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야, 엄마도 방이 필요해

나는 나의 방을 지키기로 했다

by 제인톤

아기방 pinterest를 봤다. 너무 예쁘더라. 파스텔톤 벽지, 구름 모양 조명, 곰돌이 인형들. 참 귀엽다. 그래도 나는 다짐했다. '난 아기방 안 만들어.' 나는 내 서재방을 지키고 싶었다.



서재방에서

지금 이 글도 서재방에서 쓰고 있다. 화이트 책상, 오렌지색 의자, 책장 가득한 책들. 결혼할 때부터 늘 있었던 나만의 공간. 프리랜서인 나는 이 방에서 하루를 시작하고 끝낸다. 내가 가장 많이 보내는 공간이기도 하고, 난 서재방이 그냥 좋다. 이 방에서만큼은 내가 나로서 있는 것 같아서.




엄마모드 OFF

아기가 태어나면 생활 패턴이 많이 달라질 것이다. 양가 부모님 도움 없으니 혼자 키운다. 밤에 잠도 제대로 못 잘 거고, 하루가 수유와 기저귀로 채워질 것이다. 그래서 10분이라도 이 방에 들어올 수 있으면 좋겠다.



하루 종일 '엄마 모드'로 살다가, 10분이라도 이 방에 들어와서 '나 모드'로 전환. 엉망진창 감정 쏟아내는 일기 쓸 수도 있고, 그냥 멍 때릴 수도 있고. 아무것도 안 해도 되고. 이 방이 있으면 그냥 괜찮을 것 같다.




지금은

당연히 언젠가는 아기방도 만들어줄 것이다. 다만 지금은 아니다. 또 모른다. 아기 낳고 서재방은 사치라며 바로 아기방으로 바뀔지도. 그래도 지금은 아기가 내 배에 있으니까 내가 좀 더 누려야겠다. 곧 아기가 태어나면 이 의자에 앉을 시간이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괜찮다. 이 의자가 여기 있다는 것만으로도. 내 방이 여기 있다는 것만으로도.




엄마로서도, 나로서도

잠깐씩, 하루 10분이라도 엄마 모드 OFF 하려고, 나는 나의 방을 지킨다. 그리고 방문을 나가서는 아기한테 더 잘해주려고. 엄마로서도, 나로서도 잘 살고 싶다. 그래서 행복한 글도 수없이 쓸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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