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꼭 읽어야 하나요?

나는 독서 이전의 상태로 돌아갈 수 없다

by 제인톤
가장 강력한 지배는 사람들에게 여행과 독서를 금지하거나 접근하기 어렵게 하는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독서 이전의 상태로 돌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정희진-


책을 꼭 읽어야 할까

책을 읽는 모든 사람들이 원하는 방식대로 살아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모두가 부자가 되는 것도 아니다. 책만 읽는다고 해서 저절로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는 게 아니다. 하지만 하고 싶은 꿈이 있고 희망이 있고 바라는 삶이 있다면 책 속에서 그 지혜를 발견할 수 있다. 찾은 그 지혜들을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꾸준히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때서야 1년 전 보다 한 달 전 보다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살 수 있다. 다시 질문으로 돌아와서 답을 하자면, 책을 읽는다고 모든 사람이 잘 살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어제와는 다른 생각을 하고 싶고 지향하는 삶이 있다면 읽는 것을 권한다. 책을 꾸준히 읽고 나에게 끊임없이 질문하는 사유의 과정은 나의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다. 주어진 운명이 있다면 나의 노력으로 조금 더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 책을 읽는 노력은 나에게 더 나은 운명을 데려다주는 것일지도.



책을 읽는데 왜 더 불편해질까

좋은 방향으로 가기 위해 읽는 건데, 어쩐지 자꾸 마음이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읽을수록 그 감정을 더 자주 느꼈고 크게 증폭되어 다음 날에도 영향을 주면서 변화를 체감했다. 그러다 그 불편함이 나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전까지는 읽지 않았으면 무지해서 평화로웠을 마음에 도끼가 턱턱 내려박고 있던 것이다. 너무 두껍고 단단해져서 깨질 것 같지 않은 얼음에도 금이 가기 시작했다. 한 권의 책으로 한 번에 깨진 못한 얼음도 계속 읽어가는 동안 녹아내리고 있었다. 나의 얼어붙은 얼음이 너무나도 커서 지금까지 깬 얼음은 빙산의 일각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깨고 있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 변화의 시작점은 늘 아주 사소하게 시작되니까. 그래서 읽지 않았다면 경험하기 전까지 몰랐을 경직된 사고를 조금은 더 유연하게 만들어주는 불편한 것들이 낯설다가 반갑다. 단 번에 말랑해지지 않으니 꾸준히 읽으면서 당연한 것들에 대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 수용하기 어려운 것을 대면할 때는 이해되지 않다가도 그것을 인지하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낀다. 내가 알지 못했던 인간의 본성을 이해하면서 무지를 알아차린다. 읽는 일은 나의 인격을 수양시키는 일이라 꾸준히 알아차리기 위해 읽어야겠다는 마음이 크다. 불편한 감정이 든다면 내면의 바다얼음을 깨고 있는 것이니 잘하고 있는거라고 말해주고 싶다.

우리가 읽은 책이 우리 머리를 주먹으로 한 대 쳐서 우리를 잠에서 깨우지 않는다면, 도대체 왜 우리가 책을 읽는거지? 책이란 무릇, 우리 안에 꽁꽁 얼어버린 바다를 깨뜨려버리는 도끼가 아니면 안 되는 거야 -프란츠 카프카-



쓸데없는 책을 왜 읽어야 할까

책이라는 게 그렇다. 안 읽었을 때도 분명 재밌게 잘 살았는데, 읽고나니까 그 전으로 절대 돌아갈 수 없는거다. 하루는 활자중독인 것처럼 하루 종일 쌓아놓고 읽는다. 또 하루는 일을 하다가 쉴 때 읽는다. 읽는 것이 휴식이다. 일상에 읽는 시간들이 점점 늘어난다. 채워지는 밀도 높은 시간이다. 오직 재미로만 고른 책은 정신건강에도 도움이 되고 집중도 잘 되고 시간도 잘 간다. 효율을 최고의 가치로서 여긴다면 목적 없이 읽는 행위가 쓸데없는 것으로 보일지 모르겠지만 나의 경우 전혀 그렇지가 않다. 강력한 효율이 일어나려면 채워지는 시간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그 시간은 쓸데없는 것을 재미있게 보내면서 충전된다. 쓸데없음을 하면서 쓸데있음을 준비하고 있다. 나의 사적인 재미를 충족시키는 동시에 로켓이 발사되기 전의 연료를 채우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이 쓸데없이 읽는 시간은 지켜져야 한다. 영원히 지속되어야 한다. 아, 쓸데없음의 미학이여!



내가 하나의 세계에 갇혀있는 건 아닐까?

책이 좋은 이유는 하나 더 있다. 또 다른 세계가 있다는 것을 자꾸 알려주는 덕분에 또 찾게 된다. 퇴사를 하고 나서부터 가까운 과거까지는 일상에 변화도 자극도 없었다. 자주 경험하는 것에 오래 있다보니, 그 틀이 전부라고 느껴지기도 했다. 그게 나쁘다는 건 아니다. 좋고 나쁜 것은 없었다. 안정감을 갖는다는 건 그만큼 중심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이기도 하니까. 하지만 나는 변화하고 싶었다.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어떤 변화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욕구를 알아차렸다. 가지고 있는 생각들이 작긴 한데 그게 얼마나 어떻게 그런건지 가늠이 잘 안 되는 추상적인 것이었지만, 그것을 흘러 보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어제와는 다른 생각을 하고 싶었다. 그 달라지는 생각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진 못했어도 변화하고 싶은 욕망만큼은 확실했다. 그래서 지금 더 지향하는 변화에 가치를 두기로 했다. 나를 바꿀 수 있는 것은 책이라고 믿었다.


정해진 세계 안에 있을 때는 그 세상이 전부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단 하나의 것이 전부라는 생각이 들면 사람은 그것에 매몰된다. 초조하고 불안해지고 조급해진다. 여분의 것이 있다면 달라진다. 그게 아니어도 된다는 마음이 있으면 여유로워진다. 다른 세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되면 평온해진다. 그 세계를 가장 수월하게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은 책이었다. 수많은 다양한 책 속에는 각자 고유한 자기만의 사고와 세계가 있었다. 그러니까 나의 상황은 변한 것이 없는데도 책을 읽으면 기존의 하나의 세상에서 벗어나게 해주었다. 알게 되는 세계가 많아질수록 하나의 것에 더 이상 집착하지 않게 되었다. 이게 아니면 안된다는 절실한 마음도 때론 필요하지만 살아가다보니 "안되면, 어쩔 수 없지 뭐."라고 생각하는 편이 제일 가벼웠으니까. 이렇게 털어버릴 수 있는 마음을 가지려면 단 하나의 세상에서 한 발자국 나와야 한다. 그곳에서 잠깐 벗어나서 다른 세계도 볼 수 있어야 한다. 운좋게도 나는 그것을 손 뻗으면 닿을 책에서 매일 발견했다. 나와 다른 세계를 보면서 느끼는 두려움도 있지만, 설레고 흥분되는 기쁨이 더 크다. 그 세계에 발을 들인 것도 아닌데 또 다른 섬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된다. 내가 또 하나의 섬이 돼도 고립되지 않는다. 나의 세계에 머물게 된 나는 채워진다. 그래서 머물고자 했던 세계에서 어쩌다 추락했더라도 다른 섬에서 당당히 살아갈 수 있다. 그렇게 작고 고유한 세계가 하나씩 만들어지는 일은 나와 다른 타인을 자연스럽게 이해하는 좋은 변화의 시작점이다.


나의 생각과 결이 같은 문장도 반갑다. 동질감을 느끼고 공감이 된다. 나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기 때문에 하고자 했던 방향에 추진력이 생기기도 했다. 하지만 나의 생각을 공고하게 만들어주는 책만 읽으면 조금 불안하다. '이게 다가 아닐텐데..'라는 생각이 든다. 더 많은 다양한 생각을 들어보고 싶어 나의 틀을 전복시켜주는 문장을 읽는다. 어떤 편견 하나를 깨주는 일을 환영한다. 살아가면서 나의 얼음을 깨어줄 수 있는 일이 많이 있지 않은 것 같다. 많이 읽고 세계여행을 다니고 다양한 경험을 한다고 그 자체로 알아서 얼음이 깨지는게 아니니까. 그래서 글을 쓸 때는, 읽을 때 보다 조금 더 치열하게 생각하려고 한다. 그래야 글이 써지기도 한다. 그러니까 읽으면 좋고 더 나아가 쓰면 더 좋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