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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한별 May 31. 2020

내 성격은 왜 이럴까?

내 성격이 문제인걸까?



나이가 들면 내가 원하는 내 모습, 내가 바래왔던 삶을 살 것 같았지만 막상 나이가 들고 보니 그렇지 못한 현실에 좌절한다. 내성적인 성격이, 불같은 성격이, 소심한 성격이, 깐깐한 성격이, 예민한 성격이 스스로 싫어질 때가 있다. 내성적인 성격 탓에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이 힘들고, 불같은 성격 탓에 일을 그르칠 때가 많고, 예민한 성격 탓에 늘 피곤함을 호소한다. 


나이를 먹을수록 이런 성격 탓에 관계가 힘들어지고 일이 내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고 느낀다. 성격을 바꾸면 모든 것이 변할 것 같지만 성격은 내 마음처럼 쉽게 고치기가 힘들다. 변화를 원하지만 쉽게 변하지 않는 내 자신을 깨닫는 순간 이내 무력감을 느낀다. 성격만 바뀌면 뭐든 할 수 있을 것만 같은데 안타깝기만 하다. 


그렇다면 과연 그동안 실패했던 혹은 내 마음처럼 되지 않았던 관계나 일들이 정말 내 성격 탓일까? 성격을 바꾸면 그동안의 관계나 일들이 술술 잘 풀릴까?     


급한 성격 탓에 서두르거나 덤벙거리다 실수를 자주 하던 친구가 있었다. 섣부른 판단으로 후회가 잦자 성격을 바꾸고 싶어 했다. 그 친구는 급하게 일처리를 해서 서류가 누락되고, 서두르다가 물건을 놓고 나오는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그 친구는 급한 성격 덕에 누구보다 문제해결이 빠르고, 추진력이 뛰어난 친구였다. 장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본인이 생각하는 성격의 단점을 좋지 않은 결과와 연결해 평가를 내리려 하는 습관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다. 모든 나쁜 결과의 원인이 본인의 성격 때문이라고만 생각했다.     


성격이 개인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면접에서 매번 떨어지는 것이 내성적인 성격 탓이라고 확신하거나, 같은 이별을 반복하는 것이 다정하지 않은 성격 탓이라고 여기는 것은 옳지 않다. 우리는 대개 스스로 결정내린 혹은 살면서 경험에 의해 축적된 자신의 성격에 대한 단편적인 평가를 업무, 대인관계, 내 삶에 결부시켜 이해하는 습관이 있다.


이러한 오류는 나에게 일어난 많은 나쁜 일들이 내 성격 탓에 생긴 일들이라고 믿게 만든다. 하지만 실제로 성격이 내성적인 사람이 매번 면접에서 떨어지는 것도, 다정하지 않은 사람이 자주 이별을 하는 것도 아니다. 단지 내성적인 성격이, 다정하지 않은 성격이 단점이라고 단정 지은 자신의 프레임에 갇혀 삶의 결과와 연결 지을 뿐이다.


모든 성격은 장점과 단점을 함께 지니고 있다. 원래 좋은 성격, 원래 나쁜 성격이 따로 있지 않다. ‘나는 내성적이라서 영업직은 힘들다.’라고 내 성격과 내 환경을 선택적으로 연결해서 해석하고 왜곡하는 심리도식은 내 삶을 변화시키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진정한 변화를 위해서는 내 성격의 장·단점을 이해하고, 내 삶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파악해 변화의 의지를 다지는 것이 필요하다. 성격의 변화를 우선하기 전에 내 성격과 내 삶을 선택적으로 연결 짓는 습관을 먼저 점검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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