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이 사라진 사회

by 이각형

90년대까지만 해도 학교에서는 도덕이라는 과목이 있을 정도로 당시 사회에서는 법률보다는 도덕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도덕이라는 과목 대신에 윤리라는 과목이 있을 뿐입니다.

그만큼 지금 시대에 도덕에 관해 얘기한다고 하면 사람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겁니다. 누가 요새 도덕에 관심이 있겠습니까?

우리 사회에서 도덕이 사라지게 된 데에는 모든 일을 법률에 의존해서 해결하려는 풍조가 짙어진 것 한몫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즉 법률이 도덕의 자리를 대신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동서양을 막론하고 사회가 복잡해지기 전까지 사람들의 정신을 지배하던 것은 법률보다는 도덕이 우선이었습니다. 산업혁명으로 자본주의가 심화되면서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히게 된 결과 복잡다단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많은 법률이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자본주의가 고도화됨에 따라 빈부격차가 더 벌어지면서 먹고사는 일이 더욱 힘들어지게 되었습니다. 현재 한국사회만 보더라도 부동산시장은 양극화로 치닫고 있고, 주식시장은 근거 없는 불장이 이어지고 있는 데다가 코로나 이후 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지만 노동자들의 급여는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곤 전반적으로 소폭의 증가에 그치고 말았습니다.

여기에 실질 유효세율은 올라가면서 서민들의 삶은 더 고달파지기만 했습니다. 이런 부분까지만 해도 어느 정도 시대의 흐름에 휩쓸려 살아갈 만합니다.

하지만 손바닥에 올려놓고 가만히 앉아서 세계를 볼 수 있게 해 준 핸드폰 기술은 우리로 하여금 더욱 멍들게 합니다. 각종 영상과 사진을 통해 경제적인 여유가 있는지 여부와는 상관없이 풍요를 넘어 사치에 가까운 현란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실시간으로 생중계되고 있을 정도입니다.

이에 따라 사람들은 너나 할 것이 누구나 다 조금이라도 잘 살기 위해서 돈돈돈 하면서 오로지 돈에만 관심을 갖게 되어버렸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 사회가 양심이나 도덕은커녕 그저 모든 것을 돈으로 환산하는 눈으로 살아가게 되었습니다.

한마디로 말해 미쳐 돌아가는 세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참 어쩌겠습니까? 한 사람의 힘으로는 도저히 이 대세를 거꾸로 돌릴 요령이 없으니 말입니다.

요즘 정치판에서는 종교단체가 정치인들에게 금품을 제공한 것이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여야 할 것 없이 말입니다.

숨겨진 사실이 드러날 경우 실정법에 따라 처벌을 면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정치인으로서의 생명마저도 끝나게 됩니다. 이러한 일이 사회적으로 큰 파동을 일으킬 때마다 법률을 조금씩 더 강화하곤 했습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부정부패는 신문지상에서 떠나지 않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아무리 법률을 강화한다고 해도 우리 사회가 건강을 회복하는 데에는 별 영향력이 없다고 보는 것이 무리는 아닐 겁니다.

한때 독서토론을 다니면서 저는 사람들에게 이런 말을 하기를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만일 프랑스혁명 이후 자본주의가 아니라 정신주의가 세계를 구축하는 지배관념이 되었다면, 우리들의 삶은 지금과 아주 달라졌을 거라고 말입니다.

자본주의에서는 돈과 물질이 최고의 가치이겠지만, 정신주의에서는 도덕과 인간다움이 최고의 가치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얘기들은 저와 같은 비전문가가 하게 되면 그냥 잡음으로 여겨지고 맙니다. 이런 말들은 학자들이 해야 맞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학계 또한 어떻습니까? 우리나라는 모든 학문의 기초인 철학이 죽어버린 나라입니다.

철학이 죽은 나라에 과연 얼마나 희망적인 미래가 기다리고 있겠습니까? 물론 우리나라 철학자들이 우리 사회의 철학을 죽인 게 아닙니다.

돈을 좇던 사람들이 극단적인 상황에 내몰리기까지 아마도 그들은 자신이 얼마나 병들었었는지 알 수 없을 겁니다.

아침 출근길에 도덕에 관한 글을 읽다 보니 저도 모르게 이런 하소연을 남기게 되었나 봅니다. 이런다고 제 자신은 도덕적인 군자라는 말을 하고 싶어 한다는 게 아니라는 점은 굳이 애써 해명하지 않아도 이해해 주실 거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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