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게 중심을 잃는 경우가 찾아오더라도, 혼자만의 시간을 잘 보낸 사람은 언제라도 다시 그 중심축을 잘 찾아간다.
시간이 흐르면서 혼자 있는 시간의 진가를 더 크게 느낀다. 혼자만의 시간을 충분히 보냈을 때에만 닿을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과 가깝게 지내는 것도 즐거운 일이지만, 혼자 있는 시간이 갑작스럽게 생겼을 때도 '하고 싶은 일이 늘 있어서' 오히려 반갑다.
안과 밖의 균형이 잘 서있다는 기분이 들면 마음이 평화롭다. 여기서 말하는 '안'은 혼자만의 시간을 말한다. 내형형과 외향형을 굳이 구분하지 않더라도, 혼자 있는 시간은 누구에게나 필요하고 그 시간을 잘 보내는 사람은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할 수 있다. 그 세계 안에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지속적인 알아차림'으로 나의 내적 가치를 만들 수 있다. 그 내적 가치는 어떤 순간에도 나를 잃지 않고 살아가게 하는 힘으로 인생을 살아가면서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그렇게 가치 있는 힘은 한 번에 생기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나의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충분히 가져야 한다. 혼자 있는 시간으로 조금 더 키를 기울일 때, 탐색할 수 있는 나의 것들이 많았다.
혼자만의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기는 여러 번 찾아온다. 그 시간이 필요로 할 때는 몸이 직감적으로 느끼기 때문에 '혼자 있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기도 한다. 생각을 정리할 때, 마음의 평온을 찾고 싶을 때, 무언가에 열중하고 싶을 때, 일을 빨리 끝내고 싶을 때, 무언가를 배울 때, 성장하는 동안에 그렇다. 그리고 사적인 또 다른 상황들이 있을 때도 그럴 것이다. 이럴 때는 가능하면 혼자만의 시간으로 기울여야 할 타이밍이다.
혼자만의 시간을 잘 보내는 방법은, 시도를 해봐야 알 수 있다. 여러 도구로 그 시간을 보내보고 어떻게 시간을 보냈을 때 잘 보냈다는 생각이 드는지 직접 경험해 봐야 안다. 해보면 끌리는 것과 그렇지 않은 느낌이란 게 분명히 있다. 나에게 맞는 여러 가지 방법들을 찾았다면, 언제부턴가 혼자만의 시간이 오면 하고 싶은 여러 도구가 있으니 그 시간이 반갑게 느껴질 것이다. 그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되었을 땐, 혼자만의 시간을 어떻게든 만들어내고 있을 것이다.
나의 경우는 보통 독서를 하며 혼자 있는 시간을 보낸다. 책을 탐독하는 기간이다. 좋아하는 책들을 한가득 가져와서 읽는 기쁨이 크다. 목적 없이 쓸모없이 읽을 때가 온전히 내용을 흡수하기 좋았다. 책장을 덮고 나면 다 잊혀지는 문장 같아도, 무의식 속에 켜켜이 쌓여 어느 순간 팝콘처럼 톡톡 높이 튀어올랐다. 정말 좋은 문장들은 느긋하게 곱씹으면서 읽는데 지나치기 아까울 정도다. 책을 읽다가 한 문장 안에 소개된 책들을 따라 읽으면 읽고 싶은 리스트가 끝없이 생기니 책 지도가 절로 만들어진다.
반대로 나의 모든 감성과 경험치를 가동해도 행간의 의미가 파악되지 않은 문장들도 만난다. 아직 내가 열어보지 못한 문장들을 뒤로 한채 다음 문장으로 넘어갈 때는 아쉽긴 해도, 이렇게 읽다 보면 다른 책의 결이 비슷한 문장에서 마주친다. 그때는 미처 알지 못한 '알아차림'을 느꼈을 때 희열이 크다.
혼자 있는 시간에는 일기도 자주 쓴다. 여과 없이 써내려가는 시간 동안 내면의 자유로움을 느낀다. 하루의 일과들을 어떻게 느꼈는지 글을 쓰며 자연스럽게 나를 돌아보게 되는데, 이런 시간들은 나를 잘 알게 해준다. 내 마음 상태가 반영된 글을 보면서 '상황보다는 내가 갖고 있는 관점과 생각에 따라 기분을 책임질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한다. 내 마음이 평온함으로 가득 차서 글도 그렇게 밖에 나올 수 없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지만 그보다는 일기는 '솔직한 감정이 먼저다'는 최우선의 법칙이 깨지지 않기를 더 바란다. 일기를 쓰면서 자기긍정도 배우고 자기객관화도 배우고 쓰면서 느끼는 바가 참 많다고, 쓰면서 또 느낀다.
이렇게 혼자 있는 시간을 내 나름대로 잘 보내고 나면, 마음 헛헛한 게 없다. 혼자 있는 시간을 몰두했을 때 느낄 수 있는 이 충만함이 좋다. 이 시간은 오로지 에너지가 안으로, 나에게만 집중되기 때문에 그런 기분을 느끼는 것 같다. 그렇게 안으로 쌓아 올린 시간과 에너지는 곧 밖으로 크게 발산할 수 있는 힘이 된다. 혼자 있는 시간은 앞으로 더 나아가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한 시간이다.
혼자 있는 시간을 잘 챙겨야 한다. 혼자만의 시간은 고요하게 나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다. 고립된 상태가 아니라, 나의 마음을 나의 것으로 채울 수 있는 돌봄의 시간이다. 번아웃은 내가 나를 돌봐주지 않아서 찾아온다. 따라서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그렇지 않은지 살피는 일이 중요하다. 그 시간을 차근차근 비축했을 때, 오히려 다른 사람과 함께 잘 지낼 수 있는 힘을 갖추게 된다. 잘 보낸 혼자만의 시간은 따라오는 다른 시간에도 크게 영향을 미친다.
혼자 있는 시간은 나의 내면을 충만하게 채우는 시간이다. 에너지가 안으로 통하기 때문에 비교의 대상도 없다. 나에게 집중하기 때문에 내게 하나라도 더 맞는 도구와 길을 발견할 수 있다. 혼자만의 시간은 내가 살아있는 동안 함께 가는 길이기 때문에 장기전이다. 가장 긴 인생 풀코스인 덕에 조급하게 무언가를 쫓지 않아도 된다. 혼자만의 시간 안에서 촘촘히 집중하다 보면 내가 어떤 길을 가야 할지, 어떻게 가면 마음이 평온할지, 어떤 것을 내려놓으면 자유로움을 느낄지 차츰 알게 될 것이다.
인생은 안과 밖의 균형잡기다. 균형을 잘 잡아줄 수 있는 혼자만의 시간의 정해진 비율은 없다. 내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성향인지에 따라서 상황에 맞게 그 비율을 조절하면 된다. 중요한 건, 혼자만의 시간을 잘 보낸 사람은 내적 가치가 무엇인지 알고 그것을 살아가면서 적재적소에 잘 활용하면서 균형감있게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살면서 무게 중심을 잃는 경우가 찾아오더라도, 혼자만의 시간을 잘 보낸 사람은 언제라도 다시 그 중심축을 잘 찾아간다. 그러니까 혼자 있는 시간으로 기울여야 할 타이밍엔, 그 시간을 스스럼없이 환대하자. 그 시간을 크게 환대하면, 쌓아올린 나의 내적 가치로 나로서 잘 살아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