 중요하지만 나는 소통의 무게를 '구성원이 서로 다른 생각들을 모아 그 조직만이 가지는 '조직 다움'을 만들어 가는 것'에 두고 있다. 그런 이유로 소통의 기초는 전 구성원이 '말하기'와 '듣기'를 집중적으로 훈련하는 것이다. 과하게 이상주의자 다운 발언이었다. 내뱉고는 바로 후회했지만.... 이내 후회한 것을 다시 후회했다 ㅎㅎ


'코칭'으로 시작해 '비폭력 대화(Non-violent communication)'를 거쳐 요즘에는 갈등조정 및 협상(특히, Alternative Dispute Resolution)'에 꽂혀있다. 이들은 '소통'이라는 큰 테두리 안의 부분들이다. 소통을 알면 알수록 우리가 '말하기'와 '듣기'를 학습하지 않았고 제대로 된 연습 없이 바로 실전에 투입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는 총 없이 전쟁에 나간 것과 같은 것이다. 전혀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경기에 출전한 것이다. 제대로 된 소통을 할 수 없는 것이 너무 당연하다.


소통 같은 소통을 한 적이 없으니 '소통 부재'가 맞긴 하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소통 '부족'보다는 소통 '부재'가 더 정확하다. 소통 부족과 부재는 드러나던 또는 감춰지던 조직 내 갈등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소통이 없을 때와 마찬가지로 소통이 활발할 때에도 갈등은 여전하다. 그렇다면 이런 결론에 이른다. 갈등은 소통의 '유무'와 관련된 것이 아니다! 그러면 진짜 갈등을 촉발하는 것은 무엇일까?


갈등을 의미면에서 조금 더 들여다보면, 한자 갈(葛)은 칡 나무, 등(藤)은 등나무이다. 네이버 국어사전은 갈등을 '칡과 등나무가 서로 얽히는 것과 같이, 개인이나 집단 사이에 목표나 이해관계가 달라 서로 적대시하거나 충돌함. 또는 그런 상태'로 정의한다. 라틴어 갈등은 confligere에서 나왔는데, con은 '함께' 또는 '서로'를 의미하고 fligere는 '충돌/대립/투쟁/상충'을 의미한다. 즉, '특정 상대와 서로 충돌하고 부딪치는 상태'가 곧 갈등이다(협상·조정 매뉴얼, 한국갈등해결센터).


어원과 사전적 의미를 볼 때, 갈등의 원인은 소통의 유무나 빈도에 있지 않다. 갈등은 양 당사자들이 서로 '목표'와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에 발생한다. 따라서 갈등 해결은 각자가 자신의 목표와 이해관계를 명확히 인지하는 것, 나아가 서로가 상대방의 목표와 이해관계를 아는 것으로 시작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필수 불가결한 것이 소통이다! '말하기'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담아야 할 내용'이다. 역시 '듣기'에서 중요한 것은 상대방이 전달한 '목표'와 '이해관계'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다. '나' 중심이거나, 특정 프레임으로 들었다면 이는 '상대방 듣기'가 아니다.


조직에서 소통을 위해 강조한 것이 무엇이었는지, 스킬이나 방법론/툴만 신경 썼던 것은 아닌지, 방향과 대상만 고려한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말하기'와 '듣기'는 형식 안에 잘 담긴 내용이다. 우선 그것부터 점검. 그리고, 다음 단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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