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인톤 May 24. 2023

갑상선암 첫 진단

갑상선암을 진단받고 크게 당황했다. 추적검사를 계속해오고 있었고 물혹이 있는 것도 알았다. 그런데 아무리 물혹이라도 거봉만큼 커졌길래 마음 편하려고 검진을 받았는데 이게 웬 걸, 암이였다. 정확하진 않지만 물혹은 이상이 없는 것 같고 그 안쪽에 있는 작은 결절이 문제인 듯 했다. 그리고 신기한 건 거봉만큼 자란 물혹은 자기역할을 끝내고 사라졌다. 아무래도 주인님인 나에게 빨리 알아차리라고 준 신호였나보다. 




살면서 암이라는 단어와 친하지 않았다. 주변에 암환자가 없기도 했고 드라마나 영화에서 들은 게 전부였나. 암이라는 단어가 주는 공포가 확실히 있었다. 뭐든 처음 듣는 순간이 제일 떨리는 법. 그래서 병원에서 갑상선암을 첫 진단 받았을 때의 내 눈은 동그레 졌고 '암이라고요?'라는 말을 다시 한 번 되물었던 것 같다. 의사샘은 수술하면 괜찮아진다고 위로해 주셨고 그때서야 '아 수술도 해야하나 보네' 하고 인지했다. 



병원 문을 들어오기 전과 후의 나는 달라졌다. 아 이 코믹 같은 상황, 받아들여진다. 병원을 나와서 남편에게 바로 전화했다. 퇴근하면 말할까 하다가 그냥 했다. 남편이 일찍 퇴근하고 온다고 했다. 지하철 역으로 가는 데 5분밖에 걸리지 않지만, 가는 길에 있는 벤치에 앉게 되었다. 스스로 앉았다기보다는 나도 모르게 앉게 된 느낌이랄까. 5분짜리 다큐 영화 찍었다. 그때만해도 갑상선암이 어떤 질병인지조차 몰라서 겁이 덜컥 나서 눈물을 뚝뚝 흘렀다. 현실 감각을 되찾고, 앉은 자리에서 갑상선암에 대해 폭풍검색 했다. 죽느냐 사느냐가 중요했는데, 그것의 문제는 아니었다. 



집에 도착해서 갑상선포럼이라는 네이버 카페를 가입했다. 아픈 사람들이 정말 많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갑상선 환우들은 다 여기에 있나보다. 내가 당일 환우라는 말을 쓰니까 남편이 벌써 적응했냐며 서로 겁나 웃었다. 블랙 코메디 ㅎㅎ. 이곳에서 나와 비슷한 사람들의 글을 읽으면서 많은 정보들을 빠르게 흡수했다. 좋은 정보들 공유해주시는 분들에게 감사했다. 결론은 '좋은 생각 많이 하고 수술만 잘 받으면 되는구나'하는 생각에  위안이 되었다. 수술 후기를 올려준 블로그에서도 도움을 받았다. (갑상선암 카페에서 글을 읽으면서 갑상선암 환자들은 착한암이라는 말을 썩 좋아하진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크게 위안이 되는 말은 아닌 것 같다. '암'은 암이니까.) 너도 나도 우리 모두 건강했으면 좋겠다.



남편이 왔다. 괜찮았는데 남편을 보자마자 눈물이 났다. 힝. 울 남편도 눈물이 고였다. 남편이 말없이 안아줬다. 암 따위가 짜증나긴 했지만 마음이 평온해졌다.





갑상선암 진단받고 이찬혁의 <파노라마> 노래가 생각났다. 평소에 좋아하는 노래인데, 가사가 증말 예술이다. 나는 참고로 문장충인데, 책에서 좋은 문장을 발견하고 내 상황에 맞게 적용하는 걸 좋아한다. <파노라마>처럼 인생을 관통한 노래 가삿말을 좋아한다. 한창 이 노래를 많이 들었는데 그날따라 더 와닿았다. '인생 쥐뿔도 없는 게 스쳐 지나가네 파노라마처럼 우우' 



그래서 생각했다. '인생 쥐뿔 있게 만들자.'라고. 물론 지금도 만족하고 있지만 그것과는 다른 얘기다. 만족하고 사는 것과 정말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은 다른 차원이다. 그래서 만족을 넘어서서 결과 상관없이 후회 없이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싶다. 시련이 찾아오면 그에 상응하는 좋은 것이 온다는 걸 안다. 정신승리 이런 거 아니고 진짜 그렇게 생각한다. 내가 갖고 있는 아주 소중한 것들은 모두 시련 뒤에 왔다. 



표면적으로 보이는 시련 안에는 내가 크게 생각하는 가치가 시각적으로도 가장 크게 보인다. 그래서 좋은 생각을 많이 해야 한다고 믿는다. 이 코믹 같은 상황 받아들이고 좋은 것에 집중하려고 한다. 인생 어떻게 무엇을 쥐뿔 있게 만들까 생각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시련은 꼭 그에 걸맞은 아주 좋은 걸 데려온다는 것을 믿는다. 어떨결에 갑상섬암 환우가 되었다, 지금 이 시점이 나의 장점인 긍정적인 생각이 마구마구 발휘되어야 할 타이밍이다. 

작가의 이전글 속초 책방투어 나들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