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이 너무 좋은 사람, 나야 나!

by 제인톤

예쁜 게 좋다. 예쁜 옷도 그렇다. 입을 때도 볼 때도 기분 좋아지더니, 결국 옷을 그리고 있다.



돌아보니 옷을 생각보다 더 많이 좋아했던 것 같다. 어렸을 땐 그저 예쁜 옷을 입고 보는 것이 좋았다. 아침에 일어나서 손에 걸리는 옷이 아닌 입고 싶은 옷을 입는 일이 소소한 행복이었다. 어떤 옷을 입을까 생각하는 일은 지루한 적 없던 행복한 고민이었다. 보고 싶은 옷이 있으면 멀어도 직접 눈에 담고 와야 했다. 직접 입었을 때 어떤 느낌인지 알고 싶었다.



입는 것 보다 보는 게 좋아지면서 예쁜 옷의 사진을 수집했다. 사진 속 옷을 한없이 눈으로 뜯어봤다. '음 여긴 이게 예뻐. 음 이 원단은 별로. 아 이건 나라면 조금 더 길이를 짧게 했겠다.' 속으로 생각했던 일은 꽤나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렇게 쓸데없이(?) 많은 옷을 보면서 '옷 자체'에 대한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쇼핑할 때, 나의 집중도는 최고조다. 어렸을 때부터 축적된 데이터로, 수많은 옷들 중에서 내가 좋아하는 디자인이 한눈에 딱 들어온다. 나한테 맞는 것을 단번에 찾아내는 재미가 쏠쏠하다. 옷을 보는 일은 피곤해도 피곤하지가 않다. 예쁘니까. 아, 옷을 좋아한다고 해서 사치스럽게 구매한 적은 없다. 오히려 제일 좋아하는 단 하나를 고르기 위해 신중했고, 그 하나를 고르다가 나만의 미적감각이 생겼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저 그런 많은 옷보다 나에게 맞는 '제일 예쁜 하나'가 좋았다. 그렇게 나의 패션취향이 잡히지 않았을까.





문학을 전공한 내가 의류학과 필수과목을 들으면서 옷을 만든 일을 돌아보니, 옷을 디자인하고 싶은 욕망이 있는지도 몰랐던 때였다. 그 이후로도 잠깐 몰랐다가, 어느 순간부터 '아 이제 진짜 옷을 디자인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기 시작했고, 그 생각이 든 이후부터 계속 질주하고 있다.



하고 싶은 일은 하는 편이다. 그래서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다른 일을 하고 있을 때에도, 옷을 만드는 일을 배우러 다녔다. 뚜벅이로 3-4시간의 거리를 다니며 수업을 열심히 들었다. 거리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오고 가는 지하철 안에서 읽고 싶은 책을 완독 할 수 있어 좋았다. 이 교육을 듣고 나면 나도 진짜 옷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에 설레였다. 강의는 정말 배우고 싶었던 내용이라 항상 즐겁게 공부했던 기억이 전부다.



교육이 끝나자마자 나는 실전에 돌입했다. 원단 공부를 하기 위해 동대문 원단시장에서 스와치를 쓸어 담으며 공부했다. 누가 시킨 게 아니라서 더 적극적으로 했다. 힘들지 않았다고 말하는 건 아니고, 옷을 만드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모든 게 괜찮아졌다.



역시나 이론과 실전은 달라 고군분투했다. 옷을 디자인하는 일부터 시작해서 판매까지 모든 과정을 혼자 했다. 우당탕탕 1인 기업이었다. 옷을 디자인하고 싶은 건데, 그 일을 하려면 다른 해보지 않은 일들까지 핸들링해야 하니 쉽지 않았다. 옷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반드시 해야 하는 일들은 약간의 무력감을 주기도 했던 것 같다. 물론 지금은 모든 것이 하나의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땐 처음이라 요령도 없었지만 어찌어찌해서 열정만으로 움직였다. 다행히 나도 집요했고 운도 좋아 펀딩으로 판매까지 잘 마칠 수 있었다.



내가 디자인 한 옷을 판매하며 얻은 큰 수확은, 진짜 내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이라면 하지 않았을 일이라는 것이다. 반대로 말하면 옷을 디자인하는 일이 정말 좋아서 했다고 밖에 설명할 길이 없다. 돌아보면 효율을 모르던 시절이었지만, 그때만이 내 열정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서는, 관련 없는 것처럼 보이는 일들도 같이 해야 한다. 요즘 배우는 것은 브랜딩이다. 나름 재밌고 몰랐던 것을 알아가는 재미가 있다. 관련 서적도 찾아서 열심히 읽고 있고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글을 쓰면서 생각을 정리하고 있다. 그리고 환경을 생각하는 패션을 공부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패션산업을 실천하면서 좋아하는 옷을 디자인하기 위해서는 끝없는 공부가 필수다.



단순히 옷을 좋아하는 것을 넘어서 창의적으로 옷을 만들어내는 일이 좋아졌다. 그리고 내가 만든 옷이 메세지를 전달하는 도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나의 아이덴티티를 담은 브랜드를 탄생시키는 건 어떨까.좋아하면 일이 커지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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