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락

항상 마음에 담습니다.

by 장발그놈

솔직히 말하자면, 집밥은 딱히 특별하지 않다.

그저 우리 집 일상의 맛일 뿐이다.


회사원들의 점심 한끼,

사 먹는 음식은 집밥보다 맛있게 느껴진다.

칼칼한 국밥이나 바삭한 튀김, 양념 가득한 덮밥 같은 것들.


먹을 땐 분명 맛있는데,

시간이 지나면 이상하게도 금방 질린다.

몇 번만 먹어도 다른 메뉴를 찾게 되고,

결국 ‘오늘은 뭐 먹지?’라는 고민으로 돌아온다.


메뉴판을 헤매다 보면, 문득 집밥이 그리워진다.

김치찌개에 계란말이, 김 한 장에 밥, 맛이 깊게 배인 신김치...

평범하고 익숙하지만, 그만큼 오래 가는 맛.


어느 날, 그런 마음을 아내에게 투덜거리듯 털어놓았다.

“점심 먹을 게 도통 없네. 다 질려버렸어. 집밥이 역시 최고야.”


출근길 현관에 배웅나온 아내가 툭 내뱉듯 말했다.

“매일은 나도 힘들고, 기분 내키는 날 싸줄게.”


다음 날, 현관 앞에서 아내는 내게 도시락 가방을 건내주었다.

“어제 먹은 반찬 그대로 싼거야. 별거 아니야.”


점심시간, 도시락을 열었을 때의 순간을 아직도 기억한다.

아삭한 열무김치, 간장에 조린 메추리알, 칼칼한 김치 콩나물국, 소고기 새송이볶음,

거기에 디저트로 복숭아까지...


화려하지 않지만, 그 안에는 온기가 담겨 있었다.

숟가락을 들어 첫입을 먹는 순간, 익숙한 따스함이 전해졌다.

나를 위해 차린 밥상, 그 마음이 느껴졌다.


그 뒤로 일주일에 두세 번,

많을 땐 네 번쯤은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한다.

도시락 속 반찬은 대부분 전날 저녁에 먹었던 것들이다.

어제 만들어 두었던 카레, 장볼 떄 시장에서 사온 버섯,

냉장고 안의 반찬들이 도시락 칸에 놓인다.

그렇게 익숙한 맛이 사무실의 점심으로 옮겨온다.


종종, 나만을 위한 반찬이 놓여질 때가 있다.

어젯밤엔 없었던 고기볶음, 따끈하게 구워진 스팸 몇조각,

아침에 급히 만든 계란말이.

그런 날 도시락 뚜껑을 열면, 얼굴에 자연스레 미소가 지어진다.


그리고 언제부터인가 나는 사진을 찍는다.

보여주고 자랑하려고 찍은 건 아니었다.

그저 아내의 손길이 담긴 도시락을 그냥 먹기엔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마음에 고마워서 남겨두는 기록이다.


이제 내 휴대폰 앨범에는 수많은 도시락 사진이 쌓였다.

메추리알이 들어간 날, 미역국이 곁들여진 날,

그리고 전날 반찬들 사이에 ‘나만을 위한 반찬’이 있는 날.

메뉴는 달라도, 도시락을 열 때마다 같은 마음이 든다.

“여보야 오늘도 고마워.”


나에게 도시락은,

아내가 내게 건내는 단순한 한 끼가 아니라

매일을 미소짓게 만드는 사랑이 가득한 작은 편지다.