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인톤 Jul 23. 2024

태교로 청소, 강력 추천해요

어쩌다 태교를 청소로 했다 

집안을 정리하고 있다

아기가 태어나기 전에 집을 깨끗하게 정돈하고 하고 싶었다. 무엇보다 아기가 태어나면 집안을 청소하는 일보다는 유지하는 방향으로 시스템을 장착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아기를 케어해야 하기 때문에 청소하는 데는 크게 신경을 덜 쓰도록 만들고 싶었다. 그야말로 물건만 제자리에 갖다 두면 유지가 되는 방향으로 만들기 위해 말끔하게 집안을 청소하기로 했다. 




다행히 현재 임신 23주 차라 몸이 많이 무겁지 않다. 아직까지는 컨디션이 괜찮고 움직이는데도 크게 무리가 없다. 그런데 언제 컨디션이 안 좋아질지 모르니 더 지체할 수 없다는 마음으로 정말 열심히 청소에 몰입했던 것 같다. 주중에는 나 혼자 청소를 도맡아 하고 주말에는 남편과 함께 청소했다. 남편은 내가 임신을 해서 신체적으로 하기 힘든 일 위주로 청소했다. 몸을 쭈그려서 해야 하는 일이라든가 무거운 짐을 옮기고 버리는 등이 대부분이다.  




집안을 청소하면서 점점 스케일이 커져갔다. 평소에도 깨끗하게 정리하고 지내는 편이라서 길어지는 청소에 조금 당황했다. 오늘내일만 하루종일 청소하면 끝날 줄 알았는데 너무 쉽게 생각했나 보다. 생각보다 할 일이 굉장히 많았다. 버릴수록 버릴 것이 더 많아졌고 닦을수록 더 닦을 것이 보였고 정리할수록 정리할 게 더 보이는 그런 느낌적인 느낌. 집안을 만질수록 더 만질게 커져갔다. 그렇게 우리의 대청소의 긴 여정은 시작되었다.




대청소의 메인 이벤트는 버리는 일이었다. 집안에서 크게 작게 자리하고 있지만 쓰지 않는 것들을 모조리 꺼냈다. 그리고 과감히 버렸다. 이제 아기의 물건이 들어오면 짐이 많아질 텐데 미리 방지하고자 안 쓰는 것들을 버리기로 했다. 1년 동안 쓰지 않은 물건, 모셔만 두고 입지 않은 옷들, 설레지 않은 잡동사니를 버렸다. 




우리 아파트는 일주일에 한 번 주말에 재활용 쓰레기를 버릴 수 있다. 그래서 주중에 버리는 물건들이 베란다에 쌓여갔다. 일주일 동안 쌓인 물건을 보면서 버릴게 이렇게나 많았나 싶었다. 버리는 물건이라고 낙인찍지 않았을 땐 몰랐지만 버리려고 내놓으니 그저 빨리 버리고만 싶었다. 주말만 오길 기다렸다. 하루라도 빨리 물건을 내다 버리고 싶어서. 일요일 비어진 베란다를 보면 속이 다 시원했다. 뻥 뚫리는 느낌이었다. 아 정리하길 잘했다! 





비워야 알 수 있는 기분 좋은 생각들 

버리면서 알았다. 그동안 나름 가볍게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훨씬 더 가벼워질 수도 있었구나 싶었다. 그런 생각이 들면서 더 비우고 싶은 욕구가 들었다. 눈에 보이지 않았던 잡동사니를 모두 꺼내어 버리면서 느꼈다. 보이지 않는 구석구석에 쓸모없는 것들을 지고 살았구나. 집이 많이 무거웠겠구나. 남편은 퇴근하고 집에 올 때마다 집이 많이 가벼워 보인다고 했다. 




비우고 나서 알았다. 그렇게 많이 버린 물건 중에 생각나는 물건도 없다는 것을. 그동안 버리지 못한 건지 버리지 않은 건지 모르겠지만 그저 버리길 잘했다는 생각만 든다. 요즘은 아침에 일어나서 미니멀해진 집안을 볼 때마다 개운하다. 




비운 다음 차례는 정리정돈이다. 정리 역시 꽤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정리를 하면서 느낀 게 있다.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정리하는 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는 것을. 지금은 비어진 수납함을 보면서 꼭 이 칸을 채우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을 한다. 예전에는 정해진 칸을 다 채우면서 정리를 했다면 지금은 비워둔 채로 남겨둔다는 점에서 차이가 생겼다. 더 채우지 말고 비어두어야겠다는 생각, 그리고 그 여백에서 편안함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인지했다. 




비우면서 자연스럽게 마음속에 떠오르는 생각들이 있었다. 심플하게 살아야지, 필요없는 건 비워야지, 물건에서 해방되야지, 설레는 물건 위주로 들여야지, 단순한 생활 방식을 만들어야지, 이런 생각들이다. 버리면서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었던 게 참 좋았던 것 같다. 긴 청소의 여정 동안 단지 정리만 한 게 아니었다. 내 마음을 돌본 것 같다. 청소하면서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 내가 원하는 삶의 방식은 어떠한지도 같이 생각할 수 있었다. 그래서 참 좋았다. 





어쩌다 시작한 태교로 청소, 추천해요!

많이 비웠다. 이제 아기의 물건이 들어올 차례다. 아기의 물건이 들어오면 그 물건들도 자리를 잘 정해주어야지. 꼭 필요한 것 위주로 들여야지. 심플하게 살아야지. 아이가 생기면 당연히 내가 원하는 미니멀리즘과는 거리가 있겠지만 그래도 할 수 있는 선에서 정리 정돈하며 심플하게 지낼 있는 생활 방식을 만들어가고 싶다. 




태어나면 아기에게 집중해야 해서 정리정돈에 힘쓰지 못할 것 같아 시작한 청소다. 몰입하며 청소했고 그 시간 동안 평온했다. 버리면서 물건에서 해방감을 느끼면서 마음이 시원했다. 정리 정돈하며 심플해진 생활방식에 편안함을 느꼈다. 그리고 지금 심플해진 집안을 둘러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엄마의 기분이 아기에게 전해진다고 하니, 청소하는 시간 동안 뱃속의 아기도 평온했을 것 같다. 어쩌다 태교를 청소로 했다. 좋은 시간을 보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