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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인톤 Jul 27. 2023

캠린이가 캠핑을 대하는 자세

내게 무해한 캠핑

캠핑의 첫 시작은 이랬다. 남편이 캠핑을 전적으로 모든 것을 도맡아서 준비한다고 했고 나는 즐기기만 하면 된다고 했다. 그래서 남편은 캠핑의 짐 꾸러미를 챙기고 나르고 설치하고 정리했다. 나는 캠핑 가서 하고 싶은 것들 위주로 짐을 챙겼다. 나의 캠핑 시작은 이렇게나 몸도 마음도 가벼웠다. '한번 즐기러 떠나볼까나.'



남편은 내가 캠핑을 안 좋아할 것 같다고 생각해서, 가주기만 해도 고마워서 본인이 다 준비한다고 했던 걸로 기억한다. 내가 캠핑을 싫어하면 본인도 가지 못하게 될까 봐 염려했나 보다. 남편은 내가 벌레, 불편한 잠자리, 화장실 등의 이유로 잘 맞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나도 비슷한 생각이었다. 이전에 캠핑을 해본 적이 없는 나는 무엇보다 캠핑에 별 관심이 없었다. 말 그대로 남편이 가보자니까 갔다. 뭐든 첫 시작은 새롭고 흥미로우니까 그 기분을 즐기고자 갔던 것 같다.  



이게 웬걸? 막상 캠핑을 해보니 '어? 생각보다 괜찮은데?'였다. 남편이 거의 모든 작업을 도맡아 해서 상대적으로 몸이 편한 나는 그저 자연을 즐기면 되니 나쁠 게 없었다. 기대 없이 가볍게 생각했던 점과 남편의 적극성이 캠핑에 대한 호감도를 서서히 올려주었다. 캠핑에 흥미가 생기니, 자연스럽게 나도 남편의 일을 조금씩 도와주기 시작했다. 남편이 짐을 챙기면 내가 빠진 것들을 체크하고, 남편이 크고 무거운 짐을 나르면 작고 가벼운 것은 내가 옮기고, 남편이 텐트를 치면 나는 그 주변의 맛집과 카페를 검색하고, 남편이 요리를 하면 나는 설거지를 도왔다. 시작 점의 나는 아주 놀기만 했지만 서서히 내 일을 찾아가고 있었다. 죽이 척척 맞진 않지만 꽤나 잘 맞는 한 팀이었다. 캠핑이 여전히 좋은 건, 남편이 초심을 잃지 않아서다. 계속 잘해주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힛.





설렘의 최고조는 차 안에 모든 짐을 실은 후, 막 출발할 때다. 여행지에 도착한 순간보다, 차를 타고 출발할 때 설렘이 배가 된다. 출발할 때 약간의 그 들뜬 감정이 좋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여행지로 출발하는 차 안에서는 싸우지 않는다. 싸우면 그 좋은 시간은 다 날려 보내는 거다.



캠핑의 기분좋음은 텐트 밖과 안의 곳곳에 있다. 막 도착해서 낯선 풍경을 둘러보는 일, 어딜 둘러봐도 눈이 편안해지는 초록색. 낮잠 자는 귀여운 강아지. 아침에 마시는 따뜻한 차, 햇볕 내리쬐며 광합성하기, 아무 때나 찾아오는 멍 때리기, 가져온 책 꺼내 읽는 독서타임,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선잠, 오후 느지막이 걸어보는 산책, 야외에서 먹는 먹방시간, 밤에 하는 타닥타닥 불멍. 물 흐르는 소리. 밤을 보내는 텐트 안의 작은 공간. 그러니까 그 모든 것들이 다 좋은데.. 여보 코 좀 골지마.



캠핑에는 불편함도 있다. 하지만 그것을 넘어서는 기쁨이 크다. 행복을 크게 느낄 때, 불편함의 크기가 작게 느껴지기에 캠핑을 좋아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캠핑을 하며 얻은 수확도 있다. 불편함을 느끼면서도 캠핑 안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것을 즐겁게 받아들이는 마음의 여유를 경험한다. 더우면 계곡물에 풍덩, 추우면 난로 옆에서 행복을 느낀다. 모든 게 맞아떨어지지 않은 여기서 행복해지는 순간을 경험한다. 완벽한 온도가 아니어도, 충분히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게 참 좋다. 그리고 캠핑에서 수고로움이나 불편함을 경험한 덕분인지 돌아온 일상생활 속 불편함이 상대적으로 작게 느껴졌다. 캠핑에서는 마음에 따라 모든 것이 불편함을 느껴지기보다는 소소한 행복으로 여겨지는 시간이었다.





아직 캠린이다. 진짜 더운 날과 진짜 추운 날은 가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모든 날에는 어느 때나 가도 좋은 게 캠핑 같다. 기분전환을 하고 싶을 때 또는 일상을 벗어나고 싶을 때, 남편에게 느닷없이 '캠핑 갈래?'라고 말한다. 집에서도 문득 문득 '캠핑'이 생각나는 걸 보면, 캠핑과 내적친밀도는 꽤 높아진 듯 하다.



나는 정말 캠핑을 좋아하는 걸까? 캠핑, 혼자라면 안했고 못했다. 좋은 사람들과 캠핑을 다녔기 때문에 캠핑이 좋아진 건지도 모르겠다. 앞으로도 좋은 사람들과 다니는 캠핑을 좋아할 것 같다.



아, 무조건 캠핑 만만세를 외치는 건 아니다. 내가 좋아하는 공간의 밸런스를 맞춰가는 게 제일이다. 자 다음 next, 편리함과 쾌적함의 끝판왕인 호캉스 고고씽. 훗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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