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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인톤 Nov 01. 2023

요즘 나의 절제생활

건강을 챙겨야 하는 일이 생겨서 좋은 식습관을 갖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중 하나는 공복 16시간을 지키는 것이다. 오후 12시부터 저녁 8시 사이에 식사를 하면 가능한 일이다. 정해진 공복시간을 지키면서 알게 된 사실은 내가 음식을 정말 좋아했었고 여전히 좋아한다는 것이다. 누군가는 먹는 게 너무 귀찮아서 알약 하나로 끝내면 좋겠다고 했는데, 그러기엔 나는 세상에 맛있는 음식들이 너무 많아서 아쉽기만 할 것 같다. 내가 아는 맛있는 맛도 또 맛보고 싶고 아직 내가 모르는 맛있는 맛도 알아가고 싶다. 무언가를 알아가보고 싶다는 건, 사랑 범주 안에 있는 거니까, 나 음식 좋아하는 거 맞네!   




마른 체형으로 살아왔다. 마른 체질이 집안 내력이다. 잘 먹어도 살이 잘 찌지 않아서 다이어트와는 거리가 멀었다. 음식을 굳이 절제해야 하는 필요성도 느끼지 않았다. 평소 먹고 싶은 음식을 먹었고, 먹고 싶을 때 먹었고, 먹고 싶은 만큼 먹으며 살았다. 그런데 공복 16시간을 지키고 있다니, 이제껏 경험하지 않은 음식 절제의 세상으로 한 발 디뎠다. 허허. 세상에 '절대로'는 없다는 것을 또 한 번 실감한다. 공복시간을 유지하면서, 건강한 식습관은 유지하는 일은 멋진 자기 관리라는 것 또한 알게 되었다.




현재 내가 유지하고 있는 습관들은 이렇다.

일어나면  안을 물로 헹군다. 공복에 따뜻한 물을 마신다. 차가운  대신 미지근한 물을 선호한다. 커피 대신 따뜻한 차를 마신다. 16시간 공복을 지키려고 한다. 밀가루 음식을  찾는다. 가공식품을 이전보다  먹는다. 육류 식단을 이전보다 줄인다. 채소와 과일을 자주 먹는다. 발암물질 음식은 먹지 않는다. 탄산음료는 사지 않는다. 술은 원래 못하고 안 마신다. 아주 늦게 자지는 않는다. 늦게 일어나지도 않는다.  5 이상 운동한다. 스트레스 받으면 좋아하는 책으로 간다. 기분이 좋아도 읽는다. 감사일기를 기록한다. 글쓰기를 놓치지 않는다.


공복 16시간 지키기 외에도 위와 같은 좋은 습관을 유지하려고 노력 중이다. 이 루틴들은 대체로 습관으로 장착된 덕분에 크게 힘들이지 않고 행동할 수 있다. 오히려 하지 않을 때 찜찜해졌다. 물론 좋지 않은 습관도 여전히 있지만 차츰차츰 바꿔나갈 계획이다. 좋은 습관을 일찍이 형성해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나의 위 습관들이 귀여워 보이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금욕주의 생활을 지향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나는 금욕적인 생활을 하고 있는 게 아니다.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의 선에서 좋은 습관들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유지하고 있는 습관들은 '전혀 하지 않는다'가 아니라 '덜한다'에 초점이 맞춰 있다. 전체를 바꾸지 않고 하나씩 하나씩 좋은 것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아주 바꾸려다가 아주 돌아오는 수가 있기 때문에 천천히 방향을 바꾸고 있다.




유지하면서 스트레스 받지 않을 정도의 틈을 남겨두고 있다. 아주 소식을 하거나 며칠 동안 공복을 유지하는 수준이 아니다. 건강한 루틴을 지키다가도 가끔씩 과자도 고기도 파스타도 맘껏 먹는다. 배달 음식도 여전히 먹는다. 친구들을 만나면 음식을 가리지 않고 다 먹는다. 여행 가서는 공복을 지키지 않는다. 컨디션이 안 좋거나 정말 귀찮으면 운동도 쉰다. 나는 건강한 식습관으로 무게 중심을 잡고 싶은 것이지, 무조건 먹으면 안 되고 하면 안 되는 금기사항은 없다. 좋은 습관들이 가운데 잘 자리 잡는다면 가끔씩 일탈하는 즐거움도 크게 즐길 것이다. 건강을 약간 잃고 나서 알게 되었다. 건강한 식습관을 갖는 일은 살면서 기본 중 기본이라는 것을. 다행히 좋은 습관을 유지하고 있어 지금은 다시 건강해졌다. 그래서 지금 나의 식습관에 아주 만족한다.




나는 지금 이대로의 루틴이 좋다. 그래서 내가 원하는 습관들을 유지하는데 노력하고 있다. "어떻게 커피도 안 마셔? 술 못 마시면 싫지 않아? 운동 힘들지 않아?"라는 질문에는, "내가 다 좋아해서, 내가 다 원해서 하는 거야. 나한테는 이게 잘 맞아서 그래."라고 답한다. 커피보다 따뜻한 차를 음미하는 게 훨씬 좋다. 술을 전혀 마시지 않는 나는 술을 잘 마시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도 없고 그렇게 되고 싶지도 않다. 술 마시면서 느끼는 쾌락보다 독서하면서 느끼는 쾌락이 훨씬 좋다. 마시는 것과는 별개로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술자리는 늘 환영이다. 내가 원하는 것과 남이 원하는 것이 같을 수 없다. 나와 다르다고 신기할 이유도 없는 이유이다. 만약 누군가의 습관이 낯설게 느껴진다면, 그건 내가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나에게 나의 습관이 당연한 것처럼 그 사람에겐 그 사람의 습관이 당연하다.




작은 습관들이 쌓아 올린 공은 나의 정신건강에 도움이 되었다. 좋은 습관들은 내가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하는 환경이 되어 주었다. 무엇보다 좋은 루틴은 할 때도 좋지만 하고 나서는 더 좋았다는 게 큰 장점이다. 쾌락은 할 때는 아주 좋지만 하고 나서는 안 좋은 감정을 느끼게 만든다. 하지만 좋은 행동은 하고 나서 오는 느낌이 만족스러워서, 그 행동을 더 발전시키고 싶어지는 선순환을 만들어 주었다. 습관은 축적할수록 위대한 거였다.




처음에는 습관을 바꾸는 일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아주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나는 고기를 참 좋아하는데, 그걸 보여주는 몇 가지 일례가 있다. 하루는 아침에 일어나 제주도에서 온 항정살 택배를 발견하고 너무 기쁜 나머지 바로 구워 먹었다. 아침부터 혼자서 몇 인분을 먹었는지 모르겠다. 또 한 번은 제주도 4박 5일 여행을 가서 1일 1 흑돼지를 먹었다. 잘 먹고 집에 돌아와서 또 생각났다. 고기러버인 내가 고기를 덜 먹는 일도 가능해졌으니 조금씩 바꿀 수 있다. 다만 천천히 조금씩.  




습관이 되었어도 위기는 늘 있다. 다만 습관이 장착된 상태에서 마주하는 위기는 무방비 상태에서 찾아오는 위기와는 결이 달라서 조금 애를 쓰면 달아나게 할 수 있다. 그래도 조금 힘들긴 하다. 얼마 전 밤 10시 잠을 자려고 누웠는데, 느닷없이 음식 생각이 나기 시작했다. 분명 방금 전까지는 음식 생각 없었는데, 누우니까 생각나는 거다. 생각하니까 먹고 싶어 진다. 좋아하는 음식 메뉴가 막 떠오른다. 같은 생각을 하는 남편에게 지금 가장 먹고 싶은 음식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치킨 피자 햄버거가 후보에 올랐다. 나는 순위를 매겨보자고 했다. 왜 이런 질문을 했는지 모르겠다. 남편은 1등 치킨 2등 피자 3등 햄버거라고 했다. 나는 1등 햄버거 2등 치킨 3등 피자라고 했다. 남편은 햄버거는 먹을 때 목 막히는 느낌이 별로라서 3등이라고 했다. 나는 오빠가 진짜 맛있는 수제버거를 먹어보지 못해서 햄버거를 3등으로 준거라고 약간 야단쳤다 ㅎ. 아무 말 대잔치다. 갑자기 육즙 팡팡 터지는 내가 아는 수제버거집 햄버거가 생각났다. 원래라면 이미 배달시켰다. 하지만 굳이라는 생각이 들자, 굳이 먹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을 하며, 잠깐 또 햄버거를 생각하다가 잠에 들었다.  



나는 요즘 몸소 절제를 배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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