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이 아니라 반응이었다

나는 생각하며 살기로 했다

by 제인톤

요즘의 나는 선택하고 있는 걸까, 반응하고 있는 걸까.




밤에 침대에 누워 휴대폰을 켰다. 무엇을 볼지 생각하기도 전에 몇 개의 영상이 먼저 떠 있었다. 그중 하나를 눌렀다. 그다음은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손가락만 넘기면서 보고, 또 보고. 화면을 끄고 나서야 멈췄다. 한 시간 동안 내가 보고 싶은 걸 본 게 맞을까, 아니면 그냥 이어진 걸까.




그건 더 이상 선택이 아니었다.




이젠 늘 나보다 앞서서 알고리즘이 날 기다리고 있다. 24시간 내내, 항시 대기 중인 것처럼. 무엇을 먹어야 할지, 어디로 가야 할지, 어떤 취미를 할지, 어떤 옷을 살지까지. 내 인생 전체가 알고리즘을 타는 것 같다. 나는 정리된 상태로 도착하는 것들 중 하나를 고르기만 하면 된다. 편하다. 그리고 그만큼, 내가 개입할 자리는 없다. 이쯤 되면, 갇힌 건가. 오늘 내가 결정한 것들 중에, 정말 내가 선택한 것은 몇 개나 될까.




나는 물었다. 지금 나는 선택하고 있는 걸까, 아니면 반응하고 있는 걸까.




생각하지 않아도 하루는 잘 돌아간다. 알고리즘 안에서 오히려 더 빠르고 더 매끄럽게 흘러가는 것 같다. 결정하는 시간도 짧아졌다. 이미 정리된 흐름 안에서 고르고 있으니 덜 고민하게 된다. 알고리즘이 나보다 나를 더 잘 안다는 이유로 그 안에서 고르면 된다고 믿는 건, 참 쉽다. 한동안은 편하다. 좋아하는 것만 보이고, 그 선택이 틀리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니까.




하지만 그건 기준이라기보다, 익숙함에 가깝다. 실패하지 않으려는 선택은 결국 같은 방향으로만 나를 데려간다. 낯선 것에 닿을 기회가 그만큼 줄어든다. 다른 시선으로 볼 수 있는 과정도 함께 사라진다.




편하다는 이유로 내가 생각하는 시간까지 모두 위임하는 순간, 삶 전체가 그 방향으로 기울어진다. 편한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생각하지 않으면, 모든 것은 삶 전체로 번져간다.




우리가 선택이라고 믿고 있던 것들이 사실은 반응에 가깝다. 내가 고른 것 같지만, 사실은 고르게 된 것들. 반응은 정말 편하다. 고민도 줄고 틀릴 가능성도 줄고 시간도 줄고. 편한 선택들이 쌓일수록, 느리고 번거로운 것들은 점점 뒤로 밀린다. 멈춰 서서 묻는 시간을 지루하게 여기면서 자연스럽게 줄어든다.




그러다 보면 문득, 생각을 어떻게 하는 거였더라? 생각이란 게 뭐였더라..? 하는 순간이 올 것이다. 그 결과 내가 어떤 기준으로 살아가는 사람인지 점점 흐려질 것이고, 그 질문조차 흐릿해지겠지. 생각하지 않는 삶은 편할 뿐, 그 안에서 나는 점점 작아지고 있다.




내가 사라지면 결국 남는 것은 공허감이다. 비어있는 느낌이다. 인간은 기계가 아니다. 높은 생산성으로만 기쁘게 살아갈 수 없는 존재다. 우리는 결과로 살아가는 존재가 아니라, 과정 속에서 만들어지는 존재다.




그래서 생각해야 한다. 생각하려면 과정이 있어야 한다. 과정을 경험하려면 질문해야 한다. 질문하려면 잠시 멈춰야 한다. 질문은 생각의 시작이다. 나는 다시 나에게 묻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질문 위에서, 생각하며 살기로 했다.




사람은 경험에서 만들어진다. 잘못 고른 것, 돌아간 시간, 애매하게 머물렀던 순간들. 그 사이에 서 있었던 시간들이 쌓이면서,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그리고 또 어떻게 달라지는지 점이 선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헤맸던 여정에서 나의 취향, 관점, 태도, 직관 같은 기준이 만들어지는 것일 테고.




나는 알아차렸다. 생각한다는 것은 더 많이 아는 일이 아니라, 내가 나로 남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라는 것을. 그래서 나는 생각하기로 했다. 편하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거창한 것도 아니다. 내 손에 쥐어진 차 한 잔, 오늘 읽은 몇 문장, 내가 보내고 있는 이 하루를 그냥 지나치지 않는 것. 보고 느끼고 선택한 것들을 한 번쯤 다시 해석해 보는 것. 그 정도면 충분하다.




이제 사유는 사치가 되었다. 모두가 효율과 속도를 향해 질주할 때, 잠시 멈춰 서서 '왜?'라고 묻는 일은 아무나 누릴 수 없는 가장 우아하고 값비싼 저항이다. 나는 이제 그 사치를 누리기로 했다.




나는 생각하며 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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