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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net M Nov 16. 2019

거대한 고목나무도 시작은 작은 씨앗이었으니까

황사의 진원지라고 알려진 중국 네이멍구의 마오우쑤 사막.     


이 척박한 환경을 견디지 못하고 모두 떠난 사막에 홀로 남은 청년 ‘바이 완샹’이 있었습니다.

이 야기는 영문도 모른 채 이 청년에게 시집을 와야만 했던 스무 살의 여자 ‘인위쩐’의 이야기입니다.


사막의 모래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일주일을 울던 그녀가 꺼낸 첫마디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여기에 꽃을 심으면 안 될까요?

 꽃이나 나무가 자라면 여기도 사람 사는 곳 같지 않을까요?”     


사막에 꽃을 심는다니, 말도 안 되는 소리였죠.


그러나 그녀는 다음 날부터 새벽 3시에 집을 나서 70리 길을 걸어가 도착한 묘목상에서 하루 종일 일을 했습니다.

그렇게 일한 대가로 얻은 백양나무 묘목 30그루를 업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어요. 그리고는 나무를 심기 시작했습니다.


나무에 준 물이 새어 나갈까 봐 모래를 쓸어 올려 둑을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이글거리는 태양과 끝도 없이 불어오는 모래바람에 나무들은 전멸해버리기 일쑤였습니다.

그녀는 포기하지 않았어요.


임업국에 약간의 임차료를 내고 얻은 넓은 사막 땅에 600그루의 나무를 심었고, 두 부부가 밤낮으로 만든 4km의 울타리와 7km의 용수로 덕분에 그중 200그루의 나무가 살아났어요.

매일 반복되는 과도한 작업량 때문에 첫 아이를 조산하고 둘째 아이를 유산했으나, 그녀의 ‘나무 심기’에 대한 집념은 변함이 없었습니다.     


그녀에게는 모래 언덕을 숲으로 만들어야겠다는 목표가 있었기 때문이었죠.     


무려 7년 동안 반복된 실패 끝에 마침내 인위쩐은 사막에 나무를 심는 방법을 알아냈습니다.

그것은 바로 바람의 방향을 읽는 것이었어요.

나무가 살 수 있는 토양을 만들기 위해 지문이 닳도록 풀씨를 털어내 모래에 뿌렸습니다.

사막에서 풀씨가 뿌리를 내리고 살아날 확률은 10만 분의 1밖에 안됐지만, 그녀의 끝없는 노력으로 군데군데서 싹들이 돋아나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렇게 15년이 지난 1999년, 우연히 도시에 간 인위쩐은 어느새 유명인사가 되어있었습니다.


‘사막에 숲이 있다’는 말을 듣고 신문 기자들이 몰려왔고, 인위쩐은 신문과 방송을 타고 중국 전역에 알려져 자신도 모르는 사이 중국 사막 생태 복원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주요 인사가 되었습니다.     


곳곳에서 사람들이 일손을 돕기 위해 그녀를 찾아왔고, 친척들도 하나둘씩 그녀를 도우러 사막으로 들어왔어요.

모두가 외면한 버려졌던 사막 땅에 숲이 생기고, 길이 뚫리고, 우물이 생기고, 이제는 4,000평 면적의 옥수수가 자라고, 참마 5,000kg, 메밀 1,500kg, 녹두 3,000kg이 자랍니다.     


풀 한 포기 조차 살기 힘들던 이 모래 언덕에 말이죠.


20년 전 사막에 남겨진 뒤 1주일을 먹지도 않고 펑펑 울기만 했던 이 여인.

그러나 정부의 지원금 한 푼 없이 사막 1,400만 평을 삶의 오아시스로 만든 여인 ‘인위쩐’.

그녀는 지금도 변함없이 풀씨 자루를 들고 아직도 모래로 덮여있는 사막을 찾아가 풀씨를 뿌립니다.

모두가 버린 이 불모지의 땅에 우공이산의 꿈을 이룬 것은, 작렬하는 태양과 끝도 없는 모래바람 속에서도 꺾이지 않았던 그녀의 ‘희망’ 한 조각 덕분이었습니다.     


대부분의 우리는 눈앞에 닥친 위기와 어려움 앞에 쉽게 무릎 꿇으며 좌절합니다.

긍정보다는 부정적인 조건들을 나열하며 포기해버리죠.

그러나 작은 씨 한 톨이 뿌리를 내리고 싹을 틔우며 나무가 되고 숲을 이루는 것처럼, 우리에게 찾아오는 힘겹고 어려운 순간 속에서도 희망이라는 작은 씨 한 톨만 잃지 않는다면 우리는 누구나 나무 한 그루를 일궈낼 수 있습니다.     



거대한 고목나무도

시작은 작은 씨앗이었으니까요.


비결은, 내 안의 가장 작은 것을 놓지 않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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