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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인톤 Sep 30. 2021

나는 나의 공간을 미루지 않기로 했다

매일 쓰는 것은 가장 설레이는 것으로 

# 나의 공간을 계속 미뤄왔다 

나는 대학교 때부터 결혼 전까지 자취생활을 했다. 그 시간동안 예쁘게는 아니더라도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꾸미고 살 생각도 안했다. 그럴 시간적 여유가 없기도 했고 집이라는 공간에 별다른 흥미가 없기도 했다. 내 관심사가 아니었다. 또, 집에 있는 시간이 적기도 해서 공간의 중요성을 인지못했다. 자취하는 공간을 가까운 시일 내에 떠날, 잠시 머무는 곳으로 여겼던 것 같다.




# 내 공간이 더 예뻤으면 좋겠다

요즘은 달라졌다. 내가 있는 공간이 더 좋아졌으면 하는 생각을 한다. 주변 사람들 역시 코로나로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인테리어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했다. 실제로 해외여행 대신 집안 가구를 바꾸는 것으로 그 욕구를 채우고 있다고 한다. 재택근무도 늘어나면서 더욱더 집과 공간에 대한 욕구가 커지고 있다. 나만해도 프리랜서로 전향 후,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져서 내 집 마련과 예쁜 가구에 대한 욕심이 생겼다.


매일 머무는 집안의 공간을 잘 꾸미고 싶지만 어디서부터 바꿔야할지 막연했다. 수많은 인테리어 사진들을 보며 예쁘다고 감탄만 했다. 하지만 인테리어에 시간을 내주진 않았다. 어쩌면 저절로 집이 알아서 예뻐지고 꾸며지기를 바랬던 것 같다.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하며 나중의 맨 나중으로 미뤘다. 그러다, 어느 날 바라본 내 공간은 설레이지 않을뿐더러 별로였다. 그러다 깨달았다. 공간을 꾸미는 것은 하루 몰아서 끝낼 수 있는 정리나 청소같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좋아하는 공간을 만든다는 것은, 평소에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채워놓아야 가능한 것이었다. 일상이 공간을 만드는 거였다. 그래서 나의 일상에 내 눈에 예쁘고 설레이는 것을 집에 들이기로 한다. 




# 매일 쓰는 것은 설레이는 것으로 

어제는 여름옷을 넣을 수납장이 필요했다. 별스타그램에서 수납장을 검색했다. 예쁜 사진들이 많아도 너무 많아서 어떤 걸 사야하나 싶었다. 한때는 어차피 잠깐 쓰다가 버릴거라며 나중에 좋은 거 사면된다며 가성비 좋은 아이템만을 샀을 때가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산 물건들은 집안의 분위기와 맞지도 않고 기존의 인테리어와도 어울리지 않았다. 그저 용도의 역할만 하는 그냥 '물건'이었다. 그래서 이제는 가격은 적당한 선에서 나의 취향이 반영된 물건들을 고르려고 한다.


모든 물건을 설레이는 것으로 사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그럴 수 없다. 내 계좌가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매일 쓰는 물건만이라도 정말 내가 좋아하는 것으로 사야겠다고 생각했다. 매일 만나는 물건은 순간순간을 기분 좋게 만든다. 이것만으로도 예쁜걸 담아야 하는 이유는 충분하다. 그래서 평범한 공간에 애정을 갖도록 만들어주는 것을 사려고 한다. 그렇게 좋아하는 것들로 내 공간을 채우다 보면, 점점 내 스타일이 확고해진다. 그렇게 나를 알아가고 그곳은 또 내가 된다. 나의 공간에서 매일매일 설레이고 싶다. 




# 오늘부터 나는 기분 좋아지기로 했다

좋은 집으로 이사가는 날만을 기다리다가 그날이 온다고 해도 과연 나의 안목으로 모든 공간을 채울 수 있을까? 근사한 인테리어와 좋은 가구로 채울 수는 있어도 나의 취향이 반영된 설레이는 공간을 만들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래서 언젠가 더 넓은 집으로 더 좋은 집으로 이사를 가게되면, 그때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꾸며야지라는 생각은 내려놓기로 했다. 


만약 아무거나 사왔던 습관이 남아있다면 좋은 집을 갖게되는 날이 오더라도, 나의 취향을 믿지 못하거나 귀찮거나 또는 봐둔게 없어서 전문가에게 모든 걸 맡겨버리게 될지도 모른다. 전문가에게 의뢰를 해도 내가 원하는 것을 더 디테일하게 말할 줄 알아야 내 공간에 그 취향이 반영되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멋진 공간은 나를 설레이게 만들지 못한다. 나는 수많은 사람들 중 다른 사람과는 다른 취향이 있는 사람이니까. 


그래서 지금 여기서도 예쁘게 잘 지내려고 한다. 이 공간에서 언제까지 머물지 모르지만 있는 날까지 예쁜 것과 함께 지내면서 좋은 것을 보고 기분 좋아지기로 했다. 잠깐 쓰고 말거라도 짧은 순간 그 물건을 쓰면서 행복한 걸 사기로 했다. 오늘부터 나는 기분 좋아지기로 했다나의 공간을 미루지 않기로 했다. 좋아하는 순간들을 많이 만나고 싶으니까. 




# 이 공간 자체가 내가 되면 좋겠다 

돌아보면 확률상 미뤄왔던 것들이 날 기분좋게 만들지는 못했다. 나중을 미뤄두고 작은 것부터 시작해서 나의 안목을 더 뽐내려고 한다. 고만고만해 보여도 그 중 더 내 취향인 것을 사려고 한다. 


어떤 공간은 들어가는 순간 오랫동안 머물고 싶다는 생각을 들기도 하는데, 그 공간에 있는 자체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고 그 기분좋음은 또다른 좋은 무언가를 만들어냈다. 이렇게 공간은 나의 기분에 영향을 준다. 밖의 날씨에도 기분에 영향을 받는데, 하물며 내가 머무는 안의 공간은 나에게 더 자주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나를 위해 이 공간을 잘 가꾸고 싶다. 공간 속 설레임을 느끼기 위해서는 노력을 해야한다. 


마지막으로 설레이는 것들로 공간을 채워야 하는 이유가 있다. 나를 가장 기분좋게 만들어주는 일상은, 좋아하는 공간에서 좋아하는 사람들과 좋아하는 음식을 자주 먹는 일이니까. 그래서 나는 나의 공간을 더 이상 미루지 않기로 한다. 나의 기분좋음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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