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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인톤 Jun 21. 2024

임신기간 동안 최고의 태교

누구나 인생의 전환점이 있다. 나는 지금 그 시기에 있다. 엄마가 되었다. 이제 태어날 아이를 생각하면 너무 신기하다. 제일 신기할 때는 볼록 나온 배를 볼 때이다. 뽀송이(태명)가 태동을 막 시작해서 정말 생명체가 나에게 왔다는 사실에 실감하고 있는 요즘이다. 나만 느낄 수 있는 미세하고 작은 움직임이 정말 귀엽고 소중하다. 




임신 초기에는 급격한 호르몬의 변화로 정말 무기력했다. 집안일도 하기 싫고 밥도 챙겨 먹기 귀찮고 잠은 왜 이렇게 오는지. 운동도 할 수 없으니 더 답답했다. 임신 중기에 들어서자 거짓말처럼 컨디션이 좋아졌다. 입덧이 끝나가니 자연스럽게 남은 임신기간 동안 무엇을 하면 좋을까 생각했다. 태교는 어떤 걸 하면 좋을까 생각하다가 나의 '생각 그릇'을 넓히는 게 좋겠다 싶었다. 생각의 크기를 키우기 위해 선택한 도구는 '책'이다. 글쓰기는 덤. 독서로 생각의 그릇을 키우고 글을 쓰며 생각을 정리하면서 생각의 내공을 키우기로 했다. 





임신 최고의 태교는 생각 그릇 넓히는 일 

태교로 생각 그릇을 넓히는 일로 정한 이유는 간단하다. 살아가면서 행동의 근본이 되는 것이 '좋은 생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각이라는 게 마음만큼 잘 되지 않는다. 내 생각인데 내 것이 아닌 것 같다. 떠올리기 싫은 생각이 떠오르고 없애려고 하면 더 부풀어 오르는까. 좋은 생각을 더 자주 하고 싶은데 쉽지 않다. 그래서 좋은 생각을 하기 위해서는 연습이 필요했다. 




생각인데 맘대로 되지 않을까. 바로 무의식 때문이다. 무의식에 있는 생각들이 느닷없이 톡톡 올라오기 때문에 하고 싶지 않은 생각들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요 무의식에 의식적으로 좋은 것들을 흘러주어야 한다. 평소 하는 생각들이 중요한 이유이다. 무의식에 좋은 생각이 넘쳐흐를 정도로 가득 차야 자주 좋은 생각들을 마주할 수 있다. 즉, 무의식은 키우는 식물과 같아 햇빛과 토양 적당한 물을 주어야 한다. 무의식은 나의 내면을 가꾸는 일과 같다. 





나의 도구를 잘 활용하는 방법

태교는 좋아하는 도구를 선택하는 게 가장 좋다. 임신 기간 짧지 않으니까, 하고 싶은 것으로 해야 자주 할 수 있다. 음악 듣기, 요가하기, 산책하기, 그림 그리기, 건강한 음식 먹기, 명상 등 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 그중에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고르면 된다. 




나의 경우 무의식에 좋은 생각을 넣어주기 위한 최고의 도구는 책이다. 생각 그릇을 넓히기 위한 도구로 독서를 선택한 이유이다. 평소 자주 읽고 좋아하기도 하고. 독서의 유익한 점은 아주 많다. 그중에 하나는 읽지 않았으면 알지 못했을 생각을 만나는 것이다. 




좋은 문장들을 많이 만나면 생각의 크기가 확장된다. 물론 시간이 흐르면 읽었던 좋은 문장들도 기억 속에서 사라진다. 그리고 아무리 좋은 문장도 행동하지 않으면 소용없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그 행동도 나의 무의식이 만든 결과물이다. 그러니 무의식에 자리 잡으면 행동하게 것이다. 시간이 지나 그 문장이 잊혀질 때쯤이면 또다시 다른 문장을 만나면 된다. 그렇게 좋은 문장들은 무의식에 1차적으로 쌓이고 시간이 지나 증발하고, 2차적으로 쌓이고 또 증발하고. 무의식은 반복되는 과정 속에서 만들어진다.  




거의 다 사라진다고 해도 아쉬울 거 없다. 오히려 중요한 건 거의 다 증발하고 남은 것 중에 하나니까. 그 소수의 문장과 생각들이 나에게 가치 있는 알맹이다. 사라지는 것들 속에서 살아남았다는 것은 나의 무의식에 자리 잡았다는 의미이기도. 그렇게 자리 잡은 생각은 자연스럽게 내 것이 된다. 그러니까 읽고 기억나지 않은 문장들에게 섭섭해하지 말자. 떠나가 준 문장 덕분에 남은 문장이 빛을 볼 테니까. '사라지면 뭐 어때, 뭐라도 남겠지'라는 생각으로, 가볍게 시작하고 즐겁게 읽자!






모든 게 다 나를 위해서다

임신 기간 동안 생각의 그릇을 넓히기로 했다. 이렇게 생각한 중심에는 늘 내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려야 한다. 누군가를 위한다는 생각으로 시작하면 괜히 희생하는 기분도 들고 힘든 상황에서 과정이 별로 좋지 않다. 하지만 누가 시킨 게 아니라는 생각만 가지고 있어도 크게 억울하지 않다. 억울해지지 말자. 태교도 아이를 위해, 엄마의 역할을 위한 일로 볼 수 있겠지만, 사실은 내가 하고 싶어서 나를 위한 행동이다. 하기 싫으면 안 하면 되는데, 내가 하겠다고 했으니! ㅎ  




엄마가 되었다고 해서 비장한 마음으로 태교를 하려는 건 아니다. 엄마의 역할을 누구보다 잘 해내고 싶어서 또는 아이를 정말 잘 키우고 싶어서 시작하는 것도 아니다. 모든 게 다 나를 위해서다. 내가 바로 서야 그다음도 있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저 지금처럼 나로서도, 엄마로서도 평온하게 잘 지내고 싶은 마음이다. 하나의 역할이 더 생겼으니 균형감 있게 잘 지내고 싶다. 모든 건 나의 욕심을 위해서다. 다 나를 위한 것이다. 내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내가 성장하면 엄마로서도 자연스럽게 성장할 수 있다고 믿는다.





엄마의 세계에 입문한 걸 환영해

뽀송이를 만나기 전까지 좋은 책을 읽으면서 0.1도씩 방향키를 기울여봐야겠다. 시간은 오래 걸려도 탄탄하게 기본기를 쌓는 시간이 될 것이다. 생각의 그릇을 키우는 일은 태어날 아이에게도 좋은 영향을 주겠지만 사실은 나에게 가장 좋을 것 같다. 뽀송이를 위한 태교라고 말하지만 나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는 글이 될 것 같다. 뽀송이가 태어날 11월쯤에는 그동안 나의 생각을 나름대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덕분에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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