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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인톤 Jun 26. 2024

아무것도 하지 않은 나를 칭찬해

임신 초기 가장 좋은 태교 

임신 초기, 두 줄을 확인하고 정말 기뻤다. 소중한 생명이 내 안에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설렘이 생겼다. 내 안에 내가 아닌 소중한 생명이 들어섰다니! 콩콩 뛰는 심장을 가진 녀석이 있다니! 벌써 귀엽다.




설레는 마음과 함께 긴장감도 생겼다. 개인차가 있지만 나의 경우 임신 초기는 소중한 생명을 지키기 위해 최대한 안정을 취해야 했다. 최대한 누워 있으려고 했다. 쉬는 것도 적당해야 힐링이지, 몇 주 동안 집에서 누워 있으려니 정말 답답했다. 




꾸준히 해오던 운동도 못 가니 몸도 개운하지 않았다. 오전 10시마다 가던 요가가 어찌나 그립던지. 운동도 쉬고 움직임도 최소화하니 그나마 있던 근력까지 빠지는 듯했다. 이 시기에는 점심 먹고 집 앞 가벼운 산책을 할 때가 최대 활동량이었다. 




임신의 기쁨은 여전했지만 임신 초기는 힘든 시간이 맞다. 입덧을 했는데 속이 아침부터 울렁거리고 미슥거리고 무엇보다 음식 냄새가 힘들었다. 돌아보면 가벼운 입덧에도 불구하고 처음 겪는 울렁거림이라 기분이 좋지 않았다. 미슥거리는 느낌을 없애려고 냉면, 라면, 레몬을 주로 찾았다. 




호르몬의 영향일까, 힘도 참 안 났다. 텐션이 올라오지 않았다. 무기력해서 그 시간에 생산적인 일을 할 수 없었다. 좋아하던 책을 펼쳐 읽으려고 하면 몇 장 넘기지 못하고 덮었다. 눈에 글자가 안 들어오다니! 왜 이러나 싶었다. 입덧과 무기력의 시기에는 아무것도 하기 싫다. 빨리 입덧의 끝났으면 좋겠는 바람이다. 




임신 초기 태교는 사치였다. 그저 내 몸 하나 돌보는 게 이렇게 어려운 건가 싶을 정도니까. 입덧이 시작되면서 음식이 제한되고 잘 먹지 못하니 힘이 없다. 움직임이 적으니 기분이 별로 좋지 않다. 운동을 못하니 근력이 빠진다. 호르몬의 영향으로 무기력해진다. 가만히 있으니 생각을 너무 많이 하게 되는데 이게 또 문제가 된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안 하던 걱정을 하고 없던 걱정을 만들어하고 있다. 움직이면 사라지는 걱정을 하고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서 잘한거야

임신 초기는 호르몬과 입덧의 영향을 많이 받는 시기다. 내가 컨디션을 컨트롤할 수 있는 시기가 아니다. 이것을 인지하고 나서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 오히려 이 시기에는 정말 그냥 가만히 있는 게 아이를 위한 노력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이 시기는 어떤 시간을 보냈더라도 그런 나 자신을 기분 좋게 여기는 일이 가장 좋은 태교이다. 물론 아무것도 하지 않은 하루를 보내면 기분이 좋지 않을 수 있다. 여기서 생각의 전환을 해야 한다. 지금 이 시기는 아무것도 안 해서 잘 보낸 시간이라는 것을 알아차려야 한다. 




사람은 생산적인 일을 하지 않으면 기분이 좋지 않을 수 있다. 이런 감정이 올라오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그 감정까지 밀어내려고 하지 말고 '아 내가 이런 감정이 드는구나' 알아차리되, 여기서 중요한 건 지금 이 시기에는 충분히 그래도 된다는 생각으로 전환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설거지가 쌓이고 청소기를 못 돌리고 정리를 못한 집을 봐도 지금은 그렇게 보내도 된다고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한 시간 안에 끝낼 일을 손도 못 대고 있더라도 계속 일을 미루고 있더라도 지금은 잠깐 쉬어가는 시기라고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시기는 잘 쉬는 게 최고의 태교다. 그러니 잘 쉬고 있는 나에게 채찍질을 그만하자. 아무것도 하지 않아서 잘하고 있는거니까. 





생각의 전환이 절실하게 필요해! 

임신 초기에는 잘 먹고 잘 쉬는 시간을 보내는 게 최고의 태교이다. 그래서 나의 기분을 좋게 만드는 일이 최고의 태교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생각하지 말고 잘 쉬고 있다고 생각의 전환을 해야 한다. 이런 생각과는 다르게 생산적인 일을 하지 못한 나를 칭찬하는 게 어려울 수도 있다. 그래서 부정적인 생각이 올라올 때가 노력을 들여야 할 타이밍이다. 그 감정을 알아차리고 생각을 전환시켜야 한다. 




'아무것도 못해서 짜증나' 이런 감정이 올라오면 '내가 지금 한 게 없어서 짜증이 났네' 알아차린다. 감정을 받아들인다. 그다음은 '그런데 지금 이 시기에는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게 거의 없어. 호르몬 영향 때문에 아무것도 하기 싫은 게 정상이야. 그러니까 생산적인 시간을 보내지 못하고 있는 나를 탓할 이유가 없는 거야.'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생각의 전환을 시키면 나에게 다정해질 수 있다. 오히려 이 시기에는 충분한 휴식만큼 더 좋은 태교는 없다는 것을 알아차리면 이전보다 나에게 관대해질 수 있다. 




개인차가 커서 입덧이 심한 산모는 힘든 기간이 길어질 것이다. 그럴 때 부정적인 생각이 더 자주 올라올 수 있다. 그럴 땐 힘든 감정을 받아들이되 여기서 멈추면 안 된다. 중요한 것은 생각의 전환을 시켜주는 일이다. 생각의 전환이 일어나지 않으면 그 부정적인 힘든 감정에 매몰된다. 그러니 꼭 생각의 전환까지 가주어야 한다. 





내 존재 자체로서 이미 충분해!

아이와 함께 있는 나의 존재 자체가 신비하고 경이로운 일이다. 즉, 이 시기에는 나의 존재 자체로서 모든 게 충분하다. 여기서 무엇을 더하지 않아도 괜찮다. 아이와 함께 하는 지금 나는 존재 자체로서 이미 잘하고 있는 것이다. 나의 존재로서 충분하다는 것을 알아차려야 한다. 그러니 여기서 아무것도 더하지 않아도 정말 괜챃다. 지금의 나로서 모든 게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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