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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인톤 Aug 28. 2021

이제 조금은 달라진 주말을 보내고 싶어졌다

주말엔 보물찾기를 하자

일요일 저녁부터 주말을 기다린다. 하지만 기다린 날이 맞나 싶을 정도로 허무하게 지나간다. 평소보다 잠을 더 많이 자고 배부르게 음식을 먹고 하루종일 쇼파에서 넷플릭스와 함께 했는데, 왜 하루의 끝에 기분이 좋아지지 않았을까. 하루를 푹 쉬었는데도 어떤 스트레스는 풀리지 않았다. 쉬어도 쉼은 아니었다는 걸 여러 번 겪고나니, 이제 조금은 달라진 주말을 보내고 싶어졌다.  


먼저 주말을 왜 잘 보내고 싶은건지 생각했다. 주말을 잘 보내면 이어지는 평일 5일을 잘 버틸 수 있는 힘이 채워지기 때문이다. 주말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주중의 기운이 달라진다고 했다. 잘 보낸 주말의 끝에는 '내일부터 열심히 해야지.'라는 생각으로 귀결된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주말의 끝에는 월요병이 증폭된다. 어쩌다 오는 생각이라도, 더 나은 내가 되고 싶고 일상을 잘 보내고 싶어서 주말의 시간을 잘 계획하고 싶어졌다. 그럼 주말을 어떻게 해야 잘 보낼 수 있을까.



쉰다고 해서 쉼은 아니다

같은 쉼이어도 쉼의 질이 다르다. 잠들기 전 내 기분이 그것을 확실히 말해준다. '이번 주말엔 진짜 아무것도 안하고 쉬어야지'라는 마음으로 쉬었던 쉼은 최상의 휴식이지만, 해야 할 것이 있었는데 하지 못하고 늘어지는 쉼은 불안을 더 키운다. 왜 같은 쉼인데, 다르게 느껴질까. 하고싶어 계획한 쉼이 아니라 해야 할 일을 미루다 쉬어진 쉼이라서 그렇다. 정리해보면, 주말에 무엇을 했는지와는 별개로 내가 마음속에 계획한 것을 했는지의 여부에 따라 나의 주말 만족도가 달라졌던 것이다. 이건 내 마음의 주체성과 관련이 있다. 주체적으로 생각하고 그렇게 행동했을 때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사람은 자신의 삶을 컨트롤할 수 있을 때 행복감을 느낀다고 했다.



쉼이 되도록 쉬자

주말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싶다면, 적극적으로 쉼을 계획하자. 일에 지쳐 너무 피곤해서 주말에 손하나 움직이기 싫을 때가 있다. 그럴 땐, 쉬어야 한다. 안에서 나를 채워야한다. 격렬하게 아무것도 하기 싫다면 적극적으로 쉼을 계획해야 한다. 잘 쉬려면 잘 계획해야 한다. 겪어봐서 알겠지만 집에서 무작정 쉬면 더 피곤해진다. 나를 위한 쉼이 될 수 있도록 좋아하는 것을 미리 생각해보자. 아무 티비 채널 보지 말고 그 동안 보고 싶었던 밀린 드라마나 영화를 보자. 아무거나 먹지 말고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먹자. 꼭 만들어서 먹지 않아도 되니 먹고 싶었던 것을 배달시켜 먹자. 아무거나 먹고 아무거나 보고 그렇게 보낸 하루의 끝은 쉼이 아니였으니까.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것을 보고 먹고 보낸 그 하루의 끝은 좋은 기운이 내 마음에 품어진다.



힘이 남아있다면 나가자

주말에 힘이 남아있다면, 밖으로 나가자. 주말에 힘이 남아있다면 밖으로 나가는 것도 좋다. 에너지는 충분한데 집에 있으면 오히려 탈이 날 때가 많다. 주말에 집에서 쉬는 것만이 쉼이 아니다. 여행도 운동도 캠핑도 산책도 다 좋다. 밖에 나가면 피곤하기만 할 것 같지만 막상 씻고 나가면 refresh가 된다. 여행이라도 갔다오면, 여행 갔다왔으니까 다시 시작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난 주말에 무엇을 하면 기분이 좋아질까

예전의 나는 주말을 잘 보내야 겠다는 생각 조차 하지 않았다. 출근하지 않는 날 쯤으로 생각했다. 주말에는 여행이라도 갈까 싶으면, 너무 피곤하지 않을까 걱정부터 했다. 그 생각에 압도당해 출발도 전에 체념했다. 장소도 알아보고 장도 봐야하고 날씨도 체크해야 하고 짐도 챙겨야 한다는 게, 아..생각부터 귀찮았다. 해야 할 일에 덮쳐 이럴거면 안가는게 낫겟다는 생각이 든다. 집 떠나봐야 고생이라며 합리화했다. 그런데 어느날 부터인가, 집에 있는데도 기분이 나아지지 않았다. 그럼 난 주말에 뭘 해야하할까. 그러다 안해보던 캠핑을 해볼까 생각했다.



주말에 캠핑, 생각보다 많이 좋더라  

솔직히 처음에는 왜 사서 고생하나 싶었다. 그랬던 내가 어쩌다 캠핑을 다녀온 이후로, 주말이면 캠핑이 가고 싶다. 나는 캠핑이 의외로 잘 맞는 사람이었다. 캠핑장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수다떠는 것도 좋고, 자다깨서 중간에 휴게소에서 내려서 맛있는 간식을 사먹는 재미도 좋았다. 도착해서 짐을 꾸리는 일도 크게 귀찮지 않았다.


캠핑의 첫 시작은 캠핑을 좋아하는 남편 친구 부부와 함께 갔다. 캠핑러 부부는 장비가 없는 우리에게 텐트 하나만 챙겨오라고 했다. 텐트도 없는 우린 시댁에서 빌려서 갔다. 출발 당일 잘은 몰라도 기분에 생기가 돌았다. 떠난다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좋은건가. 떠나지 않은 주말엔 느낄 수 없는 기분이었다. 생각해보면 초등학교 땐 소풍 전날이 더 설레였고, 해외여행 갈 땐 공항 가는 길이 제일 설레였던 것 같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떠나는 여행은 말해뭐해, 좋은거였다.


캠핑장으로 가는 차 안에서 흥분된 상태로 남편에게 재잘재잘 수다를 떤다. 너무 일찍 일어난건가, 어느새 잠에 든다. 깨면 휴게소다. 대식가 남편 덕분에 골라먹는 재미가 있다. 오뎅, 소떡소떡, 떡볶이, 핫도그는 휴게소에서 먹어야 제일 맛있다. 먹고나면 졸립다. 다행히 남편은 내가 자면 혼자 생각하는 시간을 갖게되서 좋다고 하니, 그 말을 믿고 또 잔다. 도착해서는 남편들은 부지런히 텐트를 치고 나머지 사람들은 캠핑 도구들을 챙기고 나르고 요리한다. 자연스럽게 이래서 캠핑을 오는거구나 싶다. 자연 속에 있는 것만으로도 힐링이다. 새소리도 물소리도 좋고, 구워먹는 고기는 더 맛있고 불멍도 좋다. 순간순간 캠핑이란 이렇게 좋은거라고 또 느낀다. 또 좋은 점은 내가 지내는 곳에서 조금 떨어져 다른 공간에서 하루만 보내도, 나에 대해 객관적으로 생각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 나를 알게된다.


다음날 아침 간단히 라면을 먹고 출발하면 이른 오후 집에 도착한다. 씻고 짐을 정리하고 밥을 먹고 잠자리에 든다. 잠이 아주 잘 온다. 갔다오길 잘했다. 도시의 삶은 포기하고 싶지 않는 나는 가끔씩 숲으로 여행을 다니면서 재충전을 해야겠다고 다짐한다. 그래도 벌레는 넘 싫다.



주말을 수집할수록 나는 성장한다.

요즘 나는 좋아서 하고싶은 리스트를 만들고 있다. 적다보면 잘 바뀌지 않은 것들도 있고 1년 전의 나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것들도 있다. 일단은 깊게 고민하지 않고 생각나는대로 적어야 어떤 욕구를 알 수 있다. 그런데 하고싶은 건 많은데, 잘하는 건 별로 없는 것 같다. 꼭 잘할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잘하고 싶다면, 많이 경험해보면 된다. 지금까지 해보지 않았던 것도 해봐야한다. 해봤는데 아닌거면 아닌거다. 그렇게 시행착오를 겪어봐야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나라도 더 찾을 수 있다. 보물찾기인거다. 꽝일 수도 있고 1등 선물일 수도 있고 여러개의 보물을 발견할 수도 있다. 그 보물은 나의 가능성, 좋은 깨달음, 삶의 방향성 등 어떤 값어치를 하는 보물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니까 주말엔 많이 경험하고 느끼고 성장하자.


물론, 쓰는 글에는 쉽게 말할 수 있어도 막상 주말이 되면 실행하지 않고 이런 글을 쓴 것도 망각하고 있을거다. 그래도 브런치에 돌아와서 썼던 글을 보면서 다시 기억하고 또 망각하고 기억하고 반복하면서 나를 끌고갈 것이다. 살아가는 주말 동안, 나의 버킷리스트 101가지를 하면서 빛나는 보물을 찾고싶다. 뛰다가 걷다가 쉬다가 멈추게 된다고 해도 잘 해보고 싶다.



우리에게 주말이란 무엇일까?

나는 갑자기 주말을 잘 보내고 싶어졌다. 지금까지는 매주 찾아오는 주말이라고 잘 몰라봤지만 앞으로는 나의 가능성을 채워줄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저 빨간 날에만 멈춰있지 않고 작은 것이라도 품을 수 있는 날이 되었으면 좋겠다. 한 달에 한 번이라도 꼭 하고 싶은 것을 하는 주말을 보낸다면 그 주말이 모여모여 전엔 꿈조차 사치였던 놀라운 생각을 하게 되지 않을까, 이런 행복회로를 돌려본다. 그러고보니, 이 글을 발행하는 오늘도 주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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