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시대, 나만의 내공 쌓기

당신이 AI에게 대체되지 않을 이유

by 제인톤

나에게 AI라는 초강력 도구가 생겼다. 천재 친구가 생긴 거다. 하지만 알고 보니 모두가 함께 초능력 도구를 사용한다네. 모두가 AI를 사용하면, 내 경쟁력은 어디서 찾아야 하지? 한 번쯤 이런 생각 해봤을 것이다. 전 국에게 동시에 주어진 도구라니, 그럼 나한테 무슨 경쟁력이 있지? 오히려 경쟁은 더 치열해졌을 뿐이다. 게다가 AI를 잘 사용하지 못하면 퇴화할 수밖에 없다는 불안감만 더 증폭된 셈이다. 그래서 고민했다. 그래서 AI 시대에서 내가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그 생각을 글로 정리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AI 시대 진짜 경쟁력은 기술 자체가 아니었다. 인간만이 가진 내면의 영역에 있었다. 진정성, 결정력, 미적 감각, 안목, 통찰력, 깊이, 서사, 철학. 이 모든 것들을 아우르는 내공 말이다. 이러한 것들이 왜 생존 전략이자 경쟁력이 되는지, 하나씩 풀어보려 한다.




특정한 작업을 대신하는 AI를 넘어, 인간 지성의 거의 모든 영역을 포괄하는 범용 인공지능(AGI)의 시대가 온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AGI의 정확한 등장 시기만 다를 뿐, 이 거대한 미래가 필연적으로 올 것이라는 점에 모두 동의했다. 불과 몇 년 안에 현실이 될 수도 있다는 예측도 나왔다. 피할 수 없는 미래다. 지금까지는 AI를 잘 다루는 사람들이 새로운 방식으로 효율을 얻는 순기능이 있었다. 그런데 AGI는 다르다. 인간의 대부분 능력을 대체하게 되면, 사실상 '일하는 사람' 자체가 거의 사라질지도 모른다. 그때가 되면 AI는 더 이상 도구가 아닐 것이다. 내가 두려워하는 것은, 인간의 노동력이 0으로 수렴하는 시대가 오는 것이다.




영화 <어쩔 수가 없다>를 보고 나니, 죽을 때까지 일하고 싶어졌다. 어릴 때는 하루빨리 은퇴하는 게 꿈이었는데, 이젠 계속 일하고 싶다. 거의 모든 것이 자동화된 가까운 미래에 노동 자체가 럭셔리한 사치가 된 세상을 보니, 내 입에서도 '아.. 어쩔 수가 없다'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자본주의라는 거대한 시스템 앞에서 개인이 얼마나 쉽게 무력해지는지를 보여주는 영화였다. '어쩔 수가 없다'는 말이 생존의 언어이자, 자기 합리화의 기제가 되어버린 사회를 미리 엿본 것 같아서, 마음이 심란했다.




AI 시대, 노동의 가치가 0으로 수렴하는 이런 세상이 가까이 와 있구나를 느꼈다. 이건 피할 수 없는 방향이고, 다만 우리가 그 강도를 언제, 얼마나 피부로 느끼는 시기가 조금씩 다를 뿐이다. 만약 이미 피부로 와닿았다면, 그건 우리 모두에게 현실이 된 것이나 마찬가지니까.




나도 일상에서 AI를 도구로 쓴다. 강력하고 스마트한 지능을 하나 더 안고 일하는 셈이다. 일을 가장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돕는, 내가 만난 도구 중 최고다.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AI와 소통하면서 일할 수 있게 되었다. 결국 AI를 더 잘 다루는 이들에게 더 많은 기회와 부가 쏠리는 시대가 되었다.




그런 면에서 AI는 초대형 거인이다. 우리는 AI라는 그 강력한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섰다. 덕분에 창조는 더 이상 소수의 특별한 예술가들만의 영역이 아니게 되었다. 천재적인 도구를 가지고 이제 누구나 아름다운 결과물을 만들 수 있다. 예술적 재능을 빚어내는 일이 보편적인 능력이 된 거다. 누구나 자기 안의 예술적 재능을 마음껏 펼치고, 멋진 창작물을 세상에 선보일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걸음 더 들어가 볼 필요가 있다. 누구나 미(美)를 빚어내는 보편적 능력을 갖추게 되었다는 것은, 곧 이 경쟁이 새로운 차원으로 이동했다는 의미다. 모두가 거인의 어깨에 올라탄 지금, AI를 쓰는 사람들은 결국 같은 출발선에서 경쟁을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 오히려 이 강력한 도구의 출현이 이전보다 더 필사적인 생존 경쟁을 부추긴다. 내가 능력치가 높아졌는데 모두가 초능력을 가지게 되었다면, 나에게 무슨 경쟁력이 있겠는가? 허허.




궁극적인 고민은 여기서 시작된다. 모두가 초능력 반지를 낀 상태에서 나는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노동의 가치가 사라질 가까운 미래에, 평범한 사람들의 생존 방식은 콘텐츠 크리에이터나 1인 비즈니스로 수렴될 것이다. 그렇다면 그때 나를 지켜줄 핵심 전략은 과연 무엇일까.




AI는 이제 우리가 상상하는 모든 아름다움을 쉽게 구현한다. 마음에 드는 결과물이 나올 때까지 수없이 반복하여 만들어낼 수도 있다. 결국 남는 문제는 하나다.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그 선택은 곧 나의 미감(美感)을 투영하는 마지막 결정이다. 그때만은 오로지 내가 결정해야 한다. 가장 마지막에 내가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을 결정할 수 있는 감각이 있어야 한다. 즉, 이 최종적인 미적 기준만이 인간의 몫으로 남는 것이다. AI가 제시하는 무수한 탁월한 결과물 속에서, 내가 추구하는 가치와 가장 완벽하게 공명하는 지점을 포착해 내는 통찰력과 안목이 필요하다.




AI 도구를 활용해 만든 결과물을 선택했다면, 이제 나의 결과물과 다른 사람의 결과물이 경쟁할 것이다. 수많은 탁월한 것들끼리 치열하게 경쟁할 것이다. 이 지점에서 살아남을 경쟁력을 다시 생각해야 한다. 매력적인 미적 수준을 넘어선 다른 무언가, 독보적 존재가 될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 그 독보적 존재가 될 전략은 무엇일까? 질문에 이미 답이 있다. 독보적 존재가 되어야 한다. 중간지대는 모두 사라지기 때문이다.




단순히 시각적으로 매혹적인 요소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세련되고 감각적인 미적 결과물이 기본값이 된 시대에서 경쟁의 잣대를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 그 잣대는 누가 더 높은 차원의 미학을 구현하는가를 기본값으로 놓는다. 더 나아가, '이것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대체 불가능한 독창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깊이 있는 서사, 고유한 철학이 핵심 자산이다.




내가 어떤 형태로 서 있든, 무엇을 하든, 경쟁력을 만들어주는 것은 이야기에서 시작된다고 믿는다. 보고 싶게끔, 만나고 싶게끔, 사고 싶게끔 만드는 것은 한 문장이나 어떤 이야기에서 시작된다. 모두가 다른 이야기를 전달한다. 내가 살아온 문화, 만나는 사람들 그리고 읽어온 것들에 따라 나의 철학이 달라진다.




좋은 철학을 가진 사람이 되려면, 내가 먼저 좋은 사람으로 있어야 한다. 그 이야기의 본질은 그동안 내가 쌓아온 것들에 따라 달라진다. 따라서 같은 아름다운 작품이라도 더 설득력 있고 선택받는 것은 더 좋은 이야기, 더 괜찮은 철학이 바탕에 서 있는 것들이다. 미적인 완성도 자체를 기본으로, 그 속에 배어 있는 진정성도 분명 있어야 한다. 누구라도 진짜는 알아보기 쉽다고 했다.



AI 시대에서 경쟁력이라 하는 것은 이제 더 치열하게 갖춰야만 하는 영역으로 접어드는 것 같아 씁쓸하다. 이 도구가 없던 시대에는 초등학교 운동회 100m를 뛰는 아이들의 격차 정도였다면, AI 시대에서는 우주 로켓을 타고 날아가는 사람과 시작선에 머무르는 사람 정도로 벌어지는 것 같다. 그게 결국 부의 불평등으로 귀결될 것 같아 씁쓸하다. 씁쓸하게 끝내긴 싫으니까, 더 이어서 써보겠다.



AI 시대에서도 우리는 여전히 인간으로서 느끼고 있을 때 행복감을 느낄 것이다. 그렇다면 거의 모든 것이 자동화된 상태에서 나는 어떤 일을 하며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궁리해야 한다. 앞서 말했듯이, AI 시대 경쟁력은 진정성, 결정력, 미적 감각, 안목, 통찰력, 깊이, 서사, 철학 — 이러한 것들을 아우르는 내공이다.




아직 늦지 않았다고 본다. 나보다 게으른 사람은 늘 있다고 생각하고 늦지 않았다고 생각하며 시작하는 편이 좋다. 나의 내공을 찾고 싶은 영역에서 진정성, 결정력, 미적 감각, 안목, 통찰력, 서사, 철학을 탐구해야 한다. 나의 내공이 깊어질 그 영역에서 치열해지면 나만의 고유한 영역이 생길 것이다.




나만의 고유한 영역이 있다는 것은, 경쟁자가 오직 나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그 고유한 영역을 밖에서 찾지 말고, 이미 나에게 다 있다고 생각하고 내 안에서 찾아야 한다. 나는 지구상에 한 명뿐이다. 나는 그 자체로 고유하고, 그 고유한 사람이 가지고 있는 생각도 고유하다. 아직 발견하지 못했을 뿐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 좋아하는 것, 또 좋아하는 것의 교집합을 생각해 보면 더 고유해지는 영역이 발견되기도 한다.




내가 지금까지 있었던 자리를 AI가 대체하고, 남은 자리에 나는 무엇으로 존재할 수 있을까. 그리고 어떻게 받아들이면 좋을까. 그래서 다시 철학이 중요해지는 시기가 오는 것이다. 이 시기에는 내가 인간으로서 가치 있다고 느끼는 순간들이 많아져야, 허무해지지 않고 잘 살아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것을 지켜주는 사람의 이야기, 철학 있는 것들에 대한 가치가 높아질 것이다.




사람을 위한 것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철학이 있는 유무형의 것들은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질 것이다. 섬세하게, 배려심 있게, 친절하게 그 철학 안에 담아야 한다. 사람은 여전히 아름다운 것을 좋아하고, 깊이 있는 이야기에 더 귀를 기울일 것이다. 김영하 작가는 이런 말을 했다. "일출을 백 번 보든 천 번 보든 내 삶에 무슨 상관이 있겠어요. 먹고사는 데 아무 상관없을지라도 아름다운 것을 보고 감동할 때 내가 인간이라는 것을 알게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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