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anet M Nov 16. 2019

보통 날, 보통의 삶

봄 여름 가을 지나 긴긴 겨울밤 지나가고

장황했던 다짐과 계획들이 희미해질 즈음 그 자리에서 문득

손등에 피어난 거친 삶의 흔적과 상처들을 내려다볼 때에

예전의 내가 알던 보드랍고 보송한 촉감은 찾아볼 수 없고

약간은 삐걱대는 불편함과 조금은 까칠해진 살결에서 그동안 참 정신없이 살았나보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쩌다가 향이 좋은 핸드크림에 반짝이는 손등의 부드러움이 좋고,

어쩌다가 가끔씩 꾸미는 네일아트에 기분이 좋아지는 것.

그것이 인생이고, 그것이 삶임에도

어김없이 찾아오는 벚꽃의 계절에는 빳빳한 새 다이어리에 다시 또 장황한 계획을 나열하고

부푼 꿈과 기대를 안고 다시 일 년을 사는 것.


그러나 인생은 손톱 깎기와 닮아서 괴로움은 늘 마지막까지 머물다가

길어서 불편해질 때야 비로소 뚝뚝 잘라버린다.     

너무 예쁜 손보다는 적당한 상처와 까칠함을 가진 손이 편안한 것.     


너무 완벽한 인생보다는,

다시 곧 반짝거릴 수 있고 부드러워질 수 있는 보통의 삶이 좋은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거대한 고목나무도 시작은 작은 씨앗이었으니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