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등교를 못 한 지 두 달이 되어간다.
이제 또 방학이 시작이니 앞으로 적게는 두 달이 더 남았다.
돌아서면 한창 배고플 나이의 아이가 셋이니
나는 늘 주방에서 동분서주한다.
장기화되는 코로나는 많은 것을 바꿔놓았다.
외식보다는 집밥을, 장보기보다는 온라인 배송을,
그리고 가끔 산발된 머리로 종일 요리와 씨름하고 있는 나를 보면, 과연 내가 이 집에서 엄마인지 식당 아주머니인지 헷갈리기까지 한다.
늘어난 식비 지출에 골머리를 짜며
어떻게 하면 한 푼이라도 줄여볼까 장보기 리스트를 열심히 작성해보지만, 이른 새벽 집 앞으로 배송된 식재료는 왜 하루도 못 가서 거덜 나는 건지 참 아이러니하다.
학교와 유치원에서 해결하고 오는 한 끼가 이렇게나 소중한 것이었다니.
2년 터울의 아이 셋을 키우다 보니 10년이 흘렸고
결혼 초기에 그토록 고민이었던 경력단절 문제는 이제 어느 정도 미련이 없어졌다. 아니, 생각할 겨를이 없다고 하는 게 맞을까.
지금 나에게 정말 필요한 건 따뜻한 커피 한 잔을 온전히 음미하며 책 몇 페이지를 읽고, 글 다섯 줄 정도 쓸 수 있는 그 짧은 시간 정도이다.
그런데 요즘은 그게 참 힘들다.
아마도 이런 시국으로 인해 모든 엄마들이 처한 똑같은 시련일 테다.
외부활동을 못하는 아이들은 종일 심심해하기 일쑤다.
금방 밥을 먹었는데도 먹을 걸 찾아댄다.
배고파서가 아니라 심심하니까 계속해서 간식거리를 찾는 것이다.
어느 날, 저녁 설거지를 끝내고 주방을 막 정리했는데 큰 아이가 또 밥타령인 것이다.
그때 나는 선포했다.
"주방 마감시간은 8시예요. 그 이후로 음식 주문은 할 수 없어요."
아이들은 이미 오랜 집콕 생활로 살이 포동포동 쪘고,
우스갯소리로 '확찐자'가 되었기에 비로소 야식을 끊기로 결심했다.
그날 이후 우리는 자기 전 유튜브를 틀어놓고 다 같이 홈트레이닝을 한다.
그리고 주방의 불이 꺼진 그 시간이 나에게는 휴식이다.
생닭과 시금치로 어떤 요리를 할지 고민하는 정신세계에서 벗어나 비로소 온전한 나로 돌아오는 시간.
그러다가 아이들이 잠들고 고요한 주방에서
작은 조명 하나에 의지해 글 몇 자를 적는 시간.
이 시간이 나를 살린다.
물론 너무 피곤해서 아이들을 재우다가 같이 잠들어버리는 날들도 허다하지만,
모두가 잠든 그 시간에 거칠어진 두 손 한번 만져주고
세상 사람들 이야기도 돌아보고
나 자신의 미래도 한번 생각해볼 수 있는 아주 소중한 순간.
그리고 이 순간을 위해 나는 오늘도 열심히 밥을 해대고
그릇들을 씻고 식탁을 닦으며 싱크대의 물기까지 완전히 제거한 다음 행주를 깨끗이 빨아 탁탁 널은 뒤 불을 끄며 외친다.
"주방 마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