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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각형 Aug 01. 2023

구토


매일 아침마다 똑같은 버스 정류장에서 서 있었다. 매일 비슷한 각도로 햇살이 내리쬐고 있었고 매일 비슷한 사람들이 흩어진 채 직장을 가기 위해 서두르고 있었다.

벌써 이 정류장 앞에서 시간을 보내게 된 지가 3년이라는 세월이 흘러갔다. 시간이 흘러갔다.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버스정류장은 변함이 없었다. 눈동자를 두리번거려도 들이치는 햇살과 불어오는 바람의 방향도 달라지지 않았다.

덕분에 시선에 들어오는 풍경도 전혀 다른 게 없었다. 햇살도 여전히 쏜살처럼 내 얼굴 위로 쏟아지고 있었다.

버스의 도착 시간이 지연되고 있었다. 그만큼 햇살을 많이 쐬고 있었나 보다.

갑자기 현기증이 돌아 어지러움을 느꼈다. 깊은숨을 들이켜려는 찰나에 속에서 이상한 기운이 느껴졌다.

구역질이 급격히 올라오기 시작하더니 걷잡을 수가 없어졌다. 이상한 느낌이 들어 길모퉁이로 걸음을 옮겼다.

가까스로 잔디밭 근처에서 솟구쳐 올라오는 속엣것을 겨워내게 되었다. 눈물이 핑 돌았다.

허연 물 같은 게 흐릿한 시야 사이에 흐르는 것처럼 보였다. 손수건을 꺼내 급한 대로 입을 닦고선 다시 집으로 올라갔다.

집으로 가는 길도 마치 놀이기구에 올라탄 것처럼 똑바로 걷지 못하도록 일부로 땅을 좌우로 앞뒤로 흔들고 있는 것만 같았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릴 때쯤에야 가까스로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드러난 현상은 분명했지만 이유를 찾아낼 생각이 들지 않았다.

다시 출근 준비를 마치고 내려와 똑같은 버스 정류장에서 똑같은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똑같은 버스를 타고 똑같이 지하철로 환승하려고 내렸다. 한꺼번에 세 대의 버스에서 쏟아져 나온 인파가 좁은 지하철 입구를 틀어막았다. 나오지도 못하고 들어가지도 못했다.

숨통이 트일 때까지 시간을 기다려 텅텅 빈 계단을 타고 유속이 빨라진 급류를 타듯이 지하철역 플랫폼으로 들어섰다.

일반행 열차가 한꺼번에 많은 사람들을 토해내고 문을 닫아버렸다.

닫혀버린 지하철 문 앞에서 서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손에 들고 서 있었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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