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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ne Mar 25. 2020

식물일기1

-오크라, 바질 씨 발아


확실히 봄이 온 것을 느낀다.

날이 따듯해져서 그런지 식물이 키우고 싶어진다. 씨를 심고 모종을 사고 싶다.

이사오면서 새로 샀던 화분이 작년에 말라 죽었는데..

이번엔 다시 잘 할 수 있을 거라고, 스스로에게 속아주고 싶은 마음.


집에 아주 오래전에 선물받은 오크라 씨앗들과 키우던 바질에서 털어낸 바질 씨앗이 있어서 꺼내봤다.

몇년 전 씨앗인데 과연 싹이 날까?

그리고 이 오크라 씨앗은 예전에도 한번 시도했는데 싹 틔우는데 실패했던 것 같은 기억이 나는데..


작업실 분리수거함을 뒤져서(ㅎㅎ) 버려두었던 일회용품 뚜껑을 주워왔다.

뚜껑에다 티슈를 적셔 씨앗을 불려봤더니 바질은 금방 작은 씨앗 바깥으로 반투명한 막이 생긴다.

원래 더 투명하고 큰 막이 생겨야 하는 것 아닌가 싶지만 그래도 씨가 물을 먹는 게 보이니 안심이 된다.



매일 물 보충해주면서 마르지 않게 관리를 잘 해야 할텐데.

귀찮아서, 깜박해서 티슈를 말려버린 전과가 아주 많다.


얘네들은 씨앗 상태로는 반년이고 1년이고 살면서

물을 먹어서 뿌리가 덧니만큼 조금만 빠져나오면 그때부턴 쉽게 죽어버린다.

뿌리가 나왔는데 왜 더 나약해진거야..



오크라는 씨가 크다. 마른 강낭콩? 옥수수 알갱이? 그거보단 작지만 어쨋든 씨앗치고 크다면 크다..

바질처럼 밑에 깔은 티슈 한장으로는 안 될 것 같아서 티슈를 접어서 위에도 덮어줬다.

그러고 나서 검색을 해봤는데 오크라는 아열대작물이라 4월 말, 5월 초에 파종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_- 음…. 다시 꺼내서 말려?




식용 작물 뿐 아니라, 사고 싶은 화분이 몇개 있다.

관상용 아스파라거스, 바나나크로톤, 팔손이, 무늬아비스, 유칼립투스를 장바구니에 담아두었다.

코로나로 배송물량이 엄청나게 넘친다는 이 시기에

택배로 관상용 식물을 배달받으려는 게 너무 사치스러운 것 같아서,

그리고 한동안 아무 돈도 들어오지 않을 내 통장에 비축분이 마땅히 넉넉치 않아서 일단 참기로 했다.


그나저나 저 식물들 이름은 전부 포켓몬 같다.




대부분 누구나 그렇겠지만 나의 내면에서는 성실과 불성실이 늘 싸우고 있다.

규칙적이고 하루하루 경작해나가는 삶에 대한 정신적 욕망과

그것을 만류하는 육신의 강력한 메시지 '안돼, 일어날 수 없어.. 아직 괜찮아..'


한달을 30일이라고 보면 29.5일을 육신이 이기는데, 봄이 오면 5일 정도는 정신이 이기는것 같다.

이런 봄의 힘이 참 좋다.




일단 바질과 오크라를 잘 키우기 위해 식물 일기를 주 1회씩 올려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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