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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각형 Apr 16. 2023

가치의 세계에서는 최댓값이 측정의 단위가 된다.

도덕과 윤리의식을 향한 우리가 갖춰야 할 자세



오르테가는 돈키호테 성찰에서 이렇게 말했다.

"숫자의 세계에서는 최솟값이, 가치의 세계에서는 최댓값이 측정의 단위가 된다."

즉 정신의 고결함이라든가 순결함은 우리가 어떤 일을 통해 영구적으로 얻게 되는 그 무엇이 아니라 매 순간 성취하려고 그 경지에 닿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가치인 것이다.

환언하자면 우리가 살아온 발자취에 따라 지금 현재 고결하고 순결해진 것이 아니라, 고결하고 순결하기 위한 도덕적 정신을 매 순간 추구하고 지켜나가는 과정에 있는 것에 불과한 것이다.

따라서 만약 우리가 무언가를 지키기 위해 하는 수 없이 거짓을 말해야 했다면 응당 그에 대한 책임은 자신에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다만, 목적에 의해 정당화될 수 있는 거짓이나 허구는 순전히 사랑하는 사람의 영속성을 지키기 위한 경우에 한해서만 예외로 인정될 수 있다. 이때 거짓이나 허구의 소극적 가치는 사랑이라는 적극적 가치를 공고히 하거나 고조시키는 역할만 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사랑을 적대시하고 대항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된 거짓이나 허구는 사용자의 이해타산적인 순진한 환각에 불과하다.

가치가 최댓값의 단위로 측정되고 평가되기 때문에 우리는 그 가치를 인정하기에 이른다. 만 마디 사이에 끼어든 몇 마디의 거짓이 최댓값의 단위로 측정되는 정직의 가치를 허물어뜨린다.

고결한 정신으로 살아간 인류의 선배들이 우리의 윤리적 정신을 정화하기 위해 수없는 사유를 통해 분투해 왔으며, 그들이 우리에게 전수해 준 훌륭한 문화적 유산이 갈수록 섬세해지고 분명하고 내밀해진 덕분에 우리는 현재 여기에 이르게 되었다.

숭고한 도덕적 정신은 전통적인 엄격함에 뿌리를 두고 있는 것이 아니라, 매 순간 윤리적 가치와의 직접적인 접촉을 통해 자신을 검증하는 과정에 근거하고 있다.

우리의 행위에 대한 윤리적 판단을 매개적인 교리, 선행의 외관만 다루는 교리에 의해 행하게 된다면, 이는 사악한 도덕으로 간주할 수밖에 없으며 이에 대해 대척점에 있는 최고의 순도로 정제되어 휘발성이 강해진 향수와 같은 선의 숭고한 본성은 우리의 행위에 스며들 수 없게 된다.

매개적인 교리에만 의존한다면 우리에겐 반듯한 도덕이 아니라 사악한 도덕이 스며들어 우리의 정신은 악취를 풍기게 된다.

유기적 생명체에게 주어진 가장 기본적 감각인 촉각을 뛰어넘은 고등생명체가 여타의 생명체보다 뛰어난 점이 있다면 그것은 이성이라는 기능이 아니라 윤리의식이라는 정신적 삶이다.

우리는 약육강식이나 자연선택을 뛰어넘은 고상한 정신을 첨예하고 섬세하게 발전시킨 인류의 선배들이 남겨준 유산을 물려받은 지구상의 유일한 지적인 존재이다.

최상의 고순도로 정화시킨, 그래서 가장 휘발성이 강한 향수와 같은 예민하면서도 진중한 정신을 갖추기 위해선 언제나 우리는 세 가지 선입견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 세 가지란 바로 논리, 윤리 그리고 미학이다. 우리는 이러한 세 가지 선입견에 힘입어 미신을 타파해 왔고 과학과 예술이라는 영역을 발견하고 구축하기에 이르렀다.

과학이 설명하기를 포기한 세계, 그 세계를 해석하는 것이 바로 예술의 운명이자 역할이듯이, 그러한 예술에 버금가는 윤리적 가치를 얻기 위해 우리는 매 순간 매진해야만 한다.

이게 바로 삶이라는 유일한 실재가 자신의 실존적 명맥을 유지하기 위해 발버둥 치는 그 무엇이다.

따라서 자신은 고결하고 순결한 영혼이라고 스스로 주장하기보다 매 순간 윤리의식과의 직접적인 접촉을 통해 정신의 고결함을 갖추도록 노력하자.

당신이 무엇이건대 내 삶을 매도하냐고 따져 묻기 전에 자신을 첨예하고 섬세한 윤리의식에 따라 검증하고 또 검증하자. 그러한 과정에 있어 참회적 결론에 이르기 전에 당신이 주장하는 그 모든 것은 신기루일 뿐이다.

이러한 길이 바로 플라톤이, 아우구스투스가, 데카르트가, 칸트가, 헤겔이 우리를 향해 외친 그 무엇이었다.

이런 나 자신도 그들의 뜻을 이해하기에 너무 벅차다.

아직 갈 길이 멀다. 너무 멀고도 멀어 이렇게 뒤뚱거리며 아찔한 현기증에 허우적거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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