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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인톤 Aug 18. 2021

결혼 2년차, 각자의 동굴에 들어가다

혼자만의 시간은 너무 소중해

우리는 결혼 2년차다. 남편과 5년정도 연애를 한 후 결혼했다. 우리는 서로를 잘 알고 잘 모른다. 서로가 이상하고 신기하고 웃기고 그렇다. 적응할 만 하면 처음 보는 모습이 또 나온다. 맙소사.


한 지붕 아래, 다른 공간에 있고 싶다

2년차 신혼이라고 모든   같이 하고 싶지는 않다. 참고로 나는 남편을 사랑하고 사이도 좋다. 그것과는 별개로 서로 혼자만의 시간을  필요로 한다. 남자들은 자주 동굴로 들어간다고 하는데, 여자도 그렇다. 다른 공간에서 혼자만의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우리가  지붕 아래 혼자 있고 싶어질 때면 시그널을 보낸다. 남편은 안방으로 나는 거실이나 서재방으로 간다. 공간은 바뀌기도 한다. 서로가 다른 공간에 있는 것이 중요하다. 다행히 보통날에도, 우리는 혼자만의 시간을 자주 보낼  있는 환경이다. 활동시간대가 다르기 때문이다. 나는 프리랜서로 주로 오후나 저녁시간대에 밖에서 일을 하고, 남편은  시간에 퇴근해서 집에 들어온다. 남편은 내가 돌아오기 전까지 확보한 대략 3시간동안 좋아하는 것을 한다.



남편은 동굴에서 무얼하는가

남편은 내가 없는 짧은 시간을 좋아한다. 그 시간에 혼자서 힐링 타임을 갖는다. 남편은 자신만의 행복세트인 편의점 족발을 사와서 얼음을 넣은 시원한 맥주를 마시면서 영화를 본다. 우린 영화 취향이 너무 달라서, 남편은 혼자 있는 시간에 밀린 영화들을 본다. 남편은 봤던 영화를 또 보는 것을 좋아한다. 다른 날엔 유튜브의 모든 공놀이를 시청하거나 골프 연습장에 간다.



나는 동굴에서 무얼하는가

나도 동굴에서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한다. 그것을 해야 나란 사람이 정리되는 느낌이다. 책을 읽고 필타를 하고 글도 쓰고 노래도 쓰고 유튜브도 본다. 이 시간을 보낼 때 나란 사람이 채워지는 느낌을 받는다. 나는 책을 읽고나서 필타를 하고 생각을 정리해야 한 권의 책을 읽은 느낌이 든다. 정리하지 않으면 수백 페이지를 읽고 나서 생각나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요즘 나이탓인지, 기억력이 감퇴하고 있다. 특히 단기기억력이 안좋아져서 기록이란 걸 꼭 해야한다. 동굴에서 내가 나를 채우고 있다.



동굴에서 나와서 만나면 부부사이가 더 좋아진다

일을 하고 집에 들어왔는데, 밖에서 받은 스트레스 때문에 짜증이 났다. 그걸 괜히 가까운 남편한테 애꿎게 풀었다. 아차 싶었는데 남편이 내 응석을 받아주었다. 그는 말했다. "나 족발 먹으면서 영화봤는데 완전 재밌어." 혼자만의 시간으로 힐링을 한 남편은 마음의 여유가 생겼던 것이다. 그래서 나의 투정을 잘 받아줄 수 있었다. 만약 남편이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지 않아 힐링된 상태가 아니였다면, 분명 싸웠을 것이다. 원래 싸움은 가장 사소한 걸로도 끝까지 갈 수 있으니까. 돌아보면 나도 그랬다. 내가 마음의 여유가 많을땐 오빠를 잘 이해하고 존중해줄 수 있었다. 반대로, 그렇지 않을 때는 별 말 아닌 말에 예민하게 받아칠 때가 있었다. 그러니까, 서로에게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건, 나를 위해서도 서로에게도 서로서로 좋은 일이다. 서로에게 관대해질 수 있다.


부부가 각각 동굴에 들어가면  좋은 점은, 서로를 기다리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만약 남편 혼자 동굴에 들어간다면 그가 나올때까지 나혼자 기다리는 일은 재미도 없고 지루할 것이다. 기다리지 않으려면, 나도  동굴에 들어가서 내가 하고싶은 것을 하면 된다. 부부사이 다른 취미는 동굴 속에서 각각 하고, 같은 취미는 만나서 하면 된다. 동굴 속에서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내가 좋아하는 것이 없는 것일 수도 있다. 좋아하는  분명할수록 혼자만의 시간이 소중하다.



동굴에서 꼭 무얼 해야 하는가

좋아하는 게 없어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동굴에서 꼭 무얼 해야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을 위해 들어가는 곳이다. 들어갈 때마다 목적이 달라진다. 어떤 날은 쉼, 사색, 일, 자기계발 등 내가 하고 싶은 것을 골라서 하면 된다.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다는 것은 무얼 하느냐보다는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있다는 자체만으로도 나를 채우는 시간이 된다. 잠만 자다가 보내는 시간이라고 해도 쓸데 없는 것이 아니다. 무기력하게 있었다고 해도, 바닥치고 올라갈 수 있는 에너지를 채운 것이다.


그렇게 혼자만의 시간의 소중함을 절실히 느끼게되면, 끊을 수 없다. 시원한 물 다음으로 끊기 어려운 것이 혼자만의 시간이다. 할 일이 너무 많은 세상에, 동굴에 혼자 들어가야 이 많은 할 일을 빨리 효율적으로 끝낼 수 있다. 동굴에 들어가지 않고 어떻게 이 많은 작업을 할 수 있을까, 없는 듯 하다. 이 공간에 오로지 나 혼자 있을 때에 그 작업효과가 효율을 끌어올릴 수 있다.



부부사이, 취향이 달라도 너무 괜찮다

부부가 모든 취미를 같이 한다면 어떻게 될까. 아.. 코로나로 인해서 이혼률이 급증한다는 기사가 생각난다. 아무리 금슬 좋은 부부라도 내내 붙어있는 것은 서로에게 힘이 든다. 그러니 적당히 서로 떨어져 있는 시간이 있어야 한다. 떨어져 있는 혼자만의 시간을 잘 보내야 한다. 남편이 회사에서 늦게 온다고 기다리면 나만 힘들다. 나만 인내하는 것 같다. 반대로 그 시간에 내가 할 것이 있다면 남편만 바라보게 되지 않게 된다. 내 취미를 즐기게 된다. 그러니까, 각자 취향이 달라 같이 못하고 있는 것들이 있다면 혼자만의 시간에 그것을 하자.


나의 경우는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하는데, 남편도 책을 많이 읽었으면 하는 욕심은 없다. 그건 내가 좋아하는 것이기 때문에 강요할 수 없다. 그저 책을 좋아하는 나를 이해해주는 사람이면 충분했다. 그리고 내가 책을 읽는 시간에 자신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했다.


만약 자신만의 시간을 보낼  없는 남편이라면, 내가 몇시간 동안 책을 읽는 동안, 기다리는 시간이 얼마나 따분할까. 하지만 내가 읽는 시간에 남편은 남편의 동굴에서 자신만의 시간을 보낸다면 서로를 기다리지 않고 얼마나 좋은가. 그래서 남편이 동굴에 들어갔으면 좋겠다. 서로 다른 취미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야 서로의 동굴에서 나오면  시간의 여정을  지낼  있다. 사이좋게  지낼  있다. 그러니까 우리는 하고 싶어하는 것을, 동굴에서 혼자  보내고 나온다면 나에게도 배우자에게도 우리 부부사이도 좋아진다고 생각한다.


오늘내가 하고 싶은  너무 많아서 남편도 그랬으면 좋겠다. 동굴에서 나오면 사이좋게 또 놀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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