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내 사랑 할머니 안녕....
6개월 넘게 호텔뷔페에서 일을 하면서 나의 손목은 망가질 대로 망가져 있었다.
무거운 그릇들을 쌓아서 버텨야 하는 일이기에 더 무리가 갔지, 싶다.
일단 급한 대로 한의원에 가서 치료를 받았지만, 나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꾸준히 치료를 받으며 출퇴근을 했고,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다.
그렇게 지내던 어느 날, 일 끝나고 동료들과 함께 한 잔 하고 있을 때, 아빠한테 전화가 왔다.
할머니 돌아가셨으니까, 얼른 병원으로 가보라고 하셨다.
순간 머릿속이 하얘진 나는, 술자리를 박차고 나와 집에서 옷을 갈아입고 병원으로 향했다.
너무 화려한 옷을 입고 있었던지라, 집에 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그동안 할머니를 찾아뵙지 못해 죄송스러운 마음뿐이었다. 마음이 다급해졌다.
어떡하지를 남발하며, 정신이 반쯤 나가 있을 때, 택시도 안 잡히고,
버스는 이미 끊긴 상황이었어서 친구에게 전화를 했고, 친구가 병원까지 나를 데려다주었다.
그리고 할머니와의 고별식이 진행됐다.
고모들과 큰아빠 그리고 아빠는 할머니를 쓰다듬으며 마지막인사를 하는데,
나는 할머니를 쓰다듬을 수가 없었다.
이미 너무 울어 눈이 팅팅 부었던 나는, 그 인사까지 하면 쓰러질 것 같이 위태로웠다.
그래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너무 사랑하고 내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할머니의 마지막 모습은, 잊히지가 않는다.
"할머니, 안녕." 이란 소리도 못했다. 할 수가 없었다.
어려서부터 할머니랑 함께 살았고, 할머니 밥을 많이 먹고 자란 나는,
할머니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살았다. 학교 끝나고 집에 가면, 할머니는 항상 성경책을 읽고 계셨다. 귀가 잘 안 들리셔서 크게 얘기해야 알아들으셨고,
할머니와 늘 같은 방에서 잠들었던 나는,
할머니가 드라마를 즐겨보셨기에 만화보다는 드라마를 보고 살았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그렇게 정정하시던 할머니가 알츠하이머라는 것은 꿈에도 생각 못했지만 점점 기억을 잃어가셨다. 엄마아빠는 맞벌이하셔서 내가 식사를 챙겨드리고 할머니가 좋아하시는 홍시까지 챙겨드리면,
할머닌 나에게 "아가씨, 고마워요." 하며, 수줍게 웃으셨다.
그러다가 엄마만 보면, "저 아가씨가 나 밥 안 줬어." 하셨다.
엄마는 다 알기에 그냥 웃으며 할머니를 챙기셨다.
난, 억울한 마음에, "아니야, 할머니! 내가 할머니 식사 챙겨드리고, 홍시까지 주고 나갔잖아!" 하면,
할머니는 멍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시기만 하셨다.
결국, 증상이 좀 더 심해지신 할머니를 가족들은 요양원으로 모시기로 결정하셨고,
나는 일하느라 많이 찾아뵙지도 못했었다.
한국에 와서 할머니를 두어 번 정도 찾아뵌 게 전부였던 나는,
일하느라 바빴고, 동료들과 함께 내 시간을 보내느라 잊고 있었다.
할머니께서는 마지막 임종 전에, 나만 기억하고 찾으시다가 눈을 감으셨다 하셨다.
끝까지, 내가 보고 싶으셨던 할머니 곁에 나는, 없었어서 내 마음을 무겁게 짓눌렀다.
밤을 새 가며, 장례식장에 있던 나는 그동안 흘렸던 눈물보다
더 많은 눈물을 흘리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많이 울었다.
할머니를 보내고, 나는 꽤 오랜 시간 동안 아파하고 슬퍼했다.
그리고 결국, 호텔 뷔페일은 손목으로 인해 그만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고
나는 또 그렇게 백수가 되었다.
"할머니, 정말 많이 사랑하고, 사랑해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