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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결한 정신을 지닌 이들을 추모하며

저작권에 관하여

by 이각형




저작권은 지적 재산권의 일부이다. 그리고 이 생각과 사유의 주인은 바로 나 자신이라는 사실을 온 세계에 천명하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를 깊은 생각에 잠기게 하는 하나의 단어가 있다. 주인이라고 주장하기 위해 필요한 것으로서 이 생각은 바로 내가 세상 사람들 중에서 가장 먼저 했다는 점이다.




과연 그럴까? 지금 내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는 사유가 있다면 그걸 가장 먼저 생각해 낸 이가 바로 나라고 확신할 수 있을까?




배고프면 밥을 먹는다. 이걸 우리가 태어날 때부터 기계적으로 타고난 해결책이었단 말인가?




갓 태어난 아이는 배고플 때 밥을 먹지 않는다. 그저 울부짖을 뿐이다.




배고플 때 밥을 먹어야 한다는 건 엄마의 젖을 통해 배웠던 것이다. 이로톡 허기진 배를 달래는 신체적 것조차 그 기원이 바로 나 자신이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머릿속에 부유하고 있는 생각들의 주인은 누구인가 하는 문제가 대두하게 된다. 모르긴 해도 왼쪽을 왼쪽이라고 하기로 정한 사람은 내가 아니었다.




한국에서는 어른들을 공경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게 자리 잡고 있다. 이것을 가르친 사람이 과연 우리 부모님이었을까?




우리의 부모님도 조부모님에게서 배웠고, 조부모님들은 고조부모님에게서 배웠다. 공동체 생활을 규정하는 윤리에 관한 모든 것을 정한 사람이 내가 아니었다.




그리고 사무실에서조차 우리가 업무를 처리할 때 그 방법은 전임자에게서 전수된 방법대로 처리하고 있다. 지금 내가 이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고 해서 업무처리 방법에 대한 지적 소유권은 나에게 있다고 말할 수 없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은 이러한 말을 입버릇처럼 하곤 한다.




우리가 가진 생각은 우리에게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지적인 선배들에게서 물려받은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지적인 거인의 어깨에 올라타 그들의 시선으로 이 세계를 바라보면서 우리가 발견한 작은 조약돌만큼 그 시선의 높이를 높이는 데 이바지하기를 바랄 뿐이라고.




이토록 우리의 관점은 실제적으로 온전히 우리의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오르테가 이 가세트는 이러한 말을 남겼다.




"고결한 정신을 가진 사람들은 우리의 윤리적 이상을 정화하기 위해 여러 세기 동안 분투해 왔으며 이에 따라 그 이상은 갈수록 더 섬세하고, 복잡하며, 투명하고, 내밀해졌다. 덕분에 우리는 한번 채택된 후 모두에게 적용되어 온 법규를 물리적으로 준수하는 것이 곧 선이라는 혼동하는 일은 피할 수 있었다."




고결한 정신을 가진 선조들이 우리에게 이러한 도덕적 유산을 물려주었다. 그러므로 우리는 모두 고개를 숙인 채 저작권, 지적 재산권, 관념에 관한 소유권을 인정받기 위해서 타인의 지적 재산권을 보호해야 한다.




우리는 모두에게 빚을 진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우리의 지적 재산의 빚을 청산하기 위한 유일한 길은 고결한 정신을 지닌 스승들의 작업에 무임승차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지적인 작업의 기초가 된 출처를 밝히며 자신을 낮추는 겸손과 정직에 있다.



누구든지 자신이 대접받고 싶은 대로 대접하라는 황금률이 다시금 여기 이 자리에서 주목받을 만큼 의미가 있을 것이다.



지구와 달 그리고 태양이 아무런 받침 없이 스스로 공전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우리는 지적 거인의 선행 작업이 없었다면 아무것도 스스로 생각해 낼 수가 없었을 것이다. 결국 나만의 것이라고 생각했던 지적 재산은 실제로 부채와 자기자본에 의해 부유하고 있는 자산인 것이다.


그러므로 무임승차를 거부하고 겸허한 마음으로 지적인 거인의 어깨 위로 올라가 이 넓은 세계를 관조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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