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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net M Jan 15. 2021

40살을 맞이하는 자세

올해 나는 마흔이 되었다.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40이라는 숫자가 나에게는 올 것 같지 않았다.
'낼모레면 마흔이에요~'라고 웃으면서 이야기를 했어도 왠지 나는 40이라는 숫자가 싫었다.
물론 앞자리가 바뀌었다고 해서 갑자기 흰머리가 많아졌다거나 허리가 굽었다거나, 주름살이 많아졌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지만 40이라는 숫자에 담긴 억척스러움이 그런 기분을 불러오는 것 같았다.

중학생 시절, 공부량이 갑자기 늘어나면서 동네 아주머니들 사이에 붐이 일었다. 가령, 어느 학원에 보내야 내신에 도움이 되고 어떤 선생님이 잘 가르치는지 등등의 이야기가 아주머니들 사이에서 화두가 되어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기간에 한 동네에 사는 우리는 적잖은 스트레스를 받았다.
성적표가 나오는 날이면 앞집과 옆집, 건너 건너 뒷집의 친구들과 비교 아닌 비교를 당했다. 어디 그뿐이랴. 대부분의 아주머니들이 시부모를 모시고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불평 없이 삼시 세 끼를 차리는 것은 물론 매일매일 자녀들의 도시락까지 뚝딱뚝딱 챙겼으며, 넉넉지 않은 월급으로 살림살이를 참 잘도 꾸려 나갔다.
그때 그 아주머니들은 40이었다.
자신의 모습을 단장하는 일보다 남편과 자식에게 올인했던 억척스러운 모습이 40살의 이미지로 깊게 각인되었다.

세상은 많이도 바뀌었다.
삶의 트렌드가 여성 자신의 커리어에 집중되고, 자존감이 중요해지고 개인주의가 크게 자리하면서 요즘 엄마들은 외향적으로도 참 젊다.
각자의 분야에서 최고의 능력을 보이는 여성들이 상당히 많고, 전업주부보다는 일을 찾는 워킹맘들이 많아졌다.

공부보다는 재능을 가진 인재에 집중되는 세상이다.
공부를 우선시하고 닦달했던 우리 세대보다는 조금은 자유롭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학습이 가능해진 우리의 아이들, 그리고 늘 빈틈없고 악착같은 엄마보다는 행복한 엄마가 행복한 아이를 만든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행복한 아이는 곧 성공한 삶을 살 것이다.
40의 나는 정말 행복해져야겠다.
이제 더 이상 다 같이 똑같은 파마머리를 하고 화장기 없는 얼굴에 항상 앞치마를 두르고 손발이 거칠어지게 집안일을 하는 엄마들보다는, 어느 정도 꾸밀 줄 알고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진보해나가는 그런 엄마 말이다.
(물론 그때의 억척스러웠던 어머니들은 지금의 우리를 있게 해 준 분들이기에 늘 감사한 마음을 가져야 하겠다.)

그렇다면 나의 40대는 어떤 모습이고 싶은지 깊은 고민에 빠졌다. 두 살 터울의 아이 셋을 키우느라 써버린 나의 30대에 애도를 표하며, 이제는 나를 조금씩 찾아가는 것이 첫 번째 목표라고나 할까.
아이들이 좋아하고 관심 있어하는 10가지 중 하나는 나를 위하기로 했다. 내 몸이 원하고 내 생각이 관심 가지는 것에 조금만 투자해주자.
찌들어가는 40대보다 예쁘고 활기찬 40대이고 싶다.
아이들을 먹이고 씻기고 재우는 하루 중 10퍼센트는 나를 위한 시간이 되기로 했다.
30분씩 운동하기, 건강한 음식 먹기,
10분씩 책 읽기, 예쁜 옷 입기, 3개월에 한 번은 미용실 가기.
뭐 대단한 계획들은 아니지만, 이 작은 실천들이 나의 40대를 활기차게 만들어줄 거라 믿는다.

누구나 다 살아가는 그런 40대 말고, 여러분만의 새롭고 아름다운 40대를 만들어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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