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여름 가을 지나 긴긴 겨울밤 지나가고
장황했던 다짐과 계획들이 희미해질 즈음 그 자리에서 문득
손등에 피어난 거친 삶의 흔적과 상처들을 내려다볼 때에
예전의 내가 알던 보드랍고 보송한 촉감은 찾아볼 수 없고
약간은 삐걱대는 불편함과 조금은 까칠해진 살결에서 그동안 참 정신없이 살았나보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쩌다가 향이 좋은 핸드크림에 반짝이는 손등의 부드러움이 좋고,
어쩌다가 가끔씩 꾸미는 네일아트에 기분이 좋아지는 것.
그것이 인생이고, 그것이 삶임에도
어김없이 찾아오는 벚꽃의 계절에는 빳빳한 새 다이어리에 다시 또 장황한 계획을 나열하고
부푼 꿈과 기대를 안고 다시 일 년을 사는 것.
그러나 인생은 손톱 깎기와 닮아서 괴로움은 늘 마지막까지 머물다가
길어서 불편해질 때야 비로소 뚝뚝 잘라버린다.
너무 예쁜 손보다는 적당한 상처와 까칠함을 가진 손이 편안한 것.
너무 완벽한 인생보다는,
다시 곧 반짝거릴 수 있고 부드러워질 수 있는 보통의 삶이 좋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