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각형 Jul 03. 2023

예술, 정말 너무 어렵다.

예술, 정말 너무 어렵다.

이토록 어려운 게 또 있을까? 철학보다 더 어려운 게 있다면 나는 단연코 예술이라고 말하리라.

손에 잡힐 듯 말 듯 이처럼 애매한 요소를 활자로 붙잡아 설명하는 것이 과연 가당키나 한 일인가.

엘 그레꼬가 모델에서 자신의 망막에 도착한 빛나는 광선 모두를, 그리고 하나하나를 베끼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 예술이라는 설명은 내게 예술의 테두리라도 알려주고 있단 말인가?

철학이라면 아예 이해가 되거나 아니거나 둘 중의 하나였다. 이해되는 철학적 논증이 있었다면 반대로 도무지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들이 있었지 않았던가.

그런데 예술은 따라잡았다는 생각이 들면 이미 저만치 멀리 떨어져서는 내게 손짓을 보내곤 했다.

차라리 세르반테스가 친절했다. 그토록 투명한 유리로 세상을 비쳤는데도 세르반테스가 진솔했다고 자백할 정도라니.


내 수준이 겨우 이거밖에 안 된다는 사실에 무릎을 꿇게 된다.

그렇다면 매피스토펠레스에게 내 영혼이라도 팔길 바라는 것인가? 아니다. 나는 그럴 수 없다. 내게는 시골 농부의 딸이 웃음을 짓지 않는다.

내게 파우스트 박사의 전철을 밟도록 종용하는 그대는 누구인가? 당신의 모습을 어둠 속에서 거둬낼 것을 요구한다.

절대자여, 오 나의 주관자여. 그저 나를 굽어 살피소서.

술잔에 기울어진 지평선에 시선을 고정시킨 나를 불쌍히 여기소서.

작가의 이전글 확신이라는 감옥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