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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인톤 Jul 21. 2021

내가 만약 성공한다면, 그건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이리라

아침에 지고 밤에 이기는 사람

나의 오랜 목표 중 하나는 기상 7시, 취침 11시다. 지금쯤이면 습관이 됐어야 했지만, 아직 목표로 남아있다. 결혼생활을 시작하면서 아침 7시 기상 목표일지를 자신있게 침대 머리맡에 붙여놓았다. 그리고 지금도 붙어있다. 인생은 이런거다..


며칠 전, 새벽 기상하는 직장인의 출근 전 루틴을 보았다. 그저 존경스러웠다. 그는 회사에서는 바쁜 업무로, 퇴근 후 집에 오면 피곤해서 자느라 자기만의 시간을 전혀 갖을 수 없었다고 했다. 그래서 출근 전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확보해야겠다고 생각한 후, 이른 기상을 시작했다.


그는 새벽 4시 일어나 3시간을 확보했다. 그 3시간의 루틴은 운동하고, 명상하고, 글을 쓰는 것이었다. 그 생활 덕분에, 무언가 채워지는 느낌을 받으면서 생산적인 작업을 하게 되었으며 심지어 회사에 더 여유롭게 도착한다고 했다. 회사 점심시간에는 20분 정도 낮잠을 자니 피로감이 덜하고 만족스럽다고 했다.


그에 비하면 나의 목표 기상 7시는 이른 시간이 아니다. 아침 7시는, 한국사람 평균 키가 있듯이 직장인의 출근시간과 학생들의 등교시간을 고려한다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평균 기상시간일 것이다. 하지만 평균이라도 나에게 힘들면 힘든 거다. 다른 사람들에게 수월하다고 해서 꼭 나에게도 적용되진 않으니까. 하지만 나도 아침 시간을 확보하고 싶다. 아침 시간을 생산적인 일로 시작하고 싶다는 욕구가 있다.




난 아침에 지고 밤에 이긴다. "아지밤이" 인간

수백 번의 다짐으로 잠들지만 다음 날 아침 울리는 휴대폰 알람 소리에 기겁해서 0.1초 만에 끄는 사람. 다시 울릴까 봐 5분 간격으로 맞춰놨던 알람까지 다 꺼버리는 사람. 그게 나다. 그리고 이불로 나의 죄책감까지 덮어버린다. 그때는 아 잠이 세상 최고 좋다. 이렇게 잠이란 게 이겨낼 수 없는 세상 큰 존재다. 이렇게 나에게 지면서 또 하루가 시작된다. 차라리 목표라도 없으면 지는 느낌 없이 하루를 시작될 텐데.. 이건 또 성립이 안된다. 계획하는 것을 좋아하는 나에겐 항상 목표가 있다. 허허.


새삼스럽게 또 다짐을 한다. 자기 전 침대 머리맡에 기상일지를 꽃무늬 마스킹 테이프로 붙인다. 남편이 흥미롭다는 듯 보고있고 나는 또다시 비장하게 각오를 다진다. 하하.


남편: "뭐야?! 아직도 해?"

나: "응. (ㅋㅋㅋㅋ) 왜?"

남편: "이 정도면 사실상 실패 아니야? 그냥 편하게 살어."

나: "아직 진행중이거덩? 성공 할 때까지 하는거지."

남편: "(포기할 만도 한데...) 그럼 화이팅!!!"

나: '으.. 이번엔....기필코..'


우리가 결혼생활을 시작한 이후로, 남편은 머리맡에 놓여있는 7시 기상표를 계속 보아왔다. 다행히 이런 나를 의지박약으로 몰지 않고 우리 남편은 나를 귀엽게 보고있다. 아직 신혼이다. 물론 그동안 항상 실패한 건 아니다. 하지만 습관으로 정착되지 않았기 때문에 조금만 방심하면 다시 전으로 돌아가기 일쑤였다. 그럴 때마다 난 전형적인 올빼미과라고 단정지었다.


 





내가 아침에 일어나지 못하는 진짜 이유

일찍 일어나지 않아도 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아침 일찍 출근해야 하는 직장인도 아니다. 프리랜서라서 시간에서 더 자유롭고 나를 깨우는 아이도 없다. 아침형 인간이 아침에 하는 것을 난 늦은 오후에 충분히 하고있다. 언제 일어났더라도 깨어있는 시간과 일하는 작업 시간도 같다.


이렇게 스며든 생각들이 내가 아침에 일어지 않아도 되는 이유를 만들고 있었다. 내 인생에 기상시간은 크게 상관이 없는 듯 보였지만 이 생각이 날 발목잡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서웠다. 당장 편하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듯이 보이는 것들은, 시간이 지나서 독이 된다. 당장은 큰일이 일어나지 않겠지만, 서서히 어떤 마이너스의 기운으로 빠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올빼미과라고 분류한 카테고리 안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는 건 아닐까 싶었다.


내가 만약 이번 생에 성공하지 못한다면, 아마도 아침에 너무 많이 자서이리라..





나는 왜 이렇게 일찍 일어나고 싶은걸까?

분명 나와 비슷한 사람이 있을 것이다. 늦은 밤 작업이 잘 되고 늦게 자도 되는 사람. 특별히 아침에 일찍 일어나지 않아도 당장 큰일이 일어나지 않은 사람. 자신을 올빼미형 인간이라는 카테고리에 분류했지만, 꼭 아침형 인간으로 거듭나고 싶은 사람.  


'미라클모닝'류의 책들이 스테디셀러 리스트에 있는 걸 보면, 사람들은 여전히 일찍 일어나고 싶은 욕망이 큰 것 같다. 수년을 아침형 인간으로 살아보려고 노력했는데도, 안 되는 거면 사실 포기해도 된다. 근데 나는 왜 때문에 이 아침형 인간이 되고 싶은걸까?


나는 일찍 일어나서 그 시간에 꾸준히 한 것으로, 어떤 것을 이루고싶다. 아침 시간에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싶다. 언젠가 이 시간이 나를 먹고살게 만들어줄 거라고 믿고있다. 그리고 아침을 상쾌하게 문 열고 싶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생산적인 일을 했다는 그 느낌이 좋다. 상쾌하다. 그 상쾌한 기분을 사기 위해 아침 일찍 일어나고 싶다.





아침형 인간으로 거듭나는 방법

진부하게 들리겠지만, 아침에 일찍 일어날 수밖에 없는 목표로 바꾸면 된다. 나는 아침 일찍 일어나 모닝페이지를 꾸준히 쓰고 싶다. 그래서 목표를 7 기상에서, 7시에 글을 쓰는 것으로 수정했다. 같은건데  다른거다. 7시에 일어나려고 일어나는 것은 힘들지만 글을 쓰려고 일어나는 것은 기상하는데  동기부여가 된다. 일어나서 지금 해야할 일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는 것은 도움이 된다.


새벽에 침대에서 나오기가 힘들면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하라. ‘나는 한 인간으로서 반드시 일해야만 한다.’

마르쿠스가 스스로에게 상기시키며 했던 말이다. 지금 나는 얼음 동동 탄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말한다. '나는 한 인간으로서 반드시 일해야만 한다.' 나는 일어나서 글을 써야 한다. 내 생각을 쓰고 다듬고 정리해야 한다. 내가 훗날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서는 오늘의 글을 써야 한다. 나의 성장을 위해 책을 읽고 기획해야 한다. 오늘의 나를 미루지 말아야한다. 이렇게 나는 한 인간으로서 반드시 일해야 한다.









나는 오늘부터 "사실 난 아침형 인간이야" 라고 태도를 바꿀 수 있다

태생이 그렇다며 저녁형 인간으로 나를 분류시켜 놓았다. 나는 저녁형 인간이라서,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밤에 해왔다고 믿었지만 그렇게 믿고 싶어서 더 저녁형 인간이 된 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부터 내가 아침형 인간으로 거듭나면, 사실은 내가 아침형 인간이었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어제 확신했던 것에 얽매일 필요 없다. 나의 카테고리는 스스로 당장 바꿀 수 있다. 의지를 넘어서 습관이 되는 날까지 그게 뭐든 힘내야지.


내가 만약 이번 생에 성공한다면, 그건 아마도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이리라 :)






feat. 남편의 팩폭

나: 오빠 나 아침에 못 일어나겠어.

남편: 밤에 늦게 자니까. 일찍 자.


나: 오빠 나 밤에 잠이 안와..

남편: 아침에 늦게 일어나니까. 일찍 일어나.


거.. 정답 안다고 쉬운 거 아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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