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의 방식에 대하여

by Janet 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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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아이가 크게 다쳤던 적이 있었다.

넘치는 호기심을 주체하지 못하고 달려가다가

발을 헛디뎌 넘어진 것이다.

넘어져 고꾸라진 그곳에 하필 선반이 있었다.

선반 모서리와 아이의 턱이 부딪혔고

연약한 살은 금방 찢어져 피가 흘렀다.

모서리보호대를 미처 부착하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가 뒤늦게 밀려왔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나는 무작정 아이를 등에 업고 달렸다.

옷을 챙겨 입을 새도 없이,

신발을 짝짝이로 신은 것도 모른 채

세상에서 가장 빠른 달리기 선수처럼 달렸다.



응급실에 간 아이는 턱을 8 바늘 꿰맸고

그때의 상처와 기억은 우리 가족 모두에게

큰 트라우마로 남았다.

그래서인지 아이는 조금만 긁히고 상처가 나도

엉엉 울음을 터뜨렸고

내 품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나는 반창고를 붙이고 호호 불어주며 말했다.


"괜찮아. 자고 일어나면 다 나을 거야."


흐느껴 울던 너의 모든 상처는

내가 붙여주는 반창고와 포옹이면

거의 다 완치되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였을까.


다리에 생긴 멍과 팔의 상처,

언제 다쳤는지도 모를 흉터까지.


“이거 언제 다친 거야?”

“몰라. 그냥 부딪혔겠지.”


놀라서 묻는 내게
아이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어깨를 으쓱한다.

연고라도 발라주려는 내 손길을 뿌리치며

이제는 네 입에서 '괜찮다'는 말이 나온다.

너의 그 반응은 내 가슴에 묘한 울림을 남긴다.


하지만 그런 상처들보다도 더 두려운 건

보이지 않는 너의 아픔과 슬픔, 고민과 생각들.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불안들과

사투를 벌이는 듯한 너의 표정 앞에서

반창고도 붙여줄 수 없고,

호호 불어줄 수도 없는 나는

아이의 뒤에서 항상 전전긍긍한다.

'나 좀 그냥 내버려 둬.'

이렇게 말하는 듯한 너의 표정에

나는 다시 한 발짝 뒤로 물러나

너의 상처가 아물 때까지 기다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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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에 크게 동요되지 않는 법과

때로는 툴툴 털고 일어나기도 하는 것.

친구에게만 털어놓을 수 있는 종류의 고민들.

어쩌면 그것은 네가 너만의 세계를 확고히 하고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굳이 소리 내어 울지 않아도

엄마 품에 달려와 안기지 않아도

아픔을 견뎌내는 힘을 기르는 시간.


나는 그러한 너만의 아픔의 방식과

또 그걸 이겨내는 방법에 대하여

적당한 거리 두기로 그저 응원할 뿐이다.


언젠가는 알게 되겠지.

차마 묻지 못하고 가슴속에 묻어둔 질문들과

덤덤한 척했지만 사실은 널뛰던 심장박동을.

그때가 되면 우린 조금 더 서로의 아픔을

이해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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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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